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해부터 '살아서 타는' 사망보험금…무슨 제도인가
올해 1월 2일부터 모든 생명보험사에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가입자가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원래 피보험자가 사망해야 유가족이 받던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이나 서비스 형태로 나눠 받도록 허용한 제도다. 기존에는 집은 주택연금으로 노후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종신보험은 사망 후에야 쓸 수 있어 자산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령층의 대표적인 장기자산인 종신보험을 노후 생활비·의료비 재원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
▮▮ 새해부터 '살아서 타는' 사망보험금…무슨 제도인가
올해 1월 2일부터 모든 생명보험사에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가입자가 생전에 연금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원래 피보험자가 사망해야 유가족이 받던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이나 서비스 형태로 나눠 받도록 허용한 제도다. 기존에는 집은 주택연금으로 노후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종신보험은 사망 후에야 쓸 수 있어 자산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령층의 대표적인 장기자산인 종신보험을 노후 생활비·의료비 재원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0월 일부 생보사에서 시범 도입된 이 상품을 2026년 1월부터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가입한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뿐만 아니라 앞으로 판매되는 종신보험까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모두 유동화 대상이 된다.
▮▮ 누가, 어떻게 쓸 수 있나…자격·구조 한눈에 보기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활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제시한 공통 기준은 다음과 같다.
대상 계약
-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 계약 기간 10년 이상이며 보험료 납입이 모두 끝난 계약(보험사별로 납입 기간 요건이 5~10년으로 다를 수 있음)
- 사망보험금 9억 원 이하
-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월 적립식 계약
-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는 경우
신청 자격
- 신청 시점 기준 만 55세 이상
- 별도의 소득·재산 요건은 없음
유동화 방식
-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연금 또는 서비스 형태로 전환 가능
- 유동화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연 단위로 가입자가 직접 선택
- 일시금으로 한 번에 받는 방식은 불가, 정기적으로 나눠 받는 구조
상속 재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최대 90%까지만 유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사망보험금은 기존처럼 유가족에게 상속된다. 유동화 비율을 낮게 잡으면 연금 수령액은 줄지만, 그만큼 상속 재원은 더 많이 남게 된다.
상품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1년에 한 번 12개월 치를 모아서 받는 '연 지급형' 위주로 운영됐지만, 전산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2026년 3월경 매달 받는 '월 지급형'까지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향후에는 간병·요양서비스, 주거·건강관리 서비스 등과 결합한 서비스형 상품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또한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조정하거나, 필요 시 유동화를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해 개인 상황에 맞는 맞춤형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 '월 37만 9천 원'…초기 이용 현황이 보여주는 것
제도가 시행된 2025년 10월 30일부터 12월 중순까지의 초기 통계를 보면, 사망보험금 유동화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총 1,262건이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신청했고, 초년도 지급액 기준으로 약 57억 5천만 원이 지급됐다.
1건당 평균 유동화 금액은 약 455만 8천 원으로,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37만 9천 원 수준이다. 이는 국민노후보장패널이 제시한 노후 적정생활비 월 192만 원의 약 2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완전한 노후 생활비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연금·퇴직연금 등과 더해졌을 때 소득 공백을 메워주는 의미 있는 보조 수단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이용 현황을 보면, 일정 규모의 종신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이미 새로운 노후 재원으로 유동화를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장점…'잠자던 보험'이 노후 월급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소비자에게 주는 이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은퇴 직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브리지 자금이 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만 55세부터 신청할 수 있어,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 등으로 근로소득이 끊긴 뒤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을 메우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쌓아둔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살아서 쓰는 노후 월급'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둘째,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받는 연금액은 비과세 대상이 된다. 비과세 조건은 유동화 대상 상품의 월평균 납입 보험료에 유동화 비율을 곱한 금액과, 현재 납입 중인 다른 저축성 보험의 월 납입액을 합산해 15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이 조건을 초과하면 과세 대상이 되므로, 가입 전 본인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같은 금액을 예금·적금으로 운용해 이자소득세를 내는 것보다 세제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셋째, 조건을 소비자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유동화 비율(최대 90%)과 기간(최소 2년, 연 단위)을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일시 중단과 재신청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경기가 나쁘거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때는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다른 소득이 생기면 비율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등 상황에 따른 조정이 가능하다.
넷째, 상속과 노후자금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 사망보험금 전액을 유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90%까지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여전히 상속 재원으로 남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의료비를 충당하면서도 자녀에게 남겨줄 재산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섯째, 이미 가입해 둔 고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과거 금리가 높을 때 판매된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시장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숨은 효자 상품'으로 불린다. 그동안은 사망 후에야 효용이 드러났지만, 이제는 해당 상품을 유동화해 노후 자금으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 하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다…꼭 짚어볼 위험과 함정
장점이 적지 않지만,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모든 가입자에게 '무조건 이득'인 제도는 아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째, 생각보다 받는 금액이 적을 수 있다. 유동화를 통해 받는 금액은 계약 조건과 보험사의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사망보험금이 1억 원이니 연금도 그에 걸맞게 나오겠지"라는 기대와 실제 수령액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신청 전 보험사에 구체적인 예상 수령액을 문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과거 고금리 시기에 가입한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시중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장기 보유 시 복리 효과가 크다. 유동화를 통해 지금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당겨 쓰는 대신, 그만큼 장래의 이자 수익 기회를 줄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재 생활비가 충분한 경우라면 굳이 유동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셋째, 상속 재원이 줄어드는 만큼 가족과의 합의가 중요하다. 유동화 비율을 높게 잡을수록 본인이 생전에 쓰는 돈은 늘지만, 사망 후 유가족이 받을 보험금은 줄어든다. 상속을 전제로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정하기 전에 배우자·자녀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기존 제도와의 비교 없이 성급히 선택하면 손해 볼 수 있다. 종신보험에는 이미 보험계약대출, 해지환급금 수령, 중도인출 기능 등 여러 가지 자금 활용 수단이 있다. 각 수단은 이자 부담, 세제, 보장 축소 정도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대출은 사망보험금 범위 내에서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빌려 쓸 수 있지만 이자를 내야 하고, 해지환급금 수령은 계약을 해지하면서 목돈을 받는 대신 보장이 사라진다. 유동화는 연금처럼 나눠 받는 대신 일시금 수령이 불가능하고, 보장 일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선택지다. 가계의 현금흐름과 자산 구조를 고려해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고령층 대상 제도인 만큼 불완전판매 위험도 존재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주로 5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제도 구조가 복잡하고, 유동화 비율·기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향후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고령층 대상 상품인 점을 감안해 두터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상품 설명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어떻게 활용해야 '손해 안 보고' 잘 쓰는가
전문가들과 금융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특히 고려해볼 만한 수단으로 꼽힌다.
첫째, 은퇴 직후 소득 공백이 크지만, 다른 노후자산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경우다. 국민연금 수급 전 몇 년 동안의 생활비가 부족한데, 종신보험과 주택 등 실물자산 비중이 높다면 종신보험의 일부를 유동화해 브리지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 향후 요양·간병비 지출이 우려되는 경우다. 암·치매 등 장기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질환을 걱정하는 고령층이라면, 일정 비율의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해 간병비 전용 재원으로 따로 확보해 두는 전략도 가능하다. 향후 서비스형 유동화 상품이 본격화되면, 현금 대신 요양·주거·건강관리 서비스로 받는 방식도 선택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가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종신보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종신보험에 묶여 있고, 실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다면, 종신보험의 일부를 유동화해 유동성을 높이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때도 유동화 비율을 너무 높이지 않고, 상속과 노후자금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신청 전에는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가계 현금흐름과 다른 노후자산이 얼마나 되는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저축액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정말 종신보험 유동화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당 종신보험의 최저보증이율과 현재 수익률은 어느 수준인가
시장금리보다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가진 상품이라면, 유동화를 통해 장기 복리 효과를 줄이는 것이 타당한지 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유동화 후 남는 사망보험금과 상속 계획은 조화로운가
유동화 비율을 어떻게 설정했을 때 노후 생활비와 상속 재원 간 균형이 맞는지, 가족과 함께 시나리오별로 계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그동안 '죽어서나 찾는 돈'으로 불리던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노후 삶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소득원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별 조건, 금리, 상속 계획, 다른 노후자산과의 조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단순한 '연금처럼 준다'는 홍보 문구만 보고 서둘러 결정하기에는 위험이 적지 않다.
종신보험 가입자라면 자신의 계약 조건과 가계 재무 상황을 꼼꼼히 따져 본 뒤, 정말 필요한 시점에, 정말 필요한 범위만큼만 유동화를 활용하는 것이 이 제도를 '효자 제도'로 만드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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