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만인이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예요. '하와이안 피자'를 두고 벌어진 호불호 논쟁처럼, 토핑 취향은 있을지언정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드물죠. 특히 한국은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만큼이나 피자에 '진심인' 나라예요. 토핑이 듬뿍 담긴 미국식 피자에서 좀 더 나아가 각종 해산물, 야채, 고기, 매콤한 소스까지. 한국인 입맛에 제격인 토핑들을 개발하며 'K-피자'만의 영역을 구축했죠.
이 중심엔 한국의 피자 3대장이라 불리는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피자헛'이 있어요. 이들은 제 브랜드만의 개성 있는 메뉴들을 내세우며 국내 피자 시장을 지배해왔는데요. 아쉽게도… 이제 피자 3대장이란 말은 옛말이 됐어요. 배달 주문 어플만 보더라도 수십 개의 피자 브랜드들이 소비자를 반기고 있거든요. 한때는 각광받던 프리미엄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이 이제는 주춤하게 된 그 이유,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피자 한 판에 4만 원인 시대가 '열려버렸다'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업계에선 '성장이 멈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 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2020년에는 1조 5000억 원, 지난해에는 1조 200억 원 규모로 감소했죠. 더 눈에 띄는 건 프리미엄 피자 프랜차이즈들의 매출 급감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국내 피자 3대장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어요. 지난 해 1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의 2021년 매출은 2235억 원으로 2020년(2328억 원)보다 4% 감소했어요. '미스터피자'는 467억 원에서 321억 원으로 31%, '피자헛'도 1197억 원에서 966억 원으로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죠.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지만, 이들이 가격 경쟁 측면에서 밀리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요.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최근엔 '미스터피자'가 4~5% 가격 인상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로 인해 '미스터피자' 라지 사이즈의 평균 가격이 4만 원에 육박하게 됐어요. 드디어, 아니 결국. 피자 한 판에 4만 원인 시대가 열린 거예요. '도미노피자' 역시 배달비를 받기 시작했어요. 기존엔 자사앱 주문 시 배달이 무료였지만, 이젠 5만 원 이하 구매 시 2천 원의 배달비가 추가돼요. 시원하게 주문 버튼을 누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형성됐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어요.
물론 프리미엄 피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원인이 오롯이 가격 인상 때문만은 아니에요. 프리미엄은 언제나 '프리미엄 값'을 해왔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도 소비자들은 주문을 망설이지 않았거든요. 가격 인상과 더불어 생각보다 다양한 현상이 얽혀있다고 볼 수 있어요.
프리미엄 피자 수요가 줄고 있는 이유
∙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
건강 열풍, 배달 음식의 다양화로 피자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좀 더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이유들이 있어요. 우선, 1인 가구의 증가예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972만 4256가구를 기록했어요. 1,000만가구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죠. 현재 1인 가구가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1%에 달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1인 가구는 피자 소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혼자 피자 한 판을 소화하기엔 양도 많죠. 프리미엄 피자는 더더욱 손이 덜 가요. 혼자 먹는 배달 음식에 4만 원을 소비하는 일은 꽤나 굳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의 피자가 선택지로 존재하는 만큼, 프리미엄 피자가 1인 가구의 선택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특히 2023년 소비 키워드로 '자린고비'가 떠올랐을 만큼 요즘 세대들은 합리적인 소비에 민감해요. 자신들의 기준과 어긋나는 소비는 과감히 포기하죠.

∙ 혼자를 즐기는 문화
혼밥, 혼술 문화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비슷한 맥락이에요. 코로나19의(COVID-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혼자서' 먹고 즐기는 문화가 주류로 자리 잡았죠. 피자는 파티의 성격이 강한 편이에요. 회사든, 집들이든, 행사장이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죠. 40명이 먹기 위해 주문하는 프리미엄 피자 10판은 꽤 합리적으로 느껴지곤 해요. 허나 혼밥, 혼술엔 자연히 가성비 피자를 찾게 되는 현상. 어쩌면 당연한 일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