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사고 원인, 충돌 선박 등 알려진 내용은?

날이 밝아오며 붕괴된 교량 잔해에 얽힌 컨테이너선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른 새벽, 컨테이너선 한 대가 교각과 충돌하며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근처 유명 교량이 붕괴했다.

충돌로 인해 당시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 여러 대가 패탭스코강으로 추락했으며, 현재 구조대가 출동해 7~20명 정도로 추정되는 이들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란?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혹은 ‘키 브리지’라고도 불리는 이 사고 교량은 지난 1977년 개통됐다. 미국 국가의 작사가로도 유명한 19세기 메릴랜드주 시인 프랜시스 스콧 키를 기리는 이름이다.

다리의 길이는 2632m로, 파탑스코강과 볼티모어 항구를 가로지른다. 파탑스코강은 미국에서도 가장 큰 만인 체서피크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연속 트러스교다. 그 최대경간장이 무려 1200피트(약 365m)로,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길다.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26일 새벽 1시 30분경, 컨테이너선 ‘달리’호가 교각 중 하나를 들이받은 후 순식간에 교각 대부분이 붕괴한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와 해외 주요 다리의 길이 비교

당시 교량 위엔 다수의 사람이 있는 것으로 목격됐으며, 이후 제임스 월러스 볼티모어 소방서장 또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당국은 당시 교량을 수리하고 있던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 이 중 포함되며, 사고 당시 교량 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새벽 1시 50분으로, 교량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보고했다.

현재 대규모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잠수부들도 동원돼 항구와 차가운 강물 속에서 피해자들을 찾고 있다.

현지 관료들은 “일부 화물 혹은 교정 장치가 다리에 매달려 있어” 위험하고 안정되지 않은 환경이었다며, 그 결과 구조대도 매우 조심스럽게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물속에서 2명이 구조됐는데, 월러스 서장에 따르면 1명은 별다른 외상이 없으나, 나머지 1명은 중태라고 한다.

현재 항구의 수온은 약 9℃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온이 35℃ 이하로 내려갈 경우 저체온증이 일어날 수 있다.

볼티모어 소방 당국은 수중 음파 탐지기로 추락한 차량들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선박에 대해 알려진 바는?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는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사인 ‘오션벌크’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컨테이너선이다.

글로벌 해운 대기업인 ‘머스크’사의 성명에 따르면 현재 이 선박은 용선 기업인 ‘시너지 마린 그룹’이 운영하고 있으며, 머스크사가 일시적으로 임대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울러 머스크 측은 머스크 고객사들을 위한 화물이 실려 있긴 했으나, 자사 직원들은 승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선 '달리'호

달리호는 현지 시각으로 26일 밤 12시 24분경 볼티모어항의 ‘시거트 마린 터미널’을 출발해 스리랑카 콜롬보로 향할 예정이었다.

출항 이후 달리호는 꾸준히 속도를 높이며 파탑스코강을 따라 남동쪽으로 직진하는 항로를 따랐다.

달리호의 항로

그러다 새벽 1시 25분, ‘해양 교통’ 데이터에 따르면 달리호는 갑자기 직진 항로에서 이탈했으며,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영상에 따르면 이 무렵 선박 외부의 모든 조명이 갑자기 꺼지고 선박의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각과 충돌하게 된다.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가 입수한 미국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 내부의 기밀이 아닌 문건에 따르면 달리호는 “추진력을 잃었다”고 한다.

시너지 마린 그룹 측은 모든 승조원은 인도 국적자이며, 도선사 2명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부상자는 보고된 바 없다고 전했다.

시너지 마린 그룹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한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도선사 2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이러한 충돌 사고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해운 전문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엔진 고장, 조종 실패, 발전기 고장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달리호는 이번이 첫 사고가 아니다.

지난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 항에서 출항하던 중 선미가 부두를 따라 긁히며 일부 선체가 망가졌다. 당시엔 부상을 입은 이도, 유출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볼티모어 항구 내 해운 활동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사고 교량의 위치를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간 해당 지역의 도로 교통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4차선으로 이뤄진 해당 교량은 ‘볼티모어 벨트웨이’라고도 알려진, 볼티모어시 외곽 순환도로인 ‘695번 주간 고속도로’의 일부로, 이곳을 지나는 차량만 해도 매년 약 1150만 대에 달한다.

사고 교량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

볼티모어시와 가까운 터널을 통해서 여전히 항구를 가로지를 수 있지만, 사고 직후 지역 당국은 우선 심각한 교통 문제를 예상해 ‘주요 교통 경보’를 선포한 상태다.

특히 위험물 운반 트럭이 이번 사고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험물을 실었을 경우 터널 대신 다리로만 항구를 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고가 해운에 미칠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컨테이너 운송 전문가인 라스 얀센은 이번 사고가 “미국의 수출입업자들에겐 미 동부 해안에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얀센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서 다른 항구로 향해야 할 화물만 약 2만1000유닛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상선이 볼티모어 항구에 갇혀 있다”고 한다. 컨테이너선은 없으나 벌크선은 몇 척 있다.

2023년 기준 차량 약 80만 대가 해당 항구를 통과해 수입된 화물 130만 톤을 실어 나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얀센은 운송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글로벌 무역 관점에선 이번 사건이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