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주요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장비 인도를 미뤘다고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와 같이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테일러시 공장에 공급 예정이던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인도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ASML의 EUV 노광장비 가격은 한 대당 약 2억달러에 달하며 스마트폰, 전자기기 및 AI 서버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지난 15일 3분기 실적을 보고하며 인공지능(AI) 이외의 시장에서의 약세와 고객들의 공장 가동 지연을 이유로 2025년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크리스토푸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AI가 없다면 시장은 매우 침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바일 기기와 PC 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ASML은 공장 생산을 연기한 고객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최근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ASML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ASML이 삼성전자에 올해 초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배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일부 ASML 장비의 공장 인도를 미루고 새로운 납품 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몇 대의 장비를 주문했는지와 정확한 주문 금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ASML과 삼성전자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테일러시 공장과 관련해 다른 공급업체의 주문도 미루고 있어서 해당 기업들이 다른 고객을 찾거나 현장에 배치된 직원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4월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이 당초 계획한 올해가 아닌 2026년에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달 초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회사가 내년 초까지 공장 건설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공장 가동이 더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새로운 대량 고객이 없으면 2026년 가동조차도 어려워 보인다”며 “추가 지연과 자산 상각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테일러 공장이 “좌초된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NK투자증권의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생산 시작에 필요한 리드 타임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내년 초까지 다른 장비를 주문하지 않으면 추가 지연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2026년에 생산을 시작하려는 계획에 변함이 없고 인력 복귀는 정기적인 순환 근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장비 인도 지연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칩을 넘어 대만 TSMC가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로 확장하려는 이 회장의 야망의 핵심에 있는 테일러 프로젝트에 새로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첨단 칩 생산을 늘리고 있는 TSMC 및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사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 5년 동안 8%p 하락해 올 1분기 기준 11%를 기록한 반면 TSMC 점유율은 61.7%로 상승했다. 또 전날 TSMC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애리조나 팹이 내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미국 고객들이 주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로저 다센 ASML 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성명서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매우 특정한 경쟁 이슈가 있다”며 일부 고객들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서서히 증가시키고 있고 공장 가동을 지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며 한국 내 공장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나노미터(nm) 이하 공장에서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신규 파운드리 라인에 대한 투자도 연기하기로 했다.
ASML은 3분기에 한국에서의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분의1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생산능력 확장 둔화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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