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② 의대 정원 두고 '동상이몽'···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이번 추석 연휴는 의료 공백 우려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의료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추석 연휴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불발됐습니다. 협의체 출범이 무산된 이유는 정부가 올해 확정한 의대 증원 숫자에 변동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의료계는 변화가 없다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토크ON은 의료대란의 핵심 사안인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혼란한 사태를 풀기 위해서, 어쨌든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해결책 중에 항상 시작 지점에서 걸리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게 의대 증원 문제입니다. 이정현 위원장님께서는 의대 증원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의대 증원은 당연히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고, 앞서 말씀하셨듯 지금 대학병원들을 중환자 중심, 전문의 중심의 병원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림은 굉장히 좋습니다. 다들 이건 좋은 것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 그중에서 전문의 수를 2~3배로 늘려야 하는데, 그 의사를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지금 의사가 없어서 채용하려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만큼의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대학병원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직하는 교수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국립대에서 사직한 교수들의 숫자가 올해 상반기에 이미 그만큼 사직했고, 하반기에도 계속 사직이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 공공의료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숫자만 늘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도 그 숫자를 배치할 권한이 없는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배치할 세부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의대생 정원 확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이 조금···?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그렇죠.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상호 부회장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의사 수에 관한 추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여러 자료를 비교해 봤을 때, 정부가 근거로 삼았다는 세 가지 논문의 저자들도 "2,000명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 수에 대한 통계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의료 상황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1,000명당 의사 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의사 수 증가율이 세계 3위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지금 의대 정원만으로도 의사가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고령화 사회에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일본은 이미 의사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의사 수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은 그야말로 '3무 정책'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첫째,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습니다. 이 정책은 사전 예고제라는 우리나라 입시 제도를 위반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둘째, 과학적 합리성이 없습니다. 2,000명이라는 숫자의 근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셋째, 현실적 가능성이 없습니다. 의과대학에서 그 학생들을 교육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불가능한 것을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러면 해결해야 할 텐데, 그래서 나온 얘기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하자고 해서 출범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가 나오자마자 의료계 내부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약간의 파열음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전공의들과 의사협회의 관계도 원만해 보이지는 않는데, 왜 의료계가 일치된 입장을 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우리 의료계의 역사를 조금 돌아봐야 합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가 합의한 여러 가지 안 중에서, 정부는 수가를 100% 원가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 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법안을 만들어서 원위치시켜 버렸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심각한 불신입니다.
두 번째는 2020년 의정 합의 당시, 당시 의사협회 회장이었던 최대집 회장이 전공의들과 학생 대표들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의정협의회에 서명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학생 대표였던 사람들이 현재 전공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성 의사협회에 대한 전공의나 학생들의 불신이 일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1인당 GMP 1,000달러 수준의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젊은 세대 전공의들은 1만 달러 이상을 넘었을 때 태어나서 2만~3만 달러대에서 공부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2025년 정원을 원위치시키고 원래대로 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전공의와 의사협회의 첫 번째 선결 조건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국민들이 보는 시선과 의료 관계자들이 보는 시선이 다를 것 같습니다.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어쨌든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와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 자체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대화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작은 부분들에 대해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런데 이상호 부회장님, 수시 입시 모집이 끝났습니다. 이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텐데, 내년도 의대 증원이 이대로 진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지금 상황에서 4,500명이 되는 의대생들을 뽑고 나면, 내년에는 7,500명이 되는 외과 1학년생들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이건 불가능하죠. 과학적으로 교육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는 행정적, 정치적 판단에서 지금 입시 제도를 변경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과거에 1968년도에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인턴제에 반발해서 학생들이 휴학 사태를 벌였습니다. 그 당시 1969년도에 도쿄대학은 의과대 학생들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 1996년도에 한의사와 약사 간의 분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한의대생들이 유급당했고, 입학 정원을 30% 감원하여 뽑았습니다.
지금 상황은 아직 접수는 되었지만, 뽑지는 않은 상태거든요. 지금 입시생들과 그 가족들을 포함하면 약 200만 명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5천만 국민의 건강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김상호 사회자]
지금 말씀 중에 제가 얼핏 듣기에는, 만약에 올해 입시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최악의 경우 2026년에는 의대생을 한 명도 뽑지 않고 거를 수도 있다. 이렇게 들리는데, 만약에 전공의들의 입장을 받아들여서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한다면, 전공의들은 현장으로 돌아올까요?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이 사태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정부가 2,000명을 증원하면서 그 정원의 논거로 "의사들이 많아지면 필수 의료에 돌아올 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다"라는 낙수효과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사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들의 사명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전공 의사들의 사명감을 뭉개버린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대 정원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고 하더라도, 이 무너진 사명감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 사태의 원인이 된 여러 사람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제가 듣기에는 사과가 가장 중요하고, 그게 이루어진다면 조정도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조정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사과가 선결 과제다, 이렇게 들립니다. 만약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최소한 사과하거나 물러나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아무래도 역대급 발언을 많이 하신 분들이 있죠. '의새부터 시작해서 시신 실습용인 카데바를 수입한다'거나, '환자를 전세기로 외국에 보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화할 수 있으면 응급실 올 환자가 아니다"는 발언을 하신 분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인천시 의료원장 같은 분들은 원래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셨고, 의료원장들은 대부분 이런 입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분들도 지금과 같은 방식에 찬성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의 시작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사태의 마침표를 찍고, 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인력 양성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필요합니다. 이정현 위원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인천의료원장님이 말씀하신 게 바로 지역의 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할 대책으로 공공병원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난다고 해서,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낙수 효과로 지역 공공병원에 의사가 배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지역 공공병원에 필수 의료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은 현재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도 국립대 의대는 입학 정원의 50%를 줄였지만, 민간 사립대나 재벌 소속의 사학재단은 입학 정원을 전혀 줄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민간 사학재단을 키우는 것이 될 것이고, 국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공의대나 공공병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역 필수 의료 인력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대와 공공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래서 정부가 의대 정원에 맞춰서 지역 인재 전형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라는 제도로, 지역에서 장기 근무하는 필수 의료 전문의에게 월 4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게 과연 실효적인 대책이 되는지, 의사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상호 부회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지금 정부가 국민께 제안하는 여러 가지 제도는 전혀 숙고하지 않은, 아이디어 공모전 수준의 정책이라고 봅니다.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라는 것이 예산 14억 원 정도로 시범 사업을 하겠다고 하지만, 8개 과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인재 전형이라는 제도는 일본에서도 시행되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그 지역의 의료도 발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에 간호법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작년에 거부됐던 법안이 이번에 통과된 것은, 정부가 PA 간호사에 대한 불법적인 시범 사업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간호사 처우 개선이나 업무 배치 기준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간호사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전공의 업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더욱 억울한 심정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의료대란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두 분의 의견을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정현 선생님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정부의 책임 있는 분들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의료 전공의, 의협 등 관련된 모든 기관이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상호 부회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사람은 5천만 국민 중에 단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빠른 결정을 내려서 이 5천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우리 의료인들이 환자를 열심히 돌볼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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