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도 같은 축하”...한강 신드롬, 대한민국이 행복했다
“문학계 숙원 풀어” 문인들도 찬사
한강 “파도처럼 축하 전해져 감사”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소설가 한강(54)은 11일 오후 9시 40분쯤 출판사를 통해 서면으로 짧은 수상 소감을 전해 왔다.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은 수상 직후부터 두문불출하더니 끝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설가는 말을 아꼈지만, 한국 사회는 이날 한국인 첫 노벨문학상을 자축했다. ‘한강 신드롬’이 거세게 일었다. 정치권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잔치 분위기였다. 여야 정당의 아침 지도부 회의에선 “자부심이 벅차오르는 쾌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리에게 불가능과 한계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 문학의, 세계 인류의 헌정과 응원”이라고 했다. 외신도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AP는 “한강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구글 검색량을 분석하는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24시간 동안 ‘한강’ 검색량은 50만건에 달했다. 그 전엔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검색량이 적었다. 책 판매량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에서는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약 10만3000부가 팔렸다. 예스24에선 이날 오후 5시까지 약 13만2000부 이상 판매됐다. 알라딘도 오후 2시 기준 7만부를 돌파했다. 세 서점 판매량만 더해도 30만부를 넘었다.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교보문고 광화문점까지 달려온 김진운(85)씨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에게 “채식 어딨습니까, 채식”이라며 소설 ‘채식주의자’를 애타게 찾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어.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지.” 한강 작품을 올려놓은 특별 진열대를 사람들이 에워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 저자 입고 도서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 오늘’도 북적였다. 직원이 “오늘 한강 작가는 오지 않는다”고 안내해도 책방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강은 한국 문학계의 오랜 숙원을 풀었다.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장(場)을 연 한강 작가에게 선후배 동료 문인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소셜미디어는 축제 분위기였다. 작가들은 “한국 문학이 세계 시민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가의 모교인 연세대는 한강에게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문학관 건립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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