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발표 못 한다면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은 무엇에다 쓰나"

장슬기 기자 2024. 9. 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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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하루 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사용 취소 통보
언론재단 이사장에 사과 요구 서한 전달…결국 회견 장소 옮겨 시국선언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자회견장 사용 취소를 비판하는 전국비상시국회의 관계자들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사진=장슬기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 언론재단)이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사용을 취소해 시국선언 주최 측이 이에 반발했다. 언론재단 측은 정치적인 행사라는 이유로 기자회견장 사용을 취소했는데, 주최 측은 지난 4일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난 12일 예약금을 입금하는 등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다 하루 전에 취소한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비상식적 사태'라며 비판했다.

시국선언 당일인 20일 오전 시국선언 참가자들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려고 프레스센터 15층 언론재단 이사장실을 찾았지만 언론재단 관계자 2명이 문을 막아서 30분간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과 시국선언 주최 측 2명 등 3명만 김효재 이사장을 만나 서한을 전달했고, 시국선언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운영위원장 문국주, 시국회의)는 함세웅 신부, 황석영 작가, 김중배 전 MBC 사장 등 각계 인사 100명이 제안하고 1600여명의 시민이 서명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20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언론재단은 하루 전날인 19일 오후 정치행사라는 이유로 사용 불허를 통보하며 예약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언론재단에서 시국회의 측에 보낸 문건을 보면 언론재단은 “9월10일, 11일 두 차례 행사계획서를 요청했고 받은 계획서 상으로는 세부적인 내용이 없어 정치행사라고 판단하지 않아 행사를 접수했다”며 “그러나 주최기관의 행사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했으며 '프레스센터 관리운영지침' 제15조(대관 제한 및 승인취소) 제1항제1호, 제9호 위반으로 행사장 이용을 취소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규정을 보면 1호는 '창당, 전당대회, 당원교육 등 정치행사'이며 9호는 '기타 당 재단의 관리 운영 목적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행사'를 가리킨다. 언론재단은 “정치행사의 경우 대관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기에 취소했음을 다시 한번 안내드린다”고 했다.

시국회의에 따르면 지난 4일 행사계획서를 제출했고, 지난 10일 언론재단 담당자에게 확인 전화를 받고 “시민사회 원로들을 중심으로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고 행사계획서를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 역시 다시 제출했다. 지난 12일에는 기자회견장 사용 예약금을 입금했고 지난 19일 언론재단 요청에 따라 고유번호증 사본까지 제출했다. 때문에 시국회의는 언론재단에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관 절차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 20일 오전 9시40분부터 10시10분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15층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실 앞에서 언론재단 관계자 2명(왼쪽)이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들고온 전국비상시국회의 관계자들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막아선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이에 20일 오전 9시반 시국회의 관계자 10여명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한국언론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우리들의 공론인 1600여명의 민주시민의 시국선언이 발표될 수 없다면 프레스센터의 기자회견장은 무엇에다 쓰는 것이냐”며 “독재를 옹호하는 윤석열의 말도 안 되는 국정만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이냐”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행사에서 수십차례 자유를 외쳐왔는데 윤 대통령에게 자유란 대체 무엇이냐”며 “언론재단의 기자회견 취소는 오로지 윤 대통령에게 복종하라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10여명의 시국회의 관계자들과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0분경 프레스센터 15층에 위치한 언론재단 이사장실을 찾았다. 언론재단 관계자 2명은 문 앞에서 이들을 막으며 서한을 자신들에게 주면 김효재 이사장에게 전달하겠다며 이사장을 만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 관계자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통령이 와도 (기자회견장을 사용하도록) 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에 현상윤 전 KBS PD는 “대통령이 와도 안 된다고? 그 말 책임질 수 있느냐”며 “언제부터 언론재단이 정치심의해서 기자회견을 막았냐”고 항의했다.

결국 두 차례 언론재단 관계자가 참석자들의 뜻을 김 이사장에게 전하고 나서 김 의원과 문국주 시국회의 운영위원장, 현이섭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등 3명이 이사장실에 가서 서한을 전했다. 시국회의는 해당 서한에서 “언론재단은 불허 이유가 '정치행사'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정치행사'가 아닌 현 시국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일 오전 9시40분부터 10시10분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15층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실 앞에서 언론재단 관계자 2명이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들고온 전국비상시국회의 관계자들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막아선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김 의원에 따르면 이사장실에서 해당 서한을 전하며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문서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 이사장은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국회 문체위에서 이번 기자회견장 사용 취소 사태에 대해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언론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처음에 행사계획서만으로는 정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행사를 접수했는데 (시국선언 관련) 보도자료가 어제(19일) 나와서 보니 정치행사로 판단돼 부득이하게 취소를 통보했다”며 “행사계획서 제목은 '시국을 걱정하는 원로들의 제언'이었고 내용에도 의료대란·민생파탄 등 현실을 민주화 원로들이 걱정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이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는데 보도자료를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기자회견장 사용) 취소 사례는 종종 있다”고 했다.

한편, 시국회의 관계자들은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는 1600여명이 서명을 했고, 오는 28일 토요일 오후 3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를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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