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10초13…조엘진·비웨사, ‘마의 10초’ 벽 넘는다

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2026. 8.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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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종목별로 금메달 획득을 위해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유독 한국 육상계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주목할 만한 스프린터 2명이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운동을 시작한 이후 언제나 나의 큰 목표였다. 안주하지 않고 개인 신기록을 넘어 9초대 진입을 이루겠다. 그러면 금메달도 보일 것이다." 조엘진이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국영이 2017년 작성한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을 넘어서며 한국 육상 최초로 이 종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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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기록 넘어 아시안게임 100m 사상 첫 메달 도전
아시아선수권·U대회 제패한 4×100m계주, ‘첫 金’ 노린다

(시사저널=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9월19일~10월4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종목별로 금메달 획득을 위해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유독 한국 육상계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주목할 만한 스프린터 2명이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특급 기대주 나마디 조엘진(20·예천군청),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 사이에 태어나 경기도 안산에서 줄곧 성장한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안산시청)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두 선수가 뜨거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제20회째를 맞는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와 4×100m 계주에 나란히 출전하는 데다, 이 두 종목에서 모두 메달권은 물론 적어도 1개의 금메달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껏 한국 육상은 마라톤과 중장거리 등에서 간혹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을 뿐,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100m와 4×100m 계주에서는 단 한 번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육상계가 흥분하고 있다.

예천군청 나마디 조엘진, 안산시청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뉴시스·연합뉴스

'마의 9초' 벽 "우리가 뚫는다"…선의의 경쟁

"아시안게임 출전은 운동을 시작한 이후 언제나 나의 큰 목표였다. 안주하지 않고 개인 신기록을 넘어 9초대 진입을 이루겠다. 그러면 금메달도 보일 것이다." 조엘진이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운동선수에게 가장 큰 업적은 기록 경신이다. 9.99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항상 반지를 끼고 다닌다"며 금빛 반지를 낀 오른손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그의 오른손 중지에는 'Beyond 9.99'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국영이 2017년 작성한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을 넘어서며 한국 육상 최초로 이 종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사실 조엘진이란 이름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육상 트랙이 아니었다. 그는 2016년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아역으로 출연했다. 극 중에서 신발을 선물받은 그 소년이 "이거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에 '염소 소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한다.

그 어린이는 어느새 한국 육상의 미래를 책임질 스프린터로 변신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 어린 시절 육상부에서 꿈을 키웠던 어머니의 DNA를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고, 김포제일중 시절부터 체격이 커지며 스프린터로서 필요한 탄력과 순발력, 유연성까지 보여주며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김포제일고 1학년이던 2022년 자신으로선 제일 빠른 10초66을 찍으며 기록 단축을 시작했다. 2023년 10초36, 2024년 10초30까지 끌어내리며 고교 한국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올해는 4월 일본 요시오카 그랑프리에서 비공인 10초08을 찍은 데 이어, 7월 일본 니가타에서 10초13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 100m 역대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키 1m86, 몸무게 82kg이다.

비웨사의 스토리는 조엘진과는 조금 다르다. 중학교 3학년 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고교 입학 이후 한국 육상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름과 외모 때문에 외국 선수로 오인받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한국에서 자란 선수였고, 늘 태극마크를 꿈꿔왔다고 했다.

고교 시절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실업 무대 진출 뒤 뜻밖의 시련도 겪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히면서 3년 가까이 기록이 정체된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올해 10초1대 기록을 잇따라 작성하며 다시 한국 남자 단거리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개인 최고기록은 조엘진과 같은 10초13이다.

김국영 "지금 성장세로 볼 때 9초대 진입 가능"

두 선수의 관계는 흥미롭다. 경쟁자이면서 동료다.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의 기록을 의식하고, 한 명이 기록을 단축하면 다른 한 명도 자극을 받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남자 단거리에서 보기 드문 '원투 펀치'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조엘진은 100m에서 스타트가 느린 약점이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스타트가 느려 초반 가속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양발의 균형과 근력 차이도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그런데 50m 이후가 달라진다.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폭발적인 스피드로 앞선 선수들을 따라잡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초09를 기록했을 때도, 출발은 늦었지만 중후반에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당시 기록은 초속 2.7m의 강한 뒷바람 때문에 공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잠재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김국영 국가대표 코치가 조엘진과 비웨사에 대해 "두 선수는 최근 계속 10초1대 기록을 쓰고 있다"며 한국기록 경신 가능성을 전망한 것도 이들의 성장세 때문이다. 김 코치는 이 둘이 자신의 한국기록을 넘어 9초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다가올 아시안게임 결승이다. 100m에서는 아시아에 이미 9초대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중국의 셰전예(33)는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9초97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일본의 야나기타 히로키(23)는 2025년 8월16일 후쿠이현에서 9초92를 기록한 것으로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때문에 이런 기록으로 보면 조엘진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아니다. 그러나 육상은 경기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 또한 스타트, 바람, 레이스 운영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조엘진과 비웨사가 컨디션을 끌어올려 아시안게임 경기 당일 최대 역량을 끌어낸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금메달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남자 4×100m 계주가 더 주목된다. 이 종목 한국 남자팀은 조엘진과 비웨사, 그리고 이재성(25·광주광역시청), 서민준(22·서천군청), 김시온(27·국군체육부대) 등 5명으로 꾸려졌다. 20세부터 27세까지 비교적 균형 잡힌 세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남자 4×100m 계주팀은 이미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25년 5월31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8초49(대회신기록)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당시 디펜딩 챔피언 태국이 38초78로 2위, 홍콩이 39초10으로 3위를 했다. 중국은 실격 처리됐다. 당시 금메달 멤버는 조엘진과 이재성 외에 신민규와 이준혁이었다.

지난해 7월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여름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도 한국 남자 4×100m 계주팀은 38초50으로 남아공(38초80), 인도(38초89)를 밀어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민준, 조엘진, 이재성, 김정윤이 당시 우승 멤버였다. 이번 대회에는 비웨사가 가세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과연 한국 육상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단거리와 단체전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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