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0억 들여 지은 현대차 공장인데 ''러시아에 14만 원에 뺏긴'' 이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한순간에…14만원의 상징적 매각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은 공장은 공사비만 4,10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기공 이래 연 20만 대 규모, 현지 판매 1위를 견인하며 러시아 플래그십 생산거점이었다. 하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품 조달 차질과 서방 경제제재로 현대차 역시 2022년 3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 수순을 밟았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공장은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Art-Finance)’에 단돈 1만 루블(약 13~14만 원)에 넘겨졌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4,100억 투자에 대한 대가가 14만원이라니, 강탈 수준”이라는 비판과 허탈함이 이어졌다.

바이백 조항과 딜레마, 기한 끝나면 ‘진짜 영구 반출’

공장 매각에는 단순 처분이 아닌 ‘바이백(재매입) 옵션’이 추가됐다. 현대차는 “최초 매각 후 2년간, 현시가로 언제든 되사는 조건”을 넣어, 러시아 정세가 안정되면 재진출 길을 남겼다. 바이백 시한은 2025년 말까지로, 기한이 지나면 영원히 회수할 권한을 상실한다.

문제는 2025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중·러시아의 패권 전략이 더욱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와 중국계 자본이 공장·설비 운영권을 두고 밀접하게 협조, 이미 러시아 내 현대차 생산설비 일부가 중국 브랜드에 넘어가는 정황도 포착됐다.

'단돈 14만원'의 실체 – 해외 자산 강매·국가가 승인한 강제 매각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가가 터무니없이 낮았던 진짜 배경엔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만 해외기업 매각을 승인한다는 정책이 있다. 현대차뿐 아니라 르노,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본국시장 철수와 동시에 자산을 사실상 강제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2023년 12월, 현대차는 막대한 손실(약 2천8백억 원)을 떠안고 공장·설비 일괄 매각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자국 이익 우선’ 정책은 현대차뿐 아니라 모든 외국자본에 적용됐다. 각국 완성차가 모두 떠난 시장에서 러시아-중국 자본만이 손쉽게 선진 생산설비와 브랜드 노하우를 인수해간 셈이다.

중국-러시아 세력, “한국·서방기술 즉시 내재화”…생산은 계속된다

공장 매각 이후, ‘아트파이낸스’는 글로발 투자세력인 AGR 그룹을 통해 러시아·중국계 네트워크와 협력해 기존 현대·기아 생산라인을 그대로 사용, 새로운 러시아 브랜드 및 중국계 모델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가동이 중단됐던 현장 설비가 재가동되면서, 현대차 생산설비가 현지 경쟁차종에 오히려 역으로 활용되는 아이러니까지 벌어졌다.

일례로, 2025년 러시아 현지서는 “현대차 및 기아 차체를 재설계·리네이밍한 신차가 등장했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재진출 가능성과 ‘미완의 회수 전쟁’

현대차는 미국, 유럽, 베트남, 인도 등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를 가속화하면서도, 러시아 공장 재매입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까지 러시아 내 상표, 법인권 등록을 꾸준히 관리하며 언제든 재진입할 수 있도록 '법적 통로'를 두고 있다.

특히 트럼프 집권 이후 미-러 휴전 국면 전환, 러시아 당국의 수입관세 정책 변화 등 환경이 유연하게 바뀔 시, 현대차가 남겨둔 바이백 조항을 활용할 가능성이 재점화될 수 있다. 하지만 공장 재매입 비용은 실제 매각가보다 몇십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