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아내 집에 온 남편… 헌재 “주거침입 아냐”

방극렬 기자 2023. 10. 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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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혼소송 중 아내 명의의 빈 집에 들어간 남편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주택 매매 대금 상당 부분을 남편이 부담했고, 이 사건 직전까지 10년 넘게 혼인생활을 유지해왔다는 등의 사정이 참작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남편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6일 취소했다. 헌재는 “A씨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보기 어렵다”면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기소유예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기소 및 처벌을 하지 않는 처분이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아내 B씨와 결혼해 10여 년간 혼인 생활을 이어왔다. A씨는 강원, 충남 등지의 목욕탕에서 근무하며 2019년 경기 안산시에 아내 명의의 집을 마련했다. A씨는 이 집을 구입하는 대금과, 건강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아내의 생활비 상당 부분을 부담했다.

그러나 아내 B씨가 2021년 6월 A씨에게 이혼을 청구하며 문제가 벌어졌다. 이혼할 생각이 없던 A씨는 그해 8월 초 가진 휴가 기간 중에도 안산의 집에 머물렀다. 같은 달 18일 A씨가 집에 찾아오자, B씨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일방적으로 거절했다. 2주 후 다시 집을 찾은 A씨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주택에 함께 거주하던 A씨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거나 집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A씨가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배우자로서 출입 비밀번호를 알았고, 집 안에 자신의 짐이 여럿 있었던 점, A씨가 주택 매매 대금과 생활비를 상당 부분을 부담한 점 등도 주거침입죄 불성립의 근거가 됐다.

헌재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동생활을 해온 부부 관계에서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동거주자 사이 관계, 주거의 이용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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