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약약' 고준, '백설공주'로 보여준 영향력[TF인터뷰]

문화영 2024. 10.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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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당한 느낌"…"역할 고증 중시해"
"그림은 '치유제'"…후배들 사비로 돕기도

배우 고준은 최근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애닉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사비로 후배들의 영화를 찍어주고 최근엔 미술 작품을 선보인 고준이 '백설공주'에서 형사의 삶을 그리며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변요한 분)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히트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드라마화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고준은 "여자랑 헤어진 것 같다. 실연 당한 느낌"이라며 "떠나보내기 싫다. 워낙 팀 라포가 깊게 형성됐던 터라 (연인에게) 차인 느낌이랄까"라고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한껏 드러냈다.

극 중 고준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치된 엘리트 형사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사회의 악인들을 직접 처단하는 노상철을 연기했다. 노상철은 참고인을 무참히 폭행해 지방 도시 무천으로 좌천되고 10년 전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고정우를 만난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일주일 만에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3회 4.6%로 수직 상승했고 최종회에선 8.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속으로 기대했을 순 있지만 가시화적으론 다들 안 했어요. 주변에서 '백설공주'가 올해 드라마 중 가장 밀도 있다고 해주더라고요. 저만의 누적 데이터로 봤을 때도 이 작품이 가장 밀도 있었고 첫 단추가 될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박하고 부정적인데 '나 백설공주 했어' 이렇게 덜 부끄러운 거죠."

고준은 극 중 경찰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치된 엘리트 형사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사회의 악인들을 직접 처단하는 노상철 역을 맡았다. /MBC 방송화면 캡처

노상철은 고정우가 1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듣고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지만 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드러나자 오히려 고정우의 조력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고준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형사'를 그리기 위해 직접 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존하는 형사 역할 중 가장 리얼하게 그려보겠다'는 약속까지 했단다.

"역할의 고증을 중시해요. 실제 롤모델 옆에 들러붙어 인터뷰하고 몇 달동안 같이 생활하기도 하거든요. 이번에 경찰들과 함께 했는데 다들 차가운 표정이었어요. 알고 보니 (범죄에) 너무 화가 난다더라고요. 이걸 표현하려 했죠. 또 형사의 생활감과 일상성을 고증하려 했어요. '그들을 대변하자' 노상철을 보고 '그래, 우린 저러잖아' 이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죠. 약속은 잘 지켜졌는지 모르겠지만…최선을 다했어요.(웃음)"

아울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노상철의 성격과 자신이 닮았다고 했다. 영화 '청년경찰' 드라마 '열혈사제' 등에서 '빌런'을 연기했지만 이번 형사 역할을 통해 그 고정관념을 지웠다. 그는 특히 자신을 '강강약약'으로 정의하며 "강한 사람이 못된 짓 하면 더 강하게 구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분노에 찬 캐릭터지만 사건을 재수사하고 고정우와 친해지며 구조적으로 사람화되는, 따뜻한 순간이 있어요. 고정관념처럼 악역만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백설공주'가 저한테는 설레고 기대감에 차있는 작품이었어요. '고준이 이런 색깔도 있네?' '이쪽 스펙트럼도 갖고 있네' 이것만 표현되더라도 굉장히 큰 수확이죠."

노상철(고준 분, 아래)은 극 초반 고정우(변요한 분)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내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수록 고정우의 조력자가 된다. /MBC 방송화면 캡처

'백설공주'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은 다수다. 이들은 극 말미 서로 죄를 덮어씌우며 갈등한다. 모두 악인이지만 고준은 노상철에 이입해 가장 나쁜 사람을 골랐다.

"노상철은 지능범죄 보다 직관적 범죄에 화가 나는 본능적인 사람이에요. 병무 아빠(양흥수 분)가 제일 나쁘죠. 자식 교육을 그렇게 하니 괴물이 나온 거잖아요. 마지막에도 아들 징역 덜 살게 하려고 하고 가정교육이 원흉이에요. 현구탁(권해효 분)은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려다 그렇게 된거니 약간 이해되는 부분도 있어요. 현구탁은 실수, 양병무는 의도"

고준은 함께 호흡한 변영주 감독과 변요한 그리고 동료 배우들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변요한과 초반엔 친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점차 친해지는 과정으로 드라마 속 서사를 완벽하게 그렸다고 한다.

"수장(변 감독)의 온도가 밑으로 퍼지거든요. 변 감독님은 워낙 똑똑하고 말씀을 잘하시잖아요. 마지막 회 제 대사는 거의 감독님이 써주신 거예요. 요한이는 형제 같고 지금도 보고 싶어요. 고정우는 아픔을 눈으로만 표현해야 하는데 요한이가 너무 잘해서 '괜히 변요한이 아니구나' 싶었죠. 보라는 연기 천재고요. 전 박미현 선배 연기 보고 울었어요. 재윤이 형이랑 함께 찍을 땐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권해요 선배는 작품의 밀도를 높여주셨어요."

고준은 "이름 석자 세상에 명예롭게 알리고 가고 싶다. 또 누군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포트할 영향력을 갖고 싶다"고 바랐다. /㈜애닉

연기도 꾸준히 한 고준이지만 그는 미술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고준은 올해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 예술가 특별전 '소호스 갓 서울(SoHo's Got Seoul)'에 작가로 참여했다. 당시 고준은 '이미지 캐스팅'이라 불리는 작품 시리즈를 선보였고 영화나 드라마 작품 캐스팅 전 감독이나 작가가 상상하는 배역의 이미지를 시각화해 그려내며 그림 속 인물과 연기한 캐릭터를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운동하다 인대가 끊어져 대수술을 했는데 활동이 많을 때라 자동차 광고, 새로운 작품이 모두 날아가 버린 거예요. 우울증이 생겨 항우울제를 처방받았고 거기서 미술치료를 권유했어요. 사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렸지만 연기를 하며 잊었거든요. 다시 그리니 힐링이 되더라고요. 단기간에 여러 작품을 그리고 뉴욕 전시회에 가게 되며 일이 커졌죠.(웃음) 힐링이 목적이었는데 전시가 이뤄지고 작가 제안이 들어왔어요. 실제로 계약하진 않았고요. 그림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기에 저한텐 '치유제'예요."

연기와 그림을 자신을 성장시킨 그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이름 석자(본명 김준호)를 세상에 명예롭게 알리고 가는 것"을 꼽았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서 연기를 선택했단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포트할 영향력을 갖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거든요. 힘들거나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고요. 어렸을 때 비디오로 영화를 보며 세상을 읽었고 배우를 보고 영향을 받았어요. 수입으로 후배들 영화를 찍어주고 있어요. 무명인 친구들의 오디션 포트폴리오가 시작이었다가 단편영화 60여 편까지 왔죠. 제가 버는 돈으로 영화를 찍는 거예요. 이번엔 유튜브를 오픈할 예정이에요.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력이 없다면 당장 배우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중시해요."

끝으로 고준은 "'백설공주'가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고 많이 입소문 내달라. 저 역시 더 열심히 해 좋은 영향력 갖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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