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금정역 1호선에서 4호선으로 환승 중인데(응? 벌써 끝??). 문 열리고 뛰면 정말 3초 만에도 환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 열리자마자 코앞에 있는 환승 호선으로 이거 처음 보는 사람은 오히려 헷갈리기 쉽다. 지하철 탈때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환승할 때 거리가 너무 멀다는 건데 여긴 완전 역대급 개념 환승이네? 유튜브 댓글로 “금정역 환승은 진짜 3초 만에 가능한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금정역에 전화해봤다.

금정역 역무실
“저희 역 같은 경우에는 상선 하선이 각각 1-4호선이 붙어 있거든요. 1호선 앞에는 4호선이고, 4호선 앞에 1호선 이런 식으로 돼 있거든요. 1호선 상선을 타고 가다가 4호선 상선을 이용하려고 하면, 내리자마자 바로 앞으로 가면 되는 거니까 한 3초? 걸려서 타는 거죠.”

진짜인지 직접 가보니 정말 1호선 금정역과 4호선 금정역은 성인 보폭으로 7~8걸음이면 오갈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약간 빠른 걸음으로 가니 환승이 정말 3초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어디서 내려야 가장 환승이 빠른지 알려주는 지하철 어플에 금정역을 검색하니, ‘모든 객차, 모든 문’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3초 환승이 가능한 이유는 1호선 상행과 4호선 상행이 하나의 승강장을 사이에 두고 공유하고 있고, 1호선 하행과 4호선 하행도 마찬가지 구조로 되어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상행선에서 하행선으로, 하행선에서 상행선으로 방향을 바꾸는 환승을 할 때는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래도 1~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를 찾자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정역이 생기고 안산선이 개통된 1988년에는 지금처럼 1호선 4호선이 나뉘어있지 않아서, 당시 안산선은 경부선과 직결해서 운행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안산행 지하철이 4호선으로 편입되며 분리되었고, 그것과 별개로 금정역은 그때나 지금이나 과천선, 안산선이 모두 지나가는 역이라서 3초 환승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 외에도 금정역 역무실에서 가끔 고객을 위해 배려를 하기도 한다는데…

금정역 역무실
“무조건 그런 건 아닌데 로컬 관제원 분들이 열차가 떠나기 직전에 앞에 선로에서 열차가 오고 있으면, 기관사님한테 무전을 해서 좀 기다려 달라고 접선이라고 하는데, 접선시켜달라고 얘기를 하면 기다리고 있다가 고객님들 다 태우고 다시 가거든요. (왱 : 그러니까 이게 고객분들의 편의를 위한 차원인 거죠?) 그렇죠. 그 열차가 떠나면은 방금 간 거니까 기다리는 시간도 더 늘어나고, 조금만 기다리면/모든 고객님들을 다 태우고 갈 수 있는 거잖아요.”

배차 간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해서 매번 그럴 수는 없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직선 주로가 많아 열차 속도를 다소 유동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1호선 지하철의 경우, 로컬관제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잠시 정차했다가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일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눈앞에서 환승 열차를 놓쳐서 허망한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작은 배려를 받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이렇게 웃음 나오는 개념 환승이 있는 반면, 한숨만 나오는 막장 환승도 있다는데, 막장 환승에 대해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이 역이 최악이다’, ‘저 역은 그나마 괜찮다’, ‘여긴 헬게이트다’ 옥신각신하는데, 대표 격으로 소개되는 역은 서울역 4호선-경의선 환승, 홍대입구역 2호선-공항철도 환승, 노원역 4호선-7호선 환승 등이 있다.

서울역 역무실
“거기(서울역 경의선)는 외부에 있는 역이라서 소프트 환승 찍고 나간 다음에 다시 찍어야 돼갖고 멀고 불편하긴 해요. 제가 잘 알고 있는 역이 있는데, 노원역 있잖아요. 노원역 4호선에서 7호선 환승하는게 10분 이상 15분 걸리거든요. 도시철도하고 서울매트로하고 분리돼 있었을 때 다른 역이었는데, 억지로 이으면서 지하 깊은 데서 지상 끝까지 올라오다 보니까 진짜 한 15분 정도 걸리거든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박정민 주임
“노원역이 좀 길기로 유명하기는 한데 사실 요즘은 노원역보다 좀 더 길다고 하는 곳들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홍대입구역에서 공항철도 타고 가는 거라든지... 사실 1호선에서 4호선, 5호선에서 8호선 이거는 한꺼번에 지어서 좀 괜찮은데, 다 지어놓고 남는 공간에다 지어야 했던 9호선하고 공항 철도 쪽이 이 부분이 좀 기존에 있던 곳이랑 연결되는 부분들이 어렵다고들 하더라고요.”

사실 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은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 등 운영사의 소관은 아니다. 초기 지하철 위치를 잡는 역할을 다른 기관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설계과에 막장환승 말고 개념환승이 좀 늘어날 순 없는지 물어봤다.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설계과 조종석 주무관
“최대한 환승 동선은 줄이려고 하죠. 그런데 이제 지하 구조 특성상, 지하철 역사라든지 건물이라든지 지장물 같은 것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통신 관로라든지 고압 케이블도 있고요.공사비 문제도 있고 그래서 그 상황에 따라가지고 다 고려를 해야됩니다.”

지하철 하나 들어올 때 지하철 노선부터, 고층 건물의 지하층, 통신선과 고압선 등 많은 지장물을 고려하고 또 공사비도 고려하다 보니, 이렇게 막장 환승역도 탄생하고 개념환승역도 탄생하게 된다고 한다. 여기선 모두 다루지 못했지만 왱구 여러분이 알고 있는 개념환승역과 막장환승역을 댓글로 적어주시라. 아마 금정역을 이길 개념환승역은 없지 않을까?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글씨체로 범인을 잡아내는 필적 감정 전문가는 일부러 글씨를 숨겨도 알아낼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