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령회사 세워 삐삐 폭탄 제작…유일 고객이 헤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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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8200부대가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폭발물이 삽입된 무선호출기)의 개발단계에 관여했다."
17, 18일(현지 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수천 개가 동시다발로 폭발한 사건에 이스라엘군의 사이버 첩보부대인 '8200부대'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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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스라엘군의 엘리트 사이버 첩보부대인 ‘8200부대’가 이번 폭발 사태를 기획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이스라엘, 무선호출기 제작 위해 유령회사 세워”
18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레바논에서 폭발한 무선호출기들은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헤즈볼라에 제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대만 통신 기업 골드아폴로의 ‘AR924’ 모델이었지만 이를 제조한 건 헝가리의 ‘BAC 컨설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shell company)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BAC 컨설팅은 무선호출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신원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NYT에 전했다. 또 이런 유령회사가 두 개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탄 코박스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해당 회사는 헝가리에 제조·운영 시설이 없는 무역 중개업체”라고 밝혔다.
특히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올 2월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 이전부터 이스라엘은 무선호출기를 생산할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BAC의 중요한 유일한 고객은 헤즈볼라”라며 “이들을 위해 별도로 생산된 배터리에는 폭발성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가 함유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는 17일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가 보낸 것처럼 보이는 아랍어 메시지를 무선호출기로 보냈고, 해당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울리면서 폭발이 시작됐다고 NYT에 전했다.
● ‘삐삐 폭발’ 배후로 주목받는 8200부대
로이터통신은 18일 서방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8200부대가 이번 작전의 개발 단계부터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1952년 설립된 8200부대는 이스라엘군에서 암호 해독과 첩보신호 수집 등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분야를 담당하는 사이버 첩보부대다.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16~18세 인재들을 영입해 최소 3년간 군 복무를 시킨다.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는 8200부대를 “군사정보국 산하의 주요 정보 수집 부대”라고만 간단하게 소개한다. 정확한 병력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부대”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8200부대가 이번 작전에 1년 넘게 관여했으며, (무선호출기의) 제조 공정 내에 폭발성 물질을 삽입하는 방법을 시험하는 기술 분야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번 폭발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
8200부대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 가자지구 내 하마스 표적 추적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2010년 이란의 핵 원심 분리기를 무력화시킨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 공격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작전의 취지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아랍권의 정보당국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스라엘로서는 향후 작전 개시가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작전을 단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전직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고위요원인 대니 야톰은 WP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긴 통신선조차 뚫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헤즈볼라 내부에 패닉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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