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우정결혼

최근 아사히신문에 소개된 우정결혼 커플의 경우 남편도 아내도 성소수자다. 이성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어렵지만 서로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었다. 남편은 손주를 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고, 아내는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성관계 없이 주사기를 이용해서 임신하는 ‘시린지법’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다. 양쪽 부모는 우정결혼이라는 사실을 지금도 모른다.
이성을 연애 대상으로 볼 수 없는 성소수자가 굳이 이성과 결혼하는 것은 일본 사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동성혼이 아직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동성혼은 이제 약 40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하고 아시아에서도 대만이나 태국에서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한편 이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결혼 상대는 별개로 생각해서 우정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은 ‘생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하나의 회사를 공동 경영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다.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면 법적으로 혜택이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면도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연애결혼이 전제가 된 시대이기 때문에 우정결혼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 같다. 일본도 예전에는 중매결혼이 주류였다. 중매결혼은 본인의 의사보다 가문이나 조건을 고려하는 결혼 방식이다. 연애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결혼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에서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며, 현재는 연애결혼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우정결혼 커플 중 잘 지내고 있는 경우만 인터뷰에 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기사를 보면 친구처럼 평화롭게 함께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연애로 시작한 결혼은 상대방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애초에 연애가 빠진 결혼이라면 실망할 일도 별로 없을 수 있겠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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