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리포트] 세아베스틸지주, '별도→연결' 배당 기준 손질
세아베스틸지주가 그룹의 밸류업 계획 발표 첫 주자가 됐다. 서둘러 기업가치 제고 방향성을 정한 것은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는 다듬달 6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한 기업에 지수 편입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세아베스틸지주는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기준 실적을 기준으로 배당 규모를 정한다. 순수 지주회사인 세아베스틸지주는 기존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과 로열티 수익을 기반으로 주주환원했다.
연결 순이익 30% 이상·최소 1000원 배당
지금까지 세아베스틸지주는 단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게 아닌 별도의 유인 장치를 마련해뒀다. 최대주주 보다 일반 주주에게 몫을 더 떼어주는 차등 배당이 대표적이다. 지난 4년간 일반주주에게 주당 200원씩 배당을 더했다.
이처럼 세아베스틸지주는 주주에게 금전적 혜택이 돌아가는 배당금을 주주환원에 적극 활용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역시 배당에 무게를 뒀다. 차등 배당은 그대로 두되 배당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만 다시 손 봤다.
지금까지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지급했다면 앞으로 '연결' 기준 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할 방침이다.
기존 '자회사의 배당→세아베스틸지주→주주' 순의 배당 구조에서 '자회사→주주'로 변경돼 자회사 이익이 직접적으로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개선됐다.
세아베스틸지주처럼 순수 지주회사는 오로지 자회사 지배를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수취하는 배당·임대료가 주 수입원이다. 세아베스틸지주 역시 별도기준 매출에서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등의 자회사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자회사가 배당을 잘 하다가 멈추면 즉각적으로 지주사의 배당 재원이 축소되는 구조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 회계 기준으로 배당금을 정하면 이런 약점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다. 자회사가 적자만 내지 않는다면 연결 기준 순이익이 훨씬 많기 때문에 주주가치 극대화 효과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작년 세아베스틸지주 연결기준 순이익은 1260억원에 달했다. 별도기준 순이익은 286억원이다. 지주사 별도 재무제표 보다 연결로 했을 때 모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주주환원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일부 지주회사도 연결 기준 순이익을 배당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지주, 메리츠금융지주, 휠라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세아베스틸지주가 새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할 때 이런 사례를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아베스틸지주는 2024년, 2025년 단기적으로 최소 배당금 정책을 시험할 계획이다.
최소 배당금은 적자가 발생해도 정해진 배당금은 무조건 지급하겠다는 일종의 주주와의 약속이다. 세아홀딩스도 새 주주환원 정책을 세웠지만 최소 배당금은 적용하지 않았다. 세아베스틸지주만 최소 1000원 현금 배당을 내걸었다. 주당 1000원 밑으로 배당금이 내려가지않는다는 뜻으로 배당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단 점에서 주주에게 이점이다.
경쟁사 보다 수익 좋은데 '저평가'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등은 합금강 스테인리스강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을 판매한다. 이런 이유로 피어(경쟁)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철강산업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2.8%라면 세아베스틸지주는 6.7%에 달한다. 다른 철강사들이 다운 사이클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것과 비교해 세아베스틸지주는 안정적인 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아베스틸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배다. 본질적인 가치는 5만원이 훌쩍 넘는데 반해 주가는 2만원대에 그쳤다. 세아베스틸지주의 순자산 대비 시가총액은 60% 가량 할인된 상태다.
배당 정책을 강화한 것도 본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함이다. 실적 규모와 배당 수준은 비례하기 때문에 배당 확대를 약속한 것은 그만큼 수익성 개선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세아특수강의 기여도가 컸다면 올해 기대주는 세아항공방산소재다. 글로벌 항공 및 방산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8억원으로 전년 57억원 대비 두배 증가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