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기관장들 "내년 의대교육, 이론도 불가" vs "예과라 가능"
의대생 집단 휴학·유급에 내년도 '1학년 7500명 교육' 현실화
강중구 심평원장 "실습外 이론교육도 사실상 힘들 것" "의대 5년제 불가"
정기석 이사장 "예과라 가능은 할 것…의료개혁, 필수의료 강화에 좋은 계기"
野, 月2천억씩 건보재정 투입 중인 '비상진료' 질타…"보장성·건전성 다 약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의 집단 휴학·유급 등으로 2025년에는 7500명을 한꺼번에 교육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의사 출신인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장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7500명은 기존 의대 정원인 3천여 명(현 1학년)에, 현행 대비 1500명이 늘어난 내년도 신입생 4500명을 더한 숫자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한 강중구 심평원장은 당장 내년 초부터 실습이 아닌 교양 중심의 이론교육조차도 지금의 2.5배인 학생을 한데 모아 제대로 가르치기는 불가능할 거라고 봤다.
강 원장은 "내년에 7500명 (의대생 대상) 수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질의에 "실습을 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 이론만 강의하는 경우엔 정상 수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냐고 전 의원이 또 질문하자 "그것(이론 교육)도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O(그렇다)나 X(그렇지 않다)로 답해 달라"며 '휴학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란 명제를 제시한 전 의원에게 "그건 개인의 권리인 것 같은데…"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야당이 이 같은 질의를 던진 배경에는 '동맹휴학 절대 불허' 방침을 고수해온 정부의 정책 노선이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0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와 가진 의·정 토론회에서 "일부 학생들은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 6일 휴학계를 기제출한 학생들이 내년 초 돌아온다는 전제 하에서 휴학을 승인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는데 미복귀 시 유급·제적 처리하겠다는 단서도 붙였다. 의료계에선 "부당한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 원장은 정부가 추진 계획을 언급했던 '의대 5년제'에 대해서도 "저는 6년밖에 안 받아봐서"라며 "5년은 (의과교육을 완수하기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방침과는 상반되는 소신을 밝힌 셈이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의사 배출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의대 교육기간을 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암묵적으로 접은 상태다.
강 원장은 다만 '(원래) 연 4천 명을 증원해야 하는데 (내년도 증원규모로 결정된) 2천 명은 최소'란 또 다른 정부 입장에 관해서는 "증원을 하는 것은 맞는데, 2천 명(이나), 4천 명 등은 제가 근거를 안 따져봐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설령 7500명 안팎의 의대 1학년생이 수업을 받게 되더라도 교육이 불가능하진 않을 거라고 봤다.
정 이사장은 전 의원의 같은 질문에 대해 "내년은 (일단) 예과이기 때문에 가능은 할 것"이라고 답했다. 휴학이 개인의 권리인지 여부나 '의대 5년제'와 관련해선 "잘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전제 아래 구체적 규모에 대해선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적정 증원수치가) 2천 명일지, 3천 명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향후 의과교육과 의사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물어본 민주당 장종태 의원을 향해서도 "보건의료는 개혁이 진작 필요했던 부분", "중요한 필수의료를 더 강화하고 정상궤도에 올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취지로 말했다.
강 원장도 '필수의료 강화'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쪽으로 (젊은 의사들이) 스스로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두 분(강 원장과 정 이사장)은 필수의료에 종사해온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2천 명 증원 결정부터 현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께 진언을 한 적이 있나"라는 전 의원의 질문에 "직접 한 적은 없다", "저도 마찬가지"라고 각각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자리에선 정부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지금껏 가동 중인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매달 투입 중인 점도 수차례 언급됐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제가 (공단에서) 받은 자료상 6237억원을 이미 부담했다고 돼있더라. 의료대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이 이상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 것 아니겠나"라며 "재정관리 대책은 별도로 세우고 있나"라고 건보공단을 겨냥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다행히 저희가 예측했던 금년도 급여지출 총액보단 적게 나가고 있다. 사실은 지출 감소는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응급·중증환자 대응 등 꼭 필요한 안건 위주로 재정이 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예측보다 적게 나갔으니 재정 관리에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하며 "(건보 지출이) 적게 나간 건 그만큼 지금 (국민들의) 진료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질타했다.
비상진료 외 의료개혁 실행과정에서 건보재정 20조 원을 추가로 쓰겠다고 발표한 정부 방침을 들어 같은 당 서영석 의원이 "결국 건보 보장성도 약화되고 재정건전성도 약화되는 게 아니냐"라고 따지자, 정 이사장은 "지금까지 계획되고 (개혁이) 일부 진행된 과정으로는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취약계층 보호나 보장성 강화 등은 (기존대로) 쉼없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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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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