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말고 MC 보러 사녹 갑니다

ㅣWriter. 낭낭

30주년을 맞은 《2026 SBS 가요대전》이 사상 처음으로 12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개최된다. 이전보다 하루가 늘어난 만큼 MC에 대한 주목도 상당하다. MC들의 조합명이 생길 만큼 팬덤에게 ‘음악방송 MC’는 새로운 맥락에서 자신의 아이돌을 해석할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026 SBS 가요대전 SUMMER》에서 MC에 대한 잡음이 있었던 만큼, 인지도 외에도 팬덤이 요구하는 역량에 주목한 MC 발탁이 중요해 보인다.

©SBS PLAY

《2026 SBS 가요대전 SUMMER》에서 MC로 발탁된 시온, 성찬, 이안은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확정 당시에도 대형 소속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생방송에서는 제작진과 MC 간의 소통 착오로 제작진이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이 그대로 송출되면서 해당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뉴스엔

이처럼 사실상 분량 자체가 많지 않음에도 일명 ‘음방 MC’에 대해 팬덤은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팬덤과 방송사가 MC에게 기대하는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방송사에게는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얼굴, 아이돌과 팬덤에게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기회라는 교차성을 가진 ‘음방 MC’. 팬덤은 과연 어떤 MC에 열광할까?

청룡영화상 하면 김혜수, 가요대제전 하면 누구?

MBC 《가요대제전》은 2015년부터 지난 10년간 소녀시대 윤아를 MC로 선정했다. 때문에 《가요대제전》 하면 윤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윤아가 가지는 프로그램의 상징성은 작년 MC 교체 당시의 논란을 통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유튜브 ‘소시타임즈SNSDTIMES’

2025년 새롭게 발탁된 MC는 올데이 프로젝트의 애니였다. 당시 일부 보도에서는 연차가 낮은 신인이라는 점과 잘 알려진 집안 배경이 맞물리면서 특혜 논란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배우근. ‘데뷔 5개월 신인’ 애니, 10년 차 윤아 대체…특혜vs파격vs실력.).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 오랜 기간 진행한 MC를 교체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중의 의문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다. 지난 10년간 대중들은 ‘소녀시대’라는 걸그룹의 역사와 연기 활동으로 얻은 전 세대의 선호를 윤아에게 투영했다. 한 해의 가요계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윤아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이끌고 출연진을 소개하는 일종의 ‘관리자’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인물의 화제성과 100% 등가교환되기는 어렵다.

©MBC

그렇다고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인물만이 차기 MC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대중에게 각인된 신뢰와 상징성을 낮은 연차의 신인에게 요구하는 것부터가 무리일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MC가 프로그램에 다른 매력을 입힐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방송사는 새 MC가 가지는 이미지가 프로그램이 꾀하는 변화와 어떻게 일치하는지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발탁된 인물을 통보하는 ‘인사 조정’ 형식의 기사는 대중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팬덤 역시 연차나 단편적인 방송 장면만으로 MC를 판단하지 말고, 비교를 빙자한 비난은 삼가야 할 것이다.

대본 말고 자기 자신을 잘 읽는 MC

그럼 팬덤이 매력을 느끼는 MC는 어떤 모습일까. 안정적인 진행 실력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팬들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대본을 틀리지 않고 읽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NCT127 공식 'X'
©SBS연예뉴스

2019년부터 1년 4개월간 《인기가요》 MC를 맡았던 NCT 재현, 몬스타엑스 민혁, 나은의 ‘민나현’은 MC 종료 당시 《인기가요》 PD가 직접 아쉬움을 드러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물 잠옷, 직업별 의상, 영화 캐릭터 패러디까지 상황극과 코디를 자연스럽게 해내며 매주 이들을 기록하는 SNS 계정도 다수 생겨났다. 매주 콘셉트에 맞춘 의상과 케미를 보여줬고, 방송사도 매주 MC 컷 모음을 제작해 공식 채널에 업로드하는 등 이들의 인기에 발맞추기도 했다. 이들이 커버한〈바다〉무대는 조회수 600만을 넘기며 MC로서는 큰 화제성을 증명했다. 영상에는 MC를 보기 위해 음악방송을 본다는 댓글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유튜브 ‘SBSKPOP X INKIGAYO’

결국 대중들이 보고 싶은 MC는 대본보다도 ‘자기 자신’을 잘 읽어내 대중에게 전달하는 MC가 아닐까. 음악방송 MC는 일자리인 동시에,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매력을 발굴할 수 있는 채석장이다. 낯을 가린다면 어색함을 극복하려는 모습에서, 원래 활발한 성격이라면 이를 잘 활용해 화제를 스스로 발굴하는 모습에서 팬들은 매력을 느낀다. 심지어 방송사는 대본으로 이를 실현할 장을 마련한다. 컴백 인터뷰부터 챌린지, 상황극까지 다양한 요소는 그 자체로 MC만의 자체 콘텐츠다.

팬들은 내 아이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집단이다. 매력을 어필하라고 떠먹여 주는 상황극 대본이나 챌린지도 기계적 업무로 여기는 태도는 일상의 모습을 아는 팬들이 가장 잘 알아챌 것이다. 팬덤 입장에서도 소속사의 요청으로 MC 자리를 맡고 문장을 읽기만 하는 기계적인 내 아이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는 대형 소속사 출신 아이돌 MC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형 소속사는 그 자체로 기회이자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을 보장하고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그 아이돌의 행보에 소속사를 투영해서 보기 때문이다.

©TEN스타필드

2025년 2월에는 하츠투하츠 에이나가 정식 데뷔도 하기 전 MBC 《쇼! 음악중심》 MC에 선정되었다. 당시 대중들은 소속사의 영향력에 분명한 의문을 제기했고, 일부 언론에서도 아직 가수 활동조차 없었던 신인의 발탁 소식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진행 실력이 아니라 소속사의 영향력이 역으로 작용한 사례다. 이처럼 팬들에게 데뷔 극초기의 무리한 MC 발탁은 오히려 소속사의 성의 없는 마케팅으로 보이기 십상이라는 점을 이제는 소속사뿐만 아니라 방송사도 인지해야 한다.

고정 MC를 찾는다면 등잔 밑부터

그렇다면 대형 소속사 아이돌을 MC로 뽑지 말아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대형 소속사의 이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전 세대적 아이콘을 선호하는 것은 시청률을 중시하는 방송사로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고정 MC 발탁 이전에 MC들의 조합적 매력을 시험할 수 있는 ‘스페셜 MC’는 MC 발굴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M COUNTDOWN 공식 'X'

Mnet 《엠카운트다운》의 MC였던 ‘샤인멍또캣’ 역시 처음부터 고정 MC 조합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명재현과 소희는 2023년에 이미 스페셜 MC로 성한빈과 호흡을 맞췄으며, 당시 세 사람의 진행과 케미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Mnet 역시 2024년 고정 MC 발탁을 발표하며 스페셜 MC 당시의 호응을 언급하기도 했다(박소영, ‘'엠카운트다운' MC 교체..성한빈x명재현x소희 '5세대' 총집합’).

©유튜브 'Mnet K-POP'

‘샤인멍또캣’이라는 조합명 역시 고정 MC 발탁 소식에 호응한 팬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방송사는 조합명 선정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했고, 소속사 역시 MC 활동의 비하인드를 자체 콘텐츠로 제작했다. 스페셜 MC로 대중의 반응을 검증해 효과적으로 정식 MC 자리에까지 적용한 사례이다.

더불어 유료 소통 앱, 개인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기 PR이 가능한 현시점에서 대중이 원하는 MC를 발굴할 경로는 매우 넓어졌다.

올해 3월 《엠카운트다운》의 MC로 선정된 킥플립 계훈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계훈은 팬 소통 플랫폼에서 능청스러운 ‘플러팅’ 멘트로 화제를 모았고, 이에 타 팬덤도 반응하며 그의 소통 방식에 대한 별칭인 ‘계랄’이라는 단어도 유행했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정말 대중의 눈에 거슬리고 싶었다. 눈이 가야 귀도 가는 거니까”(이지은. ‘JYP 막내’ 킥플립, ‘킥랄’으로 컴백…‘대중의 눈에 거슬릴 것’.”)라고 언급했다. 팬들과의 대화에서 그 매력을 스스로 검증한 계훈은 이후 《엠카운트다운》에서도 대본에 자신만의 플러팅을 접목했고, 팬들 역시 이를 쇼츠로 제작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삶은 계랑’

계훈 역시 일명 ‘3사’라 불리는 대형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개인적 강점은 소속사의 이름보다 먼저 대중에게 닿았다. 팬 소통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매력을 음악방송의 대본에까지 활용하는 모습은 좋은 예시다. 방송사가 MC 후보를 살필 때도 이미 확보된 인지도뿐 아니라, 그 인지도를 스스로 만들어 온 방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팬심을 보면 MC가 보인다

결국 팬들이 MC에게 원하는 역량은 아이돌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속사와 방송사의 팬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역시 좋은 MC와 방송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선 소속사는 MC 발탁을 홍보의 끝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팬들은 MC를 통해 매주 내 아이돌을 재발견한다. MC 준비 과정의 비하인드부터 방송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까지, 이러한 재발견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기왕 MC 자리를 맡겼다면 제대로 준비시키고, MC 기간 동안 다양한 서브 콘텐츠를 파생해 진행자로서의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내 아이돌이 MC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MC가 된 내 아이돌의 ‘새로운 모습’이다.

방송사 역시 팬덤의 화력과 소속사가 보장하는 화제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아이돌에게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해 본 아이돌이라면 여러 가수를 소개하고 시청자와 연결하는 진행자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프로그램의 얼굴로서 대중과 깊이 교류하는 것은 아이돌만의 몫이 아니다. 소속사와 방송사라는 톱니바퀴가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대중은 기꺼이 호응할 것이다.

참고문헌

강선애. “민혁-나은-재현, ‘인기가요’ MC 하차…최장수 공동MC ‘민나현’.” SBS연예뉴스, 2021년 2월 18일. https://ent.sbs.co.kr/popup/articlePrint.do?article_id=E10010172575.
김지원. “아무도 누군지 모르는데…‘음방 MC 공정성 논란’ 터졌다 [TEN스타필드].” 텐아시아, 2025년 2월 11일. https://www.tenasia.co.kr/article/2025021178284.
박소영. “‘엠카운트다운’ MC 교체..성한빈x명재현x소희 ‘5세대’ 총집합 [공식].” OSEN, 2024년 1월 10일. https://www.osen.co.kr/article/G1112253756.
배우근. “‘데뷔 5개월 신인’ 애니, 10년차 윤아 대체…특혜vs파격vs실력.” 스포츠서울, 22 Oct. 2025, https://www.sportsseoul.com/news/read/1555745.
이지은. “[핌in현장] ‘JYP 막내’ 킥플립, ‘킥랄’으로 컴백…‘대중의 눈에 거슬릴 것’.” 뉴스핌, 2026년 4월 6일.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406000925.
하지원. “SBS ‘가요대전’ 사전 녹화였다, 큐카드 문제도 無‥진행 중단 사고 왜?” 뉴스엔, 2026년 8월 10일.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code=100100&uid=202608101553395710.
황혜진, “명재현X소희 ‘엠카’ 새 MC 발탁, 성한빈과 호흡[공식].” 뉴스엔, 2024년 1월 5일. https://v.daum.net/v/2024010508310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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