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손주영-에르난데스 ‘완벽투’ 결국 LG가 웃었다··· KT ‘마법의 가을’도 끝났다[준PO5]
뒤가 없는 총력전, 마지막 순간 웃은 건 결국 LG였다. 선발 임찬규부터 중간 손주영, 마지막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까지 경기 전 그렸던 그림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LG가 11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에서 KT를 4-1로 꺾고 시리즈 최종 승자가 됐다. LG는 이제 대구로 이동해 13일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선발 임찬규가 6이닝 1실점 호투로 2차전에 이어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3전 2선승제 시리즈에서 홀로 2승을 따냈다. 뒤이은 손주영과 에르난데스도 각각 무실점 피칭을 했다.
임찬규는 1회 첫 타자 김민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가뿐하게 출발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먹힌 타구 외야 뜬공으로 잡아냈고, 장성우도 역시 외야 뜬공 처리했다. 장성우가 팔만 돌려 때린 듯한 타구가 의외로 멀리까지 날아갔지만, 넓은 잠실 구장 왼쪽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고 말았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임찬규는 6회까지 큰 어려움 없이 KT 타자들을 계속해서 잡아냈다. 정규시즌 직구 평균구속 140㎞를 간신히 기록했던 투수가 이날은 최고구속이 146㎞까지 나왔고, 크게 벗어나거나 몰리는 공 없이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으로 꽂혔다.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KT 타자들을 괴롭혔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임찬규는 7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때까지 던진 공이 모두 80개. 투구 수만 따지면 충분히 더 던질 만해 보였다. 그러나 앞선 이닝까지 워낙 전력투구했던 탓일까, 7회 첫 타자 장성우에게 안타를 맞았다. 후속 강백호에게는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줬다. 염경엽 LG 감독은 그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경기 전 공언한 대로 좌완 손주영을 2번째 투수로 올렸다.
손주영이 내야 땅볼로 승계 주자 1명을 불러들였을 뿐 추가 실점 없이 7회를 막았고, 8회까지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에르난데스가 9회 마운드에 올라 준PO 5경기 개근 기록을 세우면서 무실점으로 마지막 이닝을 처리하고, LG의 시리즈 승리를 확정 지었다.
임찬규와 손주영, 에르난데스가 물 흐르듯 배턴을 이어받으며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 사이 LG 타자들은 찬스마다 집중력 있는 타격으로 경기 내내 우세를 취했다. 1회부터 오스틴 딘과 김현수의 2루타로 먼저 2득점 했고, 3회 오스틴의 희생플라이와 7회 문성주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4차전 아쉬운 수비를 쏟아내며 자멸했지만, 이날은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회 KT 선두타자 강백호가 오른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우익수 홍창기가 곧바로 공을 주워들어 정확한 2루 송구로 잡아냈다. 5회 1사 1루에서는 문보경이 3루쪽 처리가 쉽지 않은 느린 땅볼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날 가장 큰 위기였던 7회 1사 만루에서도 오스틴이 머리 뒤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바운드 큰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투수들의 호투로 위기 자체를 최소화했고, 몇 없었던 위기까지 야수들이 호수비로 지워냈다.
와일드카드 결정 진출전부터 ‘지면 끝’인 경기만 4차례를 이겨내며 끈질기게 버텨왔던 KT는 결국 ‘5번째 위기’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가혹한 순간들이 워낙 여러 번이었기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무뎌진 스윙으로 상대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실책 3개가 나왔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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