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에 깃든 평화의 가치, 유럽인의 심금을 울리다
화해·상생 담긴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제적 공감대 형성
[아이뉴스24 박태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유럽 지역에서 처음으로 제주4·3의 역사를 알리는 ‘제주4·3 국제특별전 개막식과 심포지엄’을 지난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김애숙 정무부지사와 임상범 주독일 대한민국대사, 독일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인 토비아스 바헐레(Tobias B. Bacherle)의 축사로 전시회 개막식이 시작됐다.
독일 현지 기자단과 외교단 수십 명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노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막 공연에서는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제주 출신 부종배 성악가와 제주 출신 작곡가 겸 모던피아니스트 문효진의 피아노 공연이 마련돼 행사에 활기를 더했다.
이어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위원회 공동위원장 문혜형 할머니가 직접 가족사를 소개해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 할머니의 아버지인 고(故) 문순현 씨는 대구형무소 수감 중 6·25전쟁으로 행방불명된 후 배우자에게 보낸 편지가 4·3기록물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포함됐다.
특별전에서는 4·3의 연대기와 과거사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을 판넬, 영상, 사진, 기록물 복제본 등 다양한 매체로 전시해 외국인에게 4·3의 역사를 알리는 장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4․3 소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전시해 주목을 받았으며, 현지인들이 제주 방문단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애숙 정무부지사는 “이 소설에는 문혜형 선생님의 경험과 유사하게,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육지부 형무소로 찾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제 전문가와 현지 학자들이 4·3의 역사적 의미,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 갈등해결 선도모델로서의 4·3의 가치를 공유했다.
2021년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댄 스미스(Dan Smith)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장(SIPRI)은 기조연설에서 평화를 위한 진실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4·3을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를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베를린대 한국학과장 겸 동아시아대학원 원장인 이은정 교수가 좌장을 맡아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다.
주제 발표로 나선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제주도민의 희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희생자 보상금 지급 등의 노력을 소개했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는 도민과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진상규명 운동과 화해와 상생의 과정, 4·3기록물의 가치를 설명했다.
패널 발표 후 토론에서 베르니 페니히 자유베를린 대학교 교수는 “역사에는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가 내포돼 있어, 과거 기록을 다룰 때 법적, 사회적,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로리안 펠킹 보훔대학교 교수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노력은 국가적 맥락을 초월하는 중요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제주4·3에 대한 집단기억이 새롭게 정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철인 제주대학교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된 제주 4·3기록물의 구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유 교수는 “이 기록물에는 당시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수감자 관련 문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증언, 진실과 화해를 위한 시민 운동 자료, 제주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며 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제주4·3 갈등 해결 과정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심포지엄 중간 휴식시간에는 제주 특산물로 만든 다과가 제공돼 참가자들의 제주에 대한 관심을 한층 높였다. 학술적 논의와 더불어 제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
4·3 특별전과 심포지엄은 14일 독일에 이어 16일 영국에서도 개최해 세계에 4·3의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제주=박태진 기자(ptj195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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