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가 된 '슈퍼 리치 하우스'

A House of Luxury

시대를 대표하던 과거 대부호들의 자본과 취향이 깃든 저택은 당대 예술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여행 장소다. 럭셔리한 공간과 뮤지엄 부럽지 않은 컬렉션으로 여행자를 불러 모으고 있는 세계 곳곳의 슈퍼 리치 하우스 여섯 곳을 소개한다.


  • 이탈리아 피렌체

포시즌스 호텔 피렌체
Four Seasons Hotel Firenze

Ⓒ VITALE, PETER PHOTO COURTESY OF FOUR SEASONS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하며 피렌체에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메디치 가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포시즌스 호텔 피렌체는 코시모 데 메디치와 피에로 데 메디치의 피후견인이자 피렌체공화국의 수상을 지낸 바르톨로메오 스칼라를 위해 15세기에 지어진 델라 제라르데스카 궁전(Palazzo della Gherardesca)과 16세기의 수녀원이었던 라 빌라(La Villa)를 포시즌스 사에서 인수해 2008년 오픈한 5성급 럭셔리 호텔이다. 최근에는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매해 전 세계 580여 명의 호텔 및 여행 업계의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세계 50대 베스트 호텔 2023(The World’s 50 Best Hotels 2023)’에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객실 내부에서 르네상스 시기의 프레스코화를 감상하는 예술적 경험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포시즌스 호텔 피렌체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의 미슐랭 레스토랑과 브라질의 품격 있는 레스토랑 네토(NETO)를 거쳐온 셰프 파올로 라베치니(Paolo Lavezzini)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토스카나 요리를 선보이는 미슐랭 레스토랑 일 팔라지오(Il Palagio)와 피렌체에서 가장 큰 프라이빗 정원인 제라르데스카 정원이 완벽히 우아한 휴식을 선사한다.

홈페이지 www.fourseasons.com/florence


  • 포르투갈 신트라

헤갈레이라 별장
Quinta da Regaleira

Photo courtesy of Fundação Cultursintra FP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르투갈 신트라에 자리한 별장. 원래 헤갈레이라 자작 부인의 소유지였던 곳을 1892년 브라질 출신의 백만장자 카르발류 몬테이루가 사들인 후, 루이지 마니니에게 건축을 맡겨 1910년 완공되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가 1997년 신트라시에서 인수하면서 여행객의 방문을 허용했다.

Photo courtesy of Fundação Cultursintra FP

예술, 철학, 과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섭렵했던 카르발류 몬테이루와 당시 오페라 무대를 연출하는 시노그래퍼(scenographer)로도 활약하던 천재적인 이탈리아 건축가 루이지 마니니의 만남은 창조적인 건축물을 낳았다. 15~16세기에 포르투갈에서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아 유행했던 마누엘 양식을 비롯해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양식 등 여러 건축양식이 혼합돼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Photo courtesy of Fundação Cultursintra FP

지옥을 모티프로 한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지하 우물, 건물들을 잇는 동굴 터널, 신비로운 분위기의 연못, 오르페우스·디오니소스·헤르메스 등 그리스 신들의 조각상이 자리한 정원 등 판타지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가득하다.

홈페이지 regaleira.pt


  • 프랑스 파리

메종 카유보트
Maison Caillebotte

©Sébastien Erras PHOTO COURTESY OF 프랑스 관광청(france.fr/ko)
©Christophe Brachet PHOTO COURTESY OF 프랑스 관광청(france.fr/ko)

파리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근교 도시 이에르(Yerres)는 프랑스인 사이에서 ‘또 다른 지베르니’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1876년 클로드 모네는 친구인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살던 이에르를 방문했는데, 이때 그가 본 이에르 강변의 풍경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훗날 모네가 지베르니에 조성한 정원에 영감을 주었다고. 메종 카유보트는 당시 이에르에서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거주하던 장소다. 모네와 마찬가지로 인상주의 화가였던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나폴레옹의 군대에게 군복을 비롯한 전쟁 물자를 공급하며 큰 부를 축적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상당히 부유했다. 그는 모네의 스튜디오 집세를 잠시 내주기도 하고, 당대 프랑스 인상주의를 이끌었던 마네, 르누아르, 피사로 등의 작품을 60여 점 이상 구매하며 적극적으로 후원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후원자로서도 명성을 날린 카유보트가 가족과 함께 1860년부터 1879년까지 거주했던 메종 카유보트 곳곳에서는 그가 남긴 인상주의의 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마구간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아트센터 라 페름 오르네(La Ferme Ornée)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새로운 전시가 열리며, 스위스식 목조주택 건물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커피숍인 카페 귀스타브(Café Gustave)나 집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공원은 인상주의 시대로 떠나는 예술 여행에 여유를 불어넣는다.

홈페이지 www.maisoncaillebotte.fr


  • 말레이시아 페낭

청팟제 맨션
Cheong Fatt Tze Mansion

Photo courtesy of Cheong Fatt Tze-The Blue Mansion

‘동방의 록펠러’라 불리던 19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거상 청팟제가 중국 남부에서 장인들을 초청해 건축한 저택. 건물 전체가 푸른빛을 띠어 ‘블루 맨션(Blue Mansion)’이라고도 불린다. 청팟제 맨션은 중국 전통 가옥의 세련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동서양을 잇는 무역의 중심 인물로 활동했던 청팟제가 지은 건축물답게 동서양의 문화와 미학이 유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Photo courtesy of Cheong Fatt Tze-The Blue Mansion

스코틀랜드의 주철로 만든 밸러스터와 광둥의 나무 격자, 밝은 컬러의 자기 파편을 사용해 건물의 지붕이나 박공 등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국의 건축 기법인 치엔니엔(Chien Nien)과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이 대구를 이루는 식이다. 이러한 독특한 건축미 덕분에 <인도차이나(Indochine)>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 등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현재 호텔로 운영되고 있어 직접 투숙할 수 있으며, 매일 2회 진행되는 45분가량의 투어를 통해 리셉션홀과 안마당, 2층 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Photo courtesy of Cheong Fatt Tze-The Blue Mansion

만약 청팟제 맨션에 흥미를 느꼈다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페라나칸 맨션도 함께 방문해볼 것. 19세기 중국인 대부호 청켕퀴의 주택이자 사무실로 사용됐던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로 이주한 중국인 남성과 현지 여성이 결혼해 낳은 후손인 페라나칸(Peranakan)들이 사업을 통해 쌓은 부와 해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고유한 페라나칸 문화를 전시한다.

홈페이지 cheongfatttzemansion.com


  • 일본 나고야

후타바관
Cultural Path Futaba Museum

Photo courtesy of Cultural Path Futaba Museum

나고야성에서부터 도쿠가와정원까지 이어지는 문화의 길은 일본의 근대산업을 선도했던 기업가들이 모여 살던 장소로,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다이쇼 시대를 거쳐 쇼와 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어진 흥미로운 건축물이 즐비하다. 이곳에 자리한 후타바관은 일본 최초의 여배우였던 가와카미 사다야코와 ‘전력왕’이라 불리던 사업가 후쿠자와 모모스케가 함께 거주했던 저택이자 사교계의 무대가 되던 장소다.

Photo courtesy of Cultural Path Futaba Museum

1920년 완공, 2005년에 복원되었으며 오렌지색 지붕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장식된 대연회장에서 서양의 영향을 받았던 다이쇼 시대 특유의 낭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력왕’의 집이었던 만큼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전기 설비가 사용되었다고. 후타바관은 다이쇼 시대에는 후타바 궁전이라고 불리었으며, 현재는 사다야코의 애장품과 로컬 문학 자료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Photo courtesy of Cultural Path Futaba Museum

한편 근처에는 도자기 무역상으로 활약한 이모토 타메사부로가 다이쇼 시대 말기부터 쇼와 시대 초기에 걸쳐 지은 저택인 슈모쿠관, 도요타 그룹 창립자의 동생이자 도요타 자동 직기 제작소의 사장을 역임했던 도요타 사스케가 살던 저택, 도자기 무역상으로 성공해 타이요쇼코 주식회사를 설립한 하루타 데츠지로 저택 등이 있으니 함께 둘러볼 것.

홈페이지 futabakan.jp

  • 미국 캘리포니아

허스트 캐슬 Hearst Castle

Photo courtesy of gnohz / Shutterstock.com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의 샌 시메온(San Simeon) 지역에는 하나의 마을이라 착각할 만한 규모의 초호화 대저택, 허스트 캐슬이 있다.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캘리포니아의 최초 여성 건축가 줄리아 모건과 함께 스페인어로 ‘매혹의 언덕(Enchanted Hill)’을 뜻하는 ‘라 쿠에스타 엔칸타다(La Cuesta Encantada)’를 테마로 구상한 건물이다. 1919년부터 1947년까지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됐으며, 이후 1957년에 허스트 사가 저택과 일대 부지를 캘리포니아주에 기부해 현재는 캘리포니아 주립 역사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Photo courtesy of gnohz / Shutterstock.com

허스트 캐슬은 165개의 방과 51헥타르에 이르는 정원, 테니스 코트, 극장, 심지어 비행기 활주로까지 갖추고 있다. 허스트 캐슬의 중심이자 스페인 론다의 산타마리아라마요르 교회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카사 그란데(Casa Grande)를 비롯해 카사 델 솔(Casa del Sol), 카사 델 마르(Casa del Mar), 카사 델 몬테(Casa del Monte), 총 네 개의 거주용 건물과 넵튠 풀(Neptune Pool), 실내 수영장 로만 풀(Roman Pool) 두 개의 수영장이 있다. 특히 넵튠 풀은 그 장엄함과 화려함으로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수영장’이라 일컬어지며, 광활한 자연을 파노라마 뷰로 조망할 수 있다. 또한 허스트 캐슬에서는 생전 아트 컬렉팅에 천착했던 허스트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천 점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천문학적인 규모와 콘텐츠를 자랑하는 허스트 캐슬을 여행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 중 취향에 맞는 옵션을 골라 참여하는 것.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후 이용하자.

홈페이지 www.hearstcastle.org

written by LEE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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