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하던 세브란스 교수는 지금‥"아기들 암이니까 두고 볼 수가 없잖아요"

정승혜 luxmundi@mbc.co.kr 2024. 10. 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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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고 나면 돌아서서 다음 취재거리를 찾느라 '언제 그런 기사를 썼었나'..기억이 감감한 게 기자들의 일상입니다.

그때 한정우 교수는 의료공백 사태가 10월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3월에도 이미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오는 당직 근무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세브란스 암병원에 있는 소아청소년암센터로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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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고 나면 돌아서서 다음 취재거리를 찾느라 '언제 그런 기사를 썼었나'..기억이 감감한 게 기자들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가끔, 드물게,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이 궁금한 취재원이 있습니다. 올해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정우 교수가 그랬습니다.


■ 환자 곁 지키면서 '1인 시위' 하던 그 의사...

지난 3월 세브란스 병원 로비에서 나홀로 피켓 시위를 하는 의대 교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한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증원 2천 명'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그때 한정우 교수는 의료공백 사태가 10월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3월에도 이미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오는 당직 근무에 지쳐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세브란스 암병원에 있는 소아청소년암센터로 찾아갔습니다. A/S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 "아기들 암이니까 두고 볼 수가 없잖아요...어떻게든 시간 끼워 넣어 저녁에 수술하고"

Q. 날짜를 찾아보니 3월 20일 교수님 인터뷰를 했습니다. 의료공백 사태가 이렇게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 때 이미 전공의들이 다 빠진 상태여서 사실 몇 주나 버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7개월이 다 돼 가네요... 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과에는 교수가 3명, 강사 선생님이 1명 있습니다. 돌보는 환자 수는 적으면 30여 명, 많을 때는 50명 정도 됩니다. 원래 있는 환자들 외에도 최근 다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된 환자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마취나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저희 병원도 예전보다 수술할 수 있는 여력은 줄었지만, 아기들 암이니까 어떻게든 끼워 넣어서 수술하고 있습니다. 소아외과 선생님들이 많이 애쓰고 계시죠. 안 되는 시간에...저녁 때 수술하고 이런 식으로... 항암 치료를 하다가 필요할 때는 수술도 하고, 방사선도 하고, 암 치료는 협력해서 팀으로 움직여야 되거든요. 아기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 저희 병원은 그렇게 유지를 해왔습니다만 병원에 따라서는 사직하신 분들도 있었을 거예요. 원래 소아암 수술하는 분들이 많지 않으니까 한 분만 사직하시더라도 그 병원은 그냥 다 멈추는 거거든요."


■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우리나라 30명 vs 일본은 1,000명"

Q. 소아청소년과 지원 전공의가 사라진다, 가족들이 다 반대한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세부전공으로 들어가서 소아혈액종양은 더 귀하고,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좀 넘게 많은데,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숫자는 30배나 많습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진료하는 분들은 다 합쳐도 30여명 인데, 일본은 1천 명 선이에요. 출산율이 줄어드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소아과 전문의 수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진료수가든 정부의 지원이 있든 뭐가 있지 않으면 이런 숫자는 유지될 수 없는 거죠. 미국은 비교도 못합니다. '신경모세포종'이라는 병이 있는데, 그 병을 보는 의사만 한 병원에 30명 있다더라고요. 우리는 전국을 다 모아도 30명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의료를 지향하고 있는 걸까요? '저수가'때문에 회전율을 높여야하는 박리다매 30초 진료? 아니면 제대로된 설명과 질문을 할 수 있는 진료? 현재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의사의 진찰이나 처치보다 기계를 써야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정신적인 노동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아요. 수가항목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 아기들은 CT나 MRI 검사 잘 안하쟎아요. 진찰료로 수익을 내려면 환자를 정말 엄청 많이 봐야 하는데, 저출산으로 아기들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스스로 갈아넣기만 한다고 이 구조가 바뀔까요?"


■ "2천 명? 2만 명 증원한다고 소아과 올까?"

Q. 정부는 "동맹휴학은 안된다, 내년에 안 돌아오면 유급 · 제적하겠다" 압박하고 있지만 올해 의대생들의 복귀가 어렵다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는거 아닐까요...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다 모여서 파업 형태로 하자 이렇게 휴학한 것이 아니고 각자의 자유의사에 따라서 본인이 결정해서 휴학을 하겠다고 한 거 아닙니까? 의대도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운영하지 못했는데 휴학을 안 시켜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의대 6년을 5년으로 할 수 있다' 정부의 말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규정은 있더라고요. 무슨 말이냐 하면 학점을 다 이수하면 1년 이내에서 줄여줄 수 있다, 일종의 조기졸업인 거죠. 그런 규정을 활용해서 6년을 5년으로 줄이는 것도 대학의 자율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데, 정부 관계자들이 법에 없는 내용을 말하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법 아래 숨는 거죠. 법을 편법으로 이용해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땜질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거거든요. 2천 명 증원이란 무리수를 두고, 그 때문에 의료인력 수급이 안 되니까 이것 저것 별 수단을 다 끌어다 쓰는 것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2천 명? 2만 명은 왜 증원 못합니까? 증원한다고 소아과 온답니까? 지금도 미국에 비하면 우리 의대 교육은 많이 부실합니다. 의대에서 밀도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수님 어깨 너머로 '환자는 저렇게 만지는구나' 이러고 끝나요. 본인이 직접 만져볼 기회도 없고...그렇게 하고 그냥 견습생으로 끝나거든요. 그러면 의대 4년이 끝나더라도 환자 진료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의사를 원하는 걸까요?"


■ '최후의 보루' 지키고 있지만 지쳐가고 있다.."임상실험 하듯 하지 마세요!"

한정우 교수는 현재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돌아가고는 있지만 지치고..가끔씩 이것이 유지될 수 있나, 나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시 3월이 되면 그 때는 좀 다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까지 해결이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어쨌든 대타협이 되더라도 뭔가 변화가 나타나야 될 것 같아요. 땜질 처방들 당장 중단해줬으면 좋겠고요. 방향성, 목표, 그거보다 더 중요한게 철학인데 뭘 이뤄내겠다는 철학이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임상실험 하듯이 하지 마시고.. 이러다 부작용 초래되면 진짜, 아니 돈 낭비는 차치하고라도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려고 하는지 정말 너무 걱정됩니다."

정승혜 기자(luxmund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45435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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