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층간소음의 이유

몇 년 전에 혼자서 자취하고 살 때였어

내가 원래 성격이 엄청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특히 소음과 빛과 온도에 극히 민감해서

주변이 조금만 시끄럽거나 덥거나 습하거나 하면,

잠을 쉽게 설치고 그런 성격이야.

게다가 당시에 3교대 근무 때문에 적응하느라

몸은 지칠때로 지쳐있는 상태인데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와서

미쳐버릴 것 같은거야.

그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 많았거든.

(같이 살던 반동거인이 있었는데,

내 전재산 가지고 해외로 도망치고 그랬어)

근데 더 큰 문제는

옆집에서 들리는 세탁기 소음이었어.

옆집에서 매일 밤 11시만 되면,

세탁기를 돌리시는 거야.

이게 안 겪어본 사람들은 모르는데

세탁기 소음이 일정하지 않아

조금 적응될 거 같으면 다른 모드?로 바뀌어서

소음 패턴이 바뀌고 그렇거든?

그래서 잠이 들려고 하면, 깨버리고,

들려고 하면 탈수 소리 때문에 깨고

그걸 반복했어

안그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잠 안와서

사람 돌겠는데 말야.

처음에는 참아 넘기려고 했었어.

내가 좀 소심한 편이기도 하고

나도 교대 근무 끝나고 들어와서

밀린 빨래 돌리고 싶다는 생각할 때도 많았고,

그쪽도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근데, 사람이라는 게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느낀게

분명히 옆집에서 오후 7~8시 쯤에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났어.

그럼 그때 옷 벗으면서 세탁기 딱 돌리면 되잖아.

(나는 그렇게 하거든

그럼 심지어 긴코스로 돌려도

10시엔 끝나고 빨래 널면 되니깐)

근데, 오면 맨날 TV소리 들리다가

꼭 11~12시만 되면

어김없이 빨래를 돌리시는거야.

게다가 매일매일 돌려.

나는 보통 모아서 돌리는데 그쪽은

입은 옷은 그때그때 세탁하는 그런 쪽이거나

유니폼이라서 빨아야 하거나 그런건가봐.

그럼 나는 빨래 다 끝나는 12시 반~1시 까지는

계속 잠을 못 자는거야.

나는 피곤해 죽겠고, 다음날 7시에 출근하려면

6시까진 일어나야 하는데,

그럼 잠을 5시간 밖에 못 자

이게 며칠동안 지속되니까

그냥 미쳐버릴 것 같더라구.

그래서 참다참다가

그 집 문에다가 쪽지를 붙였어

내가 이러이러한 사정인데

빨래를 좀 빨리 해주면 안되냐,

하다못해 10시에 돌려주면

12시에는 끝나지 않냐

이렇게 쪽지 붙이니까

그 다음 며칠 간은 세탁을 안하시더라고

그때는 정말 행복했어.

진짜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상태로

8~9시에 자서 새벽까지 쭉 잤으니깐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9~10시에

세탁기 돌리시더라고

근데 나는 그것만으로 감사드렸어

대충 세탁 끝나면, 6~7시간은 잘 수 있었거든

그렇게 몇 달간은 평온하게 잘 넘어갔고,

내 스트레스 수치도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어.

근데, 어느날 자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깼어

시간을 보니까 새벽 1시쯤 됐는데, ;

짜증이 팍 나더라고이게 뭔소린가 싶어서

정신차려보니

옆집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리더라고

나는 옆집에 맞닿은 벽에

귀를 갖다대고 훔쳐 들었어

정확한 내용은 웅얼거려서 하나도 안들리는데,

남자랑 여자랑 말다툼하고 막 뭔가 집어던지고,

깨지고, 비명 소리 들리고 그랬어.

나는 옆집에

남자가 같이 사는지도 몰랐는데 말야.

그러다가 누가 112에 신고했는지

경찰관 분이 출동하셨더라고

나는 잠자는 것도 잊고

계속 창문이랑 문에 붙은 작은 구멍으로

밖에 쳐다보면서 상황을 살폈어

잘 보이진 않는데,

경찰관이랑 옆집 남자가

한참을 실랑이를 하더라고(한 10분?)

막 남자가 경찰한테 너네가 뭔 상관이냐

이렇게 소리지르고,

옆집 여자분은 계속 울고 있고 말야.

그러다 경찰분이 좀 단호하게

여자분한테 말하더라고

"지금 이 분 임의동행 하시길 원하시나요?

그렇다고 하시면 바로 임의동행하겠습니다."

그러자 여자분이 막 울면서

"네네, 원해요. 원해요." >

이렇게 말하니까, 경찰관 두 분이

옆집 남자 팔을 좌우로 잡아끌고

경찰차 태워서 어디론가 가더라고.

여자분은 울면서 계시다가,

말없이 듣고있는 나같은 사람들을 향해서

한 말인지는 몰라도

"밤늦게 죄송합니다." >

이렇게 나즈막하게 얘기하시고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셨어.

그리고는 한 일주일 됐나?

갑자기 새벽 1시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아 또 저사람..'이라고 생각은 들었는데,

그때 막 잠이 애매하게 든 참이어서

억지로 자다깨다 했던것 같애

근데 그 다음날도 새벽 1시에 세탁기가 돌아가.

이게 잠을 못드는게 아니라,

일단 잠들었다가 깨고나서,

다시 화가 난 상태로 자야하니까

스트레스때문에 잠이 안 드는거 있지.

그렇게 꼬박 날새우다가

해뜨기 전에 1시간 가량 자고

거의 하루에 3~4시간만 잤던 것 같애.

나는 일주일전에 본 것도 있고,

좀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그리고 그 다음날도 세탁기 돌아가니까

진짜 이성을 잃을만큼 화가 났었어.

소심한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화가 진짜 머리 끝까지 나서

새벽 2시인가? 문열고 나가서

옆집에 문을 쾅쾅 두드려서

"저기요 나와보세요!"

이렇게 말했어.

지금 생각해도 대체 뭔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어.

근데 그땐 정말 이성의 끈을 놔버렸다고

말하는게 맞을거야.

내가 계속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이 시간에 세탁기 돌리면 .. " >

뭐 이러쿵저러쿵 얘기했던것 같애

사람이 화가 나니까

막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막 속에 있는 이야기 미친 사람처럼 했어

그러니까 이상하게

안에 분명히 인기척이 들리다가

갑자기 인기척이 조용해 지고,

어느샌가 세탁기 소리도 안들리는거야.

그때 그냥 집 안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몰라도

문 막 두들기면서

"저기 좀 나와보세요!" 일케 소리쳤어

그러자, 문 안에서 자물쇠?

떠걱떠걱 해체되는 소리가 막 들리더니

문이 열리면서,

사람이 머리만 빼꼼 내밀더라구?

그 왜 음식 배달 왔을때

얼굴이랑 손만 빼꼼나오는것 마냥

그런데 옆집 여자가 아니라

며칠 전에 경찰이 잡아갔던 그 옆집 남자친구였어.

목소리로는 젊은줄 알았는데,

한 50대? 정도 되어 보이더라고

그 아저씨가 "와요?" 라고 하는데,

나는 좀 당황하긴 했어.

여자분이 나올 줄 알았으니까.

근데, 빡침 때문에 막 피가 도는 그런 기분 알지?

그 느낌의 힘을 빌어서 막 설명을 했어.

이 시간에 세탁기를 어쩌고 저쩌고

근데 아저씨가 당황한 기색도 없이

되게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하는거야.

근데 그 아저씨가 말을 하는데

뭔가 내 안에 소름이 쫙 끼쳤어.

아무말도 없이 그냥 서 있으니까

그 아저씨가 한참을 나를 노려보다가

"..안 할테니까 들어가소" 라고 말했어.

나는 뭔가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밤늦게 죄송했다고 말하고

방에 들어왔는데 뭔가 되게 찜찜한거야.

뭔가 설명하기 힘든데 엄청 찝찝한 느낌 있잖아.

다시 자려고 누워 봤는데,

찜찜한 느낌에 도저히 잠이 안와서

호기심에 현관문에 도어락을 살짝 열고

밖으로 나왔어

그때 살던 집이 빌라인데

1.5층이라고 해야 하나?

반지하가 있고, 2층까진 아니고

1.5층에 위치한 그런 곳 이었거든

그래서 건너편에 있는 집 담벼락에서 보면,

우리집 내부가 훤히 보였어.

그래서 우리집은 내가

창문에 아예 시트지를 붙여놨는데

다른 집들은 그냥 커튼치고 살았거든.

그래서 조심스럽게 길 건너집으로 가서

(거긴 항상 대문이 열려 있어서)

거기 집 계단으로 올라가서

옆집에 뭐하고 있나 훔쳐보려고 했어.

근데 안에 불은 켜져있는데,

커튼이 쳐져 있어서 하나도 안보이는거야.

실망하고 집에 들어 가려고 하는데,

내가 살던 건물이 좀 많이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 환풍구가 건물 벽을 통해서

집 밖으로 바로 연결된 구조였거든?

예전에 거기를 통해서

쥐가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온 적도 있었어.

그래서 우리집은 그 환풍구를 아예 막아놨는데,

옆집은 그 화장실 환풍구에

주황색깔 화장실 불빛이 보이는거야.

막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라고

거기로 가봤더니 그 환풍구가 좀 높이 있는데,

건물에 붙은 작은 담이라고 해야 하나?

반지하 사람들 밖에 보이는거 막아주는

그런 작은 담 같은게 있는데,

거기에 올라서면 간신히 그게 보이겠더라고

그래서 쓰레빠 신은 상태로 담벼락에 올라서서

↗ 요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올리고,

옆집 환풍구 안을 들여다 봤어.

고개를 슬쩍 들어서 그 안에를 힐끗 쳐다봤는데,

그 환풍구에는 빗살무늬라고 해야

대각선으로 된 격자무늬 같은 게

설치되어 있어서 가려져 있긴 했는데,

그 격자무늬 사이로 화장실 안에가 보였어.

근데 그 세면대 위에 비누 같은거 놓고 하는

그런거 있잖아?

거기에 아저씨인지 여자인지는 몰라도

사람 팔이 보였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래서

몸이 움츠려들어지는데,

근데 이게 그 순간에 되게 설명하기 힘든데,

엄청 이상했어.

기묘한 위화감이 들더라고

이게 뭐냐면, 그 세면대 같은게 이렇게 있는데

| _______ |

저기에 사람이 팔을 올려놓으면

오른팔을 올려놓는게 보통이잖아?

근데 거기 위에 내가 본 팔이 왼쪽 팔이더라고.

그 자세로 있으려면 화장실 벽을 마주보고

딱 밀착한 상태로 팔만 거기에 올려놔야 하니까.


아저씨가 여자분을

화장실 거기에 묶어놨나 보다 싶더라고.

내가 살짝 다시 들여다 보는데,

그 팔 끝에 아무것도 없는거야.

그 광경이 너무 기묘했어.

그러니까 팔은 기본적으로

끝에 몸통이 붙어있잖아?

근데, 그 끝에 암것도 없고,

그냥 팔만 거기에 놓여 있었어.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가서

멍하니 있었는데,

이게 사람의 '잘린 팔' 이라는걸

내가 인지한 순간에 너무 놀라서

발을 헛디뎌서 밑으로 굴러 떨어졌어.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위험하게 넘어졌는데,

그때는 뭐 그런거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애

아프고 뭐고 자시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당쾅쾅 했으니까.

그러자, 벽 안에서(그러니까 옆집에서)

그 스뎅 다라이?? 세숫대야??가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나는 너무 놀라 가지고

쓰레빠도 한쪽 벗겨졌는데,

그대로 막 미처럼 도망쳤어.

막 뒤돌아보고 할 겨를도 없어 가지고.

심지어는 쓰레빠 벗겨진 줄도 몰랐어

막 그대로 도망치고 보니까

쓰레빠 한쪽이 벗겨져 있더라고.

그래서 막 뛰어가지고

눈앞에 보이는 빌라 대문 열린거

위에 들어가서

3층인가 4층인가 까지 막 뛰어 올라가서

층계에 숨었어

거기서 사람이 너무 무서우니까

사시나무처럼 떨리더라고

그때가 겨울이라 제법 춥기도 했는데,

잠옷에 좀 두꺼운 후드 하나만 걸치고 나왔거든.

근데 그런거 신경 전혀 안쓰이고

오직 사람이 오는지 안오는지

인기척만 듣는데 신경이 곤두서더라고.

막 그아저씨가 나 잡으러 올 것만 같고

너무 무서웠어.

처음에는 막 사람 뛰어오는 소리

들려올 것 같고 그랬거든

근데 몇 분 기다려봐도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더라고.

그래서 이게 신고를 해야 겠다

무작정 그 생각만 들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근처 아무집이나 뛰어 들어가서

신고해도 되는건데,

내가 늘 소심하게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해야 겠다는 생각조차 안나더라고.

나중에 그 얘기를 다른 사람들 한테 했더니,

너가 막 당황해서 그렇다

당황하면 그런 생각도 잘 안든다

이렇게 얘기 해주시긴 하더라.

그때는 진짜 무슨 생각만 들었냐면,

왜 나는 폰 안들고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랑

휴대폰이 집 안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집에 다시 들어가서 폰을 들고 나와서

신고를 해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래서 진짜 무서워서

오줌싸고 싶은거 참아가면서

다시 집으로 조심스럽게 돌아갔어.

돌아갈때도

주변에 사람 발자국 소리는 안들리는지

신경 곤두세워가면서 말야

쓰레빠도 하나 밖에 없어서 발이 너무 시렵더라.

몇백미터 정도 되는데

집근처로 다시 돌아가는데만

너무 지쳐서 주저앉고 싶더라

그나마 머릿속에 옆집 사람이

무슨 소리는 들었겠지만,

그게 나인줄은 모를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애

그리고 멀찍히서 집이 보이는 곳까지

가까이 돌아가니까

옆집에 불이 꺼져 있었어.

내 쓰레빠도 담벼락 근처에 있었고 말야.

나는 혹시나 발자국 소리가 날까봐

쓰레빠 벗어서 두손에 들고,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갔어.

혹시라도 건물 안에서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거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까

센서등이 자동으로 켜지더라

나는 그것도 너무 무서웠어.

진짜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어서 벌벌 떨었어.

근데 문제는 그 전자 도어락이었어.

들어갈때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뚜뚜 소리가 나잖아?

그거 소리 듣고 아저씨 옆집에서 튀어나올까봐.

진짜 개무서웠어.

후드티 벗어가지고 최대한 도어락에 감싸고

(소리 안들리게) 버튼 누르는데

하나 누를때마다 무서워서 질식할 것 같았어.

그때 도어락 비밀번호 6자리로 해놨는데,

짧게 해둘걸 하고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밖에 안했던것 같애

그리고 띠리리 하고 그 멜로디 소리 들리잖아?

그거 소리 들리고 막 심장 쿵쾅쿵쾅 거리면서

문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자 마자

도어락에서 건전지 빼서 소리 안나게 막았어.

( 미리 그래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 와중에 건전지 하나 떨어뜨려서

소리 나고 그래서 미치는 줄 알았어)

그리고 집 안에 들어가자 마자

휴대폰이랑 지갑이랑 패딩입고

그대로 바로 튀어나왔어.

근데 그때서야

집 근처에서 한 300미터 떨어진

복지원 옆에 파출소가 있는게 생각나더라

그래서 막 거기로 뛰어갔어.

막 도착해서 파출소에 불이 켜져 있어서

들어갈려고 막 유리문 밀었는데,

문이 안열리는거야.

보니까 문앞에 부재시 순찰 어쩌고

팻말이 붙어있는데

진짜 진심 육성으로 쌍욕 나왔어

일단 112에 전화를 해서

신고를 해야겠다 싶어서

전화를 하니까 112 전화는 받으시더라고,

그래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옆집 화장실을 들여다봤는데,

안에 사람 팔이 있었어요!

하는게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한거야

그래서, 대충 옆집에서 사람이 싸우고

비명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최근에 못뵌 것 같아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고

주소 알려드렸어.

그리고 그 다음에 부모님한테 전화 드렸더니,

자초지종을 들으시곤돈은 상관없으니

지금 당장 택시 잡아타고

집으로 오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옆에 택시 하나 타고 집에 가는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내내 졸았어.

나는 내가 그상황에

잠을 잘 수 있을지 몰랐는데,

이상하게 막 졸음이 쏟아지더라고.

집에 도착하니까 부모님 미리 나와 계시고

부모님 얼굴 보자마자 엉엉 울음이 나더라.

진짜 새벽에 막 울고 난리 났었어

우리끼리는 큰일날뻔했다고.

근데 사람이 진짜 간사한게 그 상황이 됐어도

내가 겪은걸 솔직히 얘기하진 못하겠더라.

괜히 남의 집 들여다봤다고 하면

욕만 먹을까봐 적당히 막 둘러댔어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에 출근 못하겠다고

회사에 말하고 나서, 집에서 쉬는데

그렇게 안도감이 들 수 없더라.

근데 오후에 약간 회사에서

썸 비슷한거 타고 있던

대리님한테 전화가 왔어

'괜찮냐고'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내가 무슨 일있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살던 곳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됐대.

그 얘기 듣는데, 온 몸에 소름이 다 돋았어

이게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는 없는데

바로 직감했어. 그 사람이다.

그리고 뉴스에도 났다길래 전화끊고,

홀린듯 검색해보니까 진짜였어.

우리집 근처에

유치원 건물 근처에 공터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어젯밤에 '누군가'가 시체를 유기해서

불에 태운 흔적이 발견됐대

제일 소름돋는 점은 발견된 시신이

다리 두 쪽과 '팔이 하나 없는'

시체였다는 점이야.

뉴스에 나온 시체가 발견된 시간을 보니까

새벽 2시인가 3시였어.

공터에 불이 피어오르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 불빛을 보고 경찰에 신고 했대

그러니까, 옆집 아저씨는

내가 담벼락에서 넘어진 소리를 듣고서

시체를 그 공터까지 끌고 가서 불태웠고,

누군가가 그 불태운 불빛을 보고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시체를 발견한 시간에

내가파출소로 갔었던 거야.

진짜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

그제서야 세탁기 소리는

실제로 세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체를 자르는 소음을 가리기 위해서

세탁을 하는 척 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지난 며칠동안

세탁기 소리에 잠을 못이루는 동안

그아저씨는

옆집 여자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냈었고,

어제는 팔을 하나 잘랐던 거겠지.

만약에 내가 집에

전화기를 가지러 돌아오는 사이에

그 아저씨와 내가 마주쳤다면?

혹은 내가 문을 두드렸을때,

아저씨의 손에 묻은 핏물이라도 발견했다면?

아마 나도 그 아저씨네 욕실에 끌려가서

세탁기 소리와 함께

토막토막 나고 있진 않았을까?

진짜 죽음을 목전에 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나중에 병원 상담 받으면서 들은 얘기로는

공황 발작 비슷한거였다고 하더라)

그 뒤로 옆집 아저씨가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전해들었어

나중에 뉴스에 나왔는데,

도박빚 때문에 싸우다가 그랬다고.

팔이랑 다리는 근처 고속도로 밑에

수로에서 발견됐다고 하더라.

진심 소름돋았던 부분은

아저씨가 그렇게 시체를 유기하고나서

집에 다시 돌아왔다는 부분이야.

다음날 오후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고 하더라.

나는 아직도 그 아저씨가

날 잡아 가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갔던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

그렇게 보자면, 난 참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어.

우리 부모님이 토막난 나를

뉴스에서 보셨을지도 모르겠으니까.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208181482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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