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맛 보는 물세례…하영민의 3111만의 선발승, 홍원기 감독과의 겨울 ‘티타임’에서 시작됐다[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4. 3.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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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하영민이 30일 고척 LG전을 마치고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맞은 뒤 인터뷰하고 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30일 고척 LG전을 마치고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맞는 키움 하영민. 키움 히어로즈 제공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경기가 끝난 후 이날의 수훈 선수 키움 하영민(29)은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하영민 뒤로 키움 동료들이 물병을 들고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물세례를 퍼부었다.

모처럼 맛본 시원한 물세례였다.

이날 하영민은 LG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2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작부터 좋았다. 박해민-홍창기-김현수를 차례로 범타로 처리한 하영민은 2회 오스틴 딘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박동원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의 위기에 처했지만 후속타를 막았다.

3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처리했고 4회에도 선두타자 김현수에게만 안타를 내줬을 뿐 세 타자를 모두 돌려세웠다. 5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장식한 하영민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뒤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키움 하영민. 정지윤 선임기자



하영민이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키움 타선도 힘을 냈다. 2회 이형종의 1타점 2루타, 김휘집의 적시타 등으로 3득점을 올린 키움은 3회에는 이원석의 희생플라이, 김휘집의 2타점 2루타로 3점을 더 뽑아내 달아났다.

하영민은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투구수는 70개였다. 최고 147㎞짜리 직구(43개), 포크볼(13개), 커브(7개), 슬라이더(7개) 등을 섞어 던졌다.

불펜진은 두번째 투수 조상우가 김현수에게 홈런을 내주는 등 0.2이닝 1실점으로 불안감을 안겼지만 주승우(1.1이닝)-김재웅(1이닝)-김연주(1이닝)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승리를 지켰다. 키움은 8-3으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하영민은 2015년 9월23일 목동 SK(현 SSG)전 이후 모처럼 선발승을 거뒀다. 일수로 따지면 3111일만이다. LG전 선발승은 2014년 5월30일 목동 경기 이후 거의 10년만이다.

하영민은 진흥고를 졸업한 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4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데뷔 첫 해인 2014년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14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 7.22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해부터는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다시 선발로 기회를 잡게 된 건 홍원기 키움 감독과의 면담 시간을 보낸 후였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을 마치고 비시즌 동안 자신의 개인 시간을 할애해 모든 선수들과 티 타임을 보냈다.

이 자리에서 하영민은 자신의 선발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영민은 “감독님에게 선발로 나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알겠다고 하시더라. 대신 선발 투수로서 루틴을 만들어와보라고 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겨우내 선발 투수로서 변신을 준비한 하영민은 선발진에도 입성했다. 키움 팀 사정상 선발 투수가 부족하기도 했고 하영민이 준비를 잘 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는 2경기 6이닝 8실점 1승무패 평균자책 12.00으로 기복있는 피칭을 했던 하영민은 점검을 마친 뒤 이날은 본격 실전에 돌입해서 1회부터 5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하영민은 “평정심을 많이 유지하려고 했다. 긴장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코치님도 평정심을 유지하라과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긴장을 많이 억누르고 평정심을 많이 찾아서 던지려고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야수에서 좋은 수비도 해주고 득점도 내주니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하영민은 “야수들이 너무 많이 도와줘서 자신감을 얻고 던졌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모처럼 거둔 선발승의 느낌은 달랐다. 그는 “그 때는 20살이었고 지금은 30살이었으니 승리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하영민은 이제 선발로서 검증을 마쳤다. 하영민은 “다음 등판도 계획이 똑같다. 3구 이내에 승부를 보겠다. 내가 볼넷을 많이 내주면 야수들이 오래 서 있어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빨리 잡고 타자들이 방망이를 치는데 집중할 수 있게끔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올시즌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영민은 “150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선발 투수로서 10승도 다 꿈이 아닌가. 잘 던지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런 하영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홍원기 키움 감독은 “하영민이 겨울동안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첫 등판부터 좋은 결과를 만든 거 같다. 9년만의 선발승을 축하한다”며 축하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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