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구주 매입 줄이고 유증 늘리고 '한온 M&A' 득실은

한국앤컴퍼니그룹 본사인 테크노플렉스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결정했다. 거래 대상은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한앤코) 측과 협의한 기존 조건에 대해 고평가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양측 협의로 거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2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타이어 이사회는 한온시스템 인수 안건을 최종 결의했다. 거래조건은 이전 협상과 달랐다. 세부 내역을 보면 총투자액은 1조77330억원에서 1조8277억원으로, 보유지분은 3억262만5960주(지분율 50.5%)에서 3억7176만7552주(54.77%)를 확보하는 것으로 각각 변경됐다. 요약하면 약 947억원을 더 지출하고 6914만1592주의 주식을 더 소유하는 것이다.

유증 규모 3600억→6000억원으로 확대…한온시스템 재무 개선

이번 거래에서 긍정적인 대목은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 규모를 2.2배(6514만4960주→1억4496만2552주) 늘린 것이다. 또 1주당 5605원으로 정했던 신주 발행 가격을 4139원으로 낮췄다. 한국타이어의 부담은 기존 3651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구주 인수 비중을 줄이고 매입 가격도 재협상했다. 구주 거래 가격은 기존 1만250원에서 1만원으로 조정했고, 매입 규모는 1억3345만주에서 1억2277만4000주로 줄였다. 이에 구주 매입 가격은 1조2679억원에서 1조2277억원으로 약 1400억원 낮아졌다.

이 같은 결정은 신주 발행량을 늘려 한온시스템의 재무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온시스템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한앤코 인수 당시였던 지난 2014년 94% 불과했지만, 2019년 이후 2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283.9%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268.5%로 낮아졌다. 2014년 200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3조335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구주 매입을 줄이고 신주를 더 발행해 한온시스템의 재무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상증자 총액은 한온시스템 자본으로 계상되며, 자본총액이 늘어나는 만큼 재무적으로도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한국타이어의 지분율도 50.5%에서 54.77%로 확대된다.

남주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총비용은 늘었으나 한앤컴퍼니(PEF)에 지급하는 비용이 감소하고 종속회사(한온시스템)에 조달해주는 자금이 증가한다"며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가 언젠가는 진행돼야 했을 일이라면 양사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온시스템 주가 추이 / 자료 = 네이버

여전히 비싼 인수가격…정상화 숙제

변경된 거래구조를 보면 한국앤컴퍼니와 한앤컴퍼니 양사는 상당 부분 양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온시스템의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인수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인수 의사를 밝혔던 9월30일 기준 한온시스템 주가는 1주당 4255원으로 마감했다. 양사가 협의한 금액 1만원과 비교하면 프리미엄만 2.35배에 달한다. 이날 종가(3865원) 대비 2.5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또 거래과정에서 체결된 양사의 풋옵션도 향후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 한앤코는 오는 2027년 1월11~2월11일 보유주식을 한국앤컴퍼니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챙겼다. 보유주식 5871만8000주가 대상이며, 행사가격은 1주당 5200원이다. 이는 이날 종가와 비교하면 34.5% 높다.

다만 한국타이어의 현금 곳간은 넉넉하다. 올 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3204억원이며, 이외에도 단기금융상품 526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반기와 비교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8.7%(9450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6.2%(1400억원) 더 쌓아 재무부담을 줄였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 주도로 한온시스템의 가능성을 10년간 철저하게 검증했고, 이번 실사과정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성장 DNA를 한온시스템에 빠르게 이식해 타이어·배터리·열관리솔루션 기술을 갖춘 첨단 기술기업으로 발돋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