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루는 법

어릴 적 만화를 보며 나에게도 소원을 들어주는 수호천사나 만능 주머니를 가진 로봇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 크면서 그런 존재는 없다는 걸 알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하다. 이제는 만화가 아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100억이 생긴다면', '초능력을 얻는다면' 하는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정말로 이뤄질 것처럼 게시글에는 저마다 소망을 말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곤 한다.
그런 우리의 바람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장화 신은 고양이:끝내주는 모험'이다. 영어 제목은 'Poos on boots:the last wish'. 말 그대로 주인공 장화 신은 고양이가 소원을 빌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다룬다.
자신이 가진 9개의 목숨을 믿고 용감하다 못해 무모할 정도로 위험을 즐기던 고양이는 8번의 죽음을 겪은 후 마지막 하나의 목숨만 남은 상황에 부닥친다. 그제야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게 된 그는 길 잃은 고양이들을 돌보는 아주머니 집에서 모험가의 면모를 지우고 평범한 집고양이 생활에 적응하며 생기를 잃어 간다. 이때 만난 강아지 '페로'는 외면부터 내면까지 그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주인에게서 버려진 페로는 고양이로 위장해 아주머니 집에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더러운 옷을 입고도 그저 해맑은 페로는 냉소적인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보이며 친구가 돼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소원을 이뤄 주는 지도가 존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고양이는 잃어버린 8개의 생을 되찾기 위해 페로와 모험을 떠난다. 전처럼 많은 목숨을 가지면 다시 용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도를 좇는 여정에 나선 건 고양이뿐이 아니었다. 세상 모든 마법 아이템을 손에 넣고자 하는 부자 잭 호너, 곰 가족과 살고 있지만 진짜 인간 가족을 찾고자 하는 금발 소녀 골디 등이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고양이를 따라나선 페로만이 주어진 현실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유일한 캐릭터다. 누군가의 친구가 돼 주기만을 원하던 그는 고양이와 함께 여정을 떠나는 순간 지도 없이도 소원을 이뤘기 때문이다.
다소 허무하게도 종국에 소원을 빈 인물은 아무도 없다. 지도 없이도 각자 바람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골디는 다른 외형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을 주는 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장화 신은 고양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였다. 하나의 목숨만으로도 충분히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양이는 공포를 이겨 내고 친구들과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이들이 원했던 건 인간 가족이나 8개의 목숨 따위가 아니었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허황된 것들을 좇게 된 셈이다.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자 소원을 향한 욕심이 무용해졌다.
붓다가 깨달은 삶의 진실 네 가지를 의미하는 불교의 사성제 중 집제(集諦)는 인간의 고통이 '갈애(渴愛)', 즉 집착적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욕망은 끝이 없다. 무언가를 손에 넣더라도 인간은 또다시 다른 무언가를 갈망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소원을 빌었더라도 자신의 결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됐을 테다.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해야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자신의 공포를 마주한 고양이가 하나의 목숨에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결핍을 받아들여야 그릇된 욕구가 사라지고 현재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인간에게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배고픔, 졸림, 외로움처럼 일상의 욕구들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소원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새롭고 덧없는 것을 갈망하는 마음은 오히려 현재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호천사도, 100억이나 초능력도 아니다. 나의 부족함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와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목숨이 하나뿐이지만 9개의 목숨을 가졌을 때보다 용감해진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현재를 즐기고 작은 것에도 큰 행복을 느끼는 강아지 페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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