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외진단 전문 업체 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 교체와 계약 변경이 잇따르며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혼선을 겪었다. 거래는 지난해 12월에 일단락됐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이다.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이화그룹의 계열사가 대규모 출자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켰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거래 역시 단순한 인수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등장한 이화그룹이 새판짜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바이오메드는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다.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가 지분 33%씩 보유한 제이비에셋매니지먼트는 25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화전기의 100% 자회사인 이스페이스인베스텍도 재무적투자자(FI)로서 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제이비에셋매니지먼트는 지분 38.56%를 확보하고, 기존 최대주주인 제이앤스타조합의 지분율은 8.66%로 떨어진다. 경영권 주식 양수도 거래가 아닌 대규모 자본유치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더바이오메드의 새 주인이 이화그룹으로 정해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권 이전이 추진됐으나, 계약 해지와 투자자 변경이 반복되며 일정이 여러 차례 조정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수 시도는 지난해 8월 젬텍을 포함한 복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미코는 보유 지분 전량(24.26%)을 164억원(주당 1558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젬텍(47억원)과 이노파이언성장1호조합(31억원), 오종석 씨(28억원), 트라이던트인더스트리 투자조합(23억원), 엔큐파트너스(23억원), 상아글로벌(12억원)이 구주를 나눠 인수할 예정이었다.

거래에는 구주 양수도 외에 신규 자금 확보를 위한 유증이 포함됐다. 회사는 젬텍(50억원)과 리준홀딩스(100억원)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의 유증에 나서기로 했다. 또 김창수·임홍순·김도윤 씨에 대한 10억원의 소액 유증도 결정했다. 하지만 유증 대금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고, 구주 매각도 한 달 만에 해지되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젬텍은 2003년 승리금속이라는 상호로 설립된 회사다. 감사보고서상으로는 의료기기 제조업이 주력이지만 투자활동이 더 활발하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이 1억원이었던 반면 영업외수익은 7억원에 달했다. 엑시온그룹과 퀀타피아, 이엔플러스, 해성에어로보틱스, 나노브릭 등 상장사의 주식을 단기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에는 다보링크와 이브이디벨로멘트1호의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거래가 결렬된 지 열흘 뒤 새로운 원매자가 등장했다. 리튬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인수 컨소시엄이 꾸려지면서다. 지엔에쿼티2호조합과 비앤프유니조합, 이노파이언성장1호조합이 새로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미코의 보유 지분 전량을 14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매각단가는 주당 1324원으로 이전 거래보다 저렴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래는 매끄럽지 않았다. 잔금 납입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투자자 구성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당초 계약에 참여했던 투자조합의 일부는 빠지고, 새 조합이 자리를 메우는 식이었다. 최종적으로 제이앤에쿼티파트너스(40억원)와 비니1호투자조합(33억원), 더플러스2호투자조합(31억원), 리튬코리아(20억원), 담당(16억원)으로 구성된 인수 컨소시엄이 12월2일 잔금을 치르면서 거래가 종결됐다.

거래가 마무리되자 일부 투자자는 곧장 지분을 처분하고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구주 인수자로 참여했던 비니1호투자조합과 더플러스2호투자조합은 각각 5% 이상 지분을 확보했지만, 보유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지분 대부분을 장외에서 매각했다. 비니1호투자조합은 거래 당일인 12월2일 리튬코리아와 임희연 씨에게 일부 지분을 넘겼고, 더플러스2호조합은 같은 달 6일 160만주 이상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공시상으로는 최종 수취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지분’이 대거 발생했다.
리튬코리아…리젠과 겹치는 인연
눈길을 끄는 것은 리튬코리아다. 리튬코리아는 영화배급 업체였던 오렌지옐로우하임의 후신으로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분을 가진 코스닥 상장사만도 △바이온 △지엔씨에너지 △앱트뉴로사이언스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2016년 리젠(현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의 M&A다. 당시 오렌지옐로우하임은 에이도스1호조합을 통해 리젠을 인수했다. 이후 CB를 발행해 평촌다수인과 세정에듀 등 다수의 학원을 인수하며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리젠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반영진 씨와 교육사업부 이사였던 신동철 씨가 모두 현재 더바이오메드 임원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더바이오메드는 딜클로징 직후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교육 프랜차이즈, 교육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학원업 등 교육사업 항목을 대거 추가했다. 여기에 청교라는 교육 업체까지 사들였다. 인수금액은 100억원이었지만, 현금 대신 영구채 성격의 CB를 발행해 대금 전액을 청교 주식과 맞교환했다.
CB를 인수한 청교 주주들은 김철중, 박철서, 배충훈, 피에스제이에듀 등 4인으로 각각 20억~30억원 규모의 전환권을 확보했다. 교육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한 직후 이뤄진 거래라는 점에서 경영권 이전과 청교 인수가 일정한 흐름으로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더바이오메드 M&A를 리튬코리아가 주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과거 리젠 M&A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들이 현재 더바이오메드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민영 더바이오메드 대표를 비롯한 현 최대주주 측과 밀월관계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더바이오메드 체질개선 이룰까
문제는 이화그룹 중심으로 추진되는 이번 딜 또한 과거와 유사한 궤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제이비에셋매니지먼트는 이화그룹 3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지만, 정작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은 모두 상폐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증을 통한 경영권 인수를 예고한 만큼, 시장은 단순히 새로운 상장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화그룹이 더바이오메드를 ‘우회상장’ 통로로 활용하려 한다고 관측했다. 상폐를 앞둔 계열사들의 자산이나 사업을 이식할 수단으로 더바이오메드를 택했다는 시각이다. 상폐 이후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바이오메드를 이용해 자금조달 통로를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성공적인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폐를 앞둔 기업들이 주도하는 M&A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만큼, 더바이오메드가 새 주인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상폐를 앞둔 기업이 비상장 계열사를 앞세워 새로운 상장사에 자본을 투입하며 경영권을 획득하는 방식은 빈번하지는 않지만 드물지도 않다”며 “자금여력이 부족하거나 시가총액이 낮아 매입단가가 저렴한 기업일수록 대상으로 삼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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