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하이마스 486대 취소하고 다시 천무 도입하나?... 미국, 기술 이전 끝내 거부

유럽 최대 규모의 지상군 재건 프로젝트가 엉뚱한 곳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막는 쪽은 러시아도 아니고 예산 부족도 아닙니다. 바로 폴란드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미국입니다.

폴란드는 486대라는 전례 없는 규모로 미국산 다연장 로켓 시스템 HIMARS를 도입하려 했지만, 미국이 핵심 탄약의 기술 이전을 끝내 거부하면서 사업 전체가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채우고 있는 것이 한국의 천무(Chunmoo)입니다.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는 사이, 한국 방산이 유럽의 심장부를 파고드는 이 역설적인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호마르 계획'이란 무엇인가... 폴란드의 야심찬 로켓포 대군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나라입니다.

러시아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평원을 누비는 장면을 보면서 폴란드 군부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고도 명확했습니다. "지상 화력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죠.

폴란드 호마르-K

그 결과물이 바로 '호마르(Homar)' 계획입니다. 폴란드는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추진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HIMARS 런처를 폴란드 국산 차체에 통합한 '호마르-A(Homar-A)', 다른 하나는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런처를 역시 폴란드 국산 차체에 얹은 '호마르-K(Homar-K)'입니다.

둘 다 폴란드제 사격통제 시스템 '토파즈(Topaz)'를 채용한, 명실상부한 폴란드-외국 공동 개발 플랫폼인 것입니다.

목표 수량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호마르-A 486대, 호마르-K 290대. 합계 776대에 달하는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전력화하겠다는 것은 유럽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은 규모의 야심이었습니다.

2023년 체결된 '틀 협정'... 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없다


미국과의 협상은 처음엔 순탄해 보였습니다. 2023년 9월, 폴란드와 록히드 마틴은 HIMARS 486대 조달에 관한 틀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단순한 구매 계약이 아니었습니다. 협정에는 폴란드 현지에서의 GMLRS 로켓탄 제조, 즉 탄약 국산화를 위한 기술 이전 조항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이마스

폴란드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전쟁이 나면 탄약 공급을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탄 부족이 전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똑똑히 목격한 터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 틀 협정을 바탕으로 첫 본계약 협상(약 100대 규모)이 시작되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GMLRS 국산화에 필요한 기술 이전을 승인하지 않은 것입니다. 협상은 2023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24(Defence24)는 이를 두고 "호마르-A 계획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직격했습니다. 현재 폴란드 육군이 보유한 완성품 HIMARS는 2019년 계약으로 들여온 고작 20대뿐인 것입니다.

미국은 왜 거부하는가... '정치적 판단'의 민낯


기술 이전 거부의 배경은 순수한 방산 논리가 아닙니다.

디펜스24는 그 본질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러시아 영토 종심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동맹국에 부여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적용된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천무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노르웨이가 다연장 로켓 시스템 신규 도입을 위해 미국에 HIMARS 판매를 타진했을 때, 미 국무부가 허용한 것은 HIMARS 본체, 사거리 80km의 GMLRS, 사거리 300km의 전술탄도미사일 ATACMS까지였습니다.

노르웨이가 요청한 사거리 500km 이상의 신형 탄도미사일 PrSM은 판매를 거부했습니다.

동맹국에게도 러시아를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능력만큼은 선뜻 건네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태도인 것입니다.

GMLRS의 기술을 폴란드에 이전한다는 것은, 결국 폴란드가 독자적으로 장거리 정밀 타격 탄약을 생산·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으로서는 자국 방산 이익과 지정학적 통제력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셈이죠.

천무는 순풍... 한국의 '통 큰' 기술 이전이 판을 뒤집다


반면 한국과의 협력은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계약에는 처음부터 천무 런처와 로켓탄 현지 생산을 위한 기술 이전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이행 속도는 눈에 띄게 빠릅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2025년 4월 "2차 계약까지 합의된 내용은 모두 이행됐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미 150기 이상의 천무 런처가 납품 완료된 상태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탄약 분야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방산 기업 WB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지분 구조는 WB 5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9%입니다. 이 합작회사에서 생산할 탄약은 GMLRS에 맞먹는 정밀유도 로켓 'CGR-080'으로, GPS·INS 복합 유도 방식을 채택한 고정밀 무기입니다.

이미 독점금지위원회 승인을 받아 조업을 시작했고, 유럽의 다른 고객사에 대한 탄약 수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전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생산되는 미사일을 폴란드군의 다른 시스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WB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로켓탄 사업에 진출하는 기회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유럽 판매를 위한 협력 실적과 생산 거점을 동시에 확보한 것입니다.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등 이미 천무를 도입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탄약 공급처로도 이 합작공장이 기능할 수 있는 것이죠.

호마르-A의 운명... 천무 486대 시대가 오는가


앞서 말했듯, 호마르-K는 차질 없이 굴러가고 있는 반면, 호마르-A는 2023년 이후 단 한 건의 정식 계약도 체결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벌어지고, 폴란드 내에서 호마르-A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호마르-K

만약 폴란드가 호마르-A 물량 일부 또는 전체를 호마르-K로 대체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숫자는 단순한 방산 계약을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유럽 다연장 로켓 시장에서 미국제가 아닌 한국제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술 이전을 아끼다가 시장 자체를 내준 미국의 정치적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금 폴란드에서 그 답이 써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