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펴자마자 일찍 하늘로 떠나버린 비운의 레전드 가수

2000년대 초반, 신나는 멜로디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실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혼성그룹 '거북이'. 그 중심에는 굵직한 랩과 따뜻한 감성을 함께 지닌 리더 터틀맨, 임성훈이 있었다.

유쾌한 음악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고단한 삶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조금씩 드러났다.

터틀맨은 한때 전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집과 차량이 가압류되고,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등 삶의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고, 새 앨범을 내고 직접 회사를 차리며 다시 일어서려 했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언제나 주연이다”라며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는,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그의 생존 의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2008년 4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8세.

팀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달려가던 그의 여정은 그리도 허무하게 멈췄다.

살아생전 “제2의 거북이들을 발굴하겠다”며 후배들의 무대를 준비하던 그는, 정작 자신의 마지막 무대조차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났다.

터틀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멤버들과 팬들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았다.

여성 멤버 지이와 금비는 팀 해체를 선언한 뒤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빈자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터틀맨이 남긴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다시 뭉쳤고, 새 멤버 이강을 영입해 ‘거북이 2기’로 재출발했다.

컴백곡 ‘주인공’에는 ‘당신이 주인공이니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담아, 여전히 희망을 노래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음악보다 인성을 더 먼저 떠올린다.

멤버 지이를 향한 의리, 고인이 된 연인을 향한 순정, 작사한 가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멤버들에 대한 애정.

터틀맨은 단순한 가수가 아닌, 음악을 통해 사람을 품었던 사람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듣는 이의 어깨를 토닥인다.

말보다 앞섰던 책임감, 고통 속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으려 했던 태도, 그리고 끝까지 팀을 지키려 했던 마음.

터틀맨의 짧았던 생애는 결국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묵직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사진출처: 다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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