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 문학평론가 비평집 <기억, 시> 발간

이성모 비평집 〈기억, 시〉 표지./갈무리

진해 김달진문학관 관장인 이성모(69) 문학평론가가 비평집 <기억, 시>를 발간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김춘수, 김태홍, 정진업, 황선하, 이선관 등 그가 보기에 잊혀 가는 지역 시인들을 다시 한번 조명했다. 그는 시인들을 한데 모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궁핍한 시대를 살아왔으나 잊힌 경남 지역 시인을 지역 정신사의 구심점으로 환류하고자 한다. 이들의 역사의식과 실존 의식과 대항 담론이 경남 지역 정신사로 현존하고 있음을 증명코자 한다." (말머리 중에서)

책은 시인이자 언론인인 김태홍(1925~1985)을 서두에 세웠다. 김 시인은 창원에서 태어나 해인대학(현 경남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마산, 부산 등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현재 관련해서 등재된 논문이 한 편도 없는 만큼 연구가 잘 안 된 이다. 김 시인이 문단에 등단한 것은 1950년 4월이다. 부산고에서 근무하던 중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혁명 포고령 2호 위반자로 5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당시 시인은 <부산일보>, <국제신보>(현 국제신문) 상임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이때 쓴 논설의 비판적 논조와 함께 교원노조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이 시기 김 시인이 쓴 '감방'을 예로 들며 "단절의 벽 속에 깃들 수밖에 없는 자유란 무엇인가? 그것은 좌절된 혁명으로 쌓아 올린 탑과 같이 묵묵부답이지만, 그 안에 깃든 항거의 정신만은 지울 수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된다"라고 평했다.

"피 찍어 써 본다/ <自由(자유)>// 노예들 눈물의 전율이었다/ 오 왕관 위에/ 산화한 자유여!// 둔중한 벽 속에/ 해일하는 자유여!" ('감방' 전문)

이성모 문학평론가(김달진문학관 관장)가 최근에 낸 비평집 〈기억, 시〉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성모 

이어 정진업 시인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들을 수 없는 입으로 만드는 상처와 그것을 듣는 자를 침묵의 무게를 만드는 상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황선하 시인은 "조촐한 인간을 향한 끝없는 경배에 온 힘을 다했다"라고 했고, 이선관 시인은 "그의 문학이 고흐의 노오란 해바라기 종이꽃 그림처럼 사위어 가도 2000년 실천문학사에서 발간한 그의 시집 제목처럼 '우리는 오늘 그대 곁으로 간다'"는 비평을 내놓았다. 또, 김춘수의 시와 오스트리아의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지닌 정신과 창작 태도를 비교하며 "릴케 삶의 태도와 죽음의 관점을 자신의 작품에 재현하는 모방풍 역시 김춘수의 초기 시를 읽어 내는 주요한 실마리"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저자는 '마산 3.15 의거시의 정신사'를 서술했다. 어찌 보면 책의 가장 핵심적인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지역에서 등장하는 마산 3.15 의거시에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평론가는 "마산 3.15 의거 그 과거의 그늘에 숨어 앵무새처럼 자유와 정의를 읊조릴 것이 아니라, 시인과 평론가 모두 항쟁의 눈부신 햇살에 당당하게 서자"며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정의의 투사이거나 태생적 정의 화신처럼 보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그럴듯한 작품을 쓰는 것 모두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서자"고 제안했다.

376쪽. 파란. 3만 5000원.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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