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0시가 넘으면 유난히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삭한 껍질과 짭짤한 양념 때문에 배가 부른데도 손이 멈추지 않습니다. 먹을 때는 든든하지만 자리에 눕고 나면 가슴 안쪽이 화끈거리거나 신물이 목까지 올라오기도 합니다. 젊을 때는 소화력이 약해졌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40대 이후 반복되는 속 쓰림은 식도와 위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야식은 바로 치킨입니다.

치킨이 모든 사람의 속 쓰림을 일으키는 절대적인 1위 음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매운 음식과 커피, 술, 초콜릿처럼 증상을 일으키는 식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름에 튀긴 치킨은 지방이 많고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 쉬우며, 늦은 시간에 맥주와 탄산음료까지 곁들이기 쉽습니다. 지방이 많고 기름진 음식은 역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는 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식후 곧바로 눕는 습관이 더해지면 속 쓰림이 나타날 조건이 한꺼번에 갖춰집니다.

치킨이 위에 들어가면 단백질과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 음식물이 한동안 머뭅니다. 배가 팽팽하게 찬 상태에서는 위 안의 압력이 높아지고, 위와 식도 사이를 막아 주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지면 위 내용물이 위쪽으로 역류하기 쉬워집니다. 위산이 식도 점막에 닿으면 명치부터 가슴 중앙까지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고, 입안에 시거나 쓴맛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특히 먹고 바로 소파나 침대에 누우면 중력이 더 이상 위 내용물을 아래로 붙잡아 주지 못합니다. 속이 쓰린데도 소화제만 반복해서 먹는다면 야식 시간과 메뉴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치킨만 먹고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운 양념과 탄산음료, 맥주, 치즈볼까지 더해지면 지방과 열량은 늘고 위는 훨씬 더 팽창합니다. 양념이 매우 맵거나 자극적인 경우에는 평소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의 불편을 키울 수 있습니다. 먹은 뒤 트림이 잦아지고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들거나, 자다가 기침 때문에 깨는 것도 야간 역류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반복되면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위식도역류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킨이 먹고 싶다면 잠들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마리를 앞에 두고 계속 집어 먹기보다 처음부터 먹을 양을 덜고, 튀김옷과 기름진 껍질은 일부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매운 양념보다 구운 닭이나 담백한 조리법을 고르고, 맥주와 탄산음료 대신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식후에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눕지 말고 가볍게 움직이며 상체를 세운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도 야간 증상이 있다면 취침 3~4시간 전부터 음식을 피하도록 권합니다.

가끔 나타나는 속 쓰림은 식사 습관을 바꾸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일주일에 여러 번 반복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검은 변이 나타난다면 야식만 탓하며 버텨서는 안 됩니다. 가슴 통증이 식은땀이나 호흡곤란, 팔과 턱으로 번지는 통증과 함께 나타날 때는 심장 문제일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치킨 한 번이 위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늦은 밤의 기름진 식사가 습관이 되면 식도는 매일 같은 자극을 견뎌야 합니다. 오늘 야식 시간을 세 시간만 앞당기는 선택이 10년 뒤에도 편안한 속으로 깊이 잠드는 밤을 지켜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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