동아일보 칼럼 "대통령 공직 활동도 부인이 챙겨야하면 나라 무너질 일"
김순덕 대기자 "최순실에 분개했던 이유도 자격 없는 자들이 양반 노릇했기 때문"
김성태 전 의원 인터뷰… "오빠라는 사람 전방위로 사람 많이 만나고 다녀"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명태균씨가 지난 15일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말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제가 명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 다고” 발언 속 '오빠'가 누군지 연일 논란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라고 밝혔고,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공직 활동도 부인이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나라가 무너질 일”이라고 우려했다.
17일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대통령은 '패밀리 비즈니스'가 아니다> 칼럼에서 “국민으로서 일종의 병(病)에 걸린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15일 교육 당국에 엄정한 조치와 철저한 문책을 주문했다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한 사람만 무혐의 처분이 예고되는 판국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어서다”라고 운을 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최근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 유출 논란과 관련해 “책임자는 철저히 문책하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하라”고 했다.
국민으로서 걸린 병이 명씨가 공개한 카톡을 보고 깊어졌다고 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기사를 본 뒤 병이 깊어진 게 분명하다”며 “'철없이. 떠드는, 우리오빠, 용서해주세오' '무식하면 원.래그래요'. 대통령이 뭔 말을 해도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 이름하여 '무권위증'”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명씨가 카톡을 공개한 당일 곧장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밝혔지만, 김 여사가 대선 전에도 불거진 '7시간 통화'에서도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라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중장년 남자들은 자신들도 집에선 그런 대접 받는다며 낄낄 웃었다. 그러나 공(公)과 사(私)는 다르다. 문재인 정권 때 북에서 삶은 소대가리 운운한 것과도 차원이 다른 소리다. 공직 활동도 부인이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나라가 무너질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순덕 대기자는 “문제는 전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경험했듯 우리 국민은, 헌법은 사인(私人)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 여사가 아무리 선의로 '막상 대통령이 되면 좌나 우나 그런 거보다는 진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끔 되어 있다'고 해도 국민은 그런 대통령 부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에게서 그게 결국 국정농단으로, 사익 추구로 이용된다는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라며 “벌써 국정감사장마다 김 여사 관련 업체 특혜 의혹과 구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마키노 요시히로의 2017년 글을 굳이 인용하면, 한국인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그토록 분개한 이유는 학식도 공적 직함도 없는 최순실 등 대단할 것 없는, 자격 없는 자들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양반 노릇을 했기 때문이었다”며 “김 여사의 공적 활동에 다수 국민이 공분을 금치 못하는 데는 아내 역할만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학력 위조 전력이 있는, 주가조작 의혹이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총장을 지냈고 대선 출마에 나서면서 '공정과 상식'을 내건 윤 대통령이 부인 문제에 단호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17일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4면 <“金여사 오빠, 대선때 전방위 사람 만나… '좀 넘친다' 우려 있었다”>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등장하는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씨라고 밝히자 김 씨의 대선 전후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성태 전 의원은 동아일보에 “(대선 때) 그 오빠라는 사람이 전방위적으로 좀 (정치인 등)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그때 (활동이) '좀 넘친다'는 소리도 들렸고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동아일보에 “김 여사의 오빠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선 캠프에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었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들이 대선 캠프 주변에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김 씨는 대선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김 여사 관련 이미지 관리와 언론 홍보 등에 일부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김 여사보다 두 살 위인 김 씨는 경기 양평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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