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만이 아니었다…KIA, 김범수·홍건희까지 ‘불펜 올인’ 선언

KIA 타이거즈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솔직히 말해 조용하다 못해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4년 통합 우승 이후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2025시즌은 부상과 공백이 겹치며 8위로 추락했고, 그 후폭풍은 스토브리그 내내 이어졌다. 박찬호가 팀을 떠났고, 최형우 역시 유니폼을 바꿨다. 양현종을 붙잡았지만 팬들이 체감하기에는 ‘남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아 보이는’ 겨울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KIA가 선택한 마지막 카드는 결국 불펜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상우, 김범수, 홍건희라는 이름이 동시에 올라왔다.

조상우 이야기는 이제 막바지다. KIA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치른 대가를 떠올리면, 이 협상이 길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현금 10억 원에 신인 지명권 두 장, 결코 가볍지 않은 출혈이었다. 키움 시절 국가대표 마무리로 이름을 날렸고, 한때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였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 구속은 눈에 띄게 내려왔고, 예전처럼 타자를 힘으로 눌러버리는 장면은 줄었다. 지난 시즌 72경기 28홀드라는 기록은 ‘쓸 수는 있다’는 증명이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까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FA 시장에서 조상우는 이름값만큼 환대를 받지 못했고, 협상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KIA가 선택한 해법은 전형적인 ‘현실적 타협’이다. 4년 전면 보장 대신 2년 보장, 그 이후는 다시 평가받는 구조. 선수에게는 재도약의 기회를, 구단에는 리스크 관리라는 명분을 준다. 조상우 입장에서도 이 선택은 나쁘지 않다. 이미 한 번 내려온 몸값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고, 익숙한 팀에서 역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 출국 전 발표가 유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서로 더 이상 끌 이유가 없다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KIA는 조상우 하나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범수, 그리고 홍건희까지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 대목에서 KIA의 스토브리그 방향성이 분명해진다. “우리는 올해 불펜으로 버틴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난해 KIA 불펜 평균자책점은 5점대를 넘겼고, 경기 후반에 리드를 잡아도 불안이 따라다녔다. 지켜야 할 경기를 놓쳤고, 쫓아갈 때는 추격 동력이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떤 청사진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범수는 그 상징적인 카드다. 한화에서 오랜 시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정체성을 찾지 못했던 투수였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73경기 평균자책점 2.25, 피홈런 0개.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왜 아직 계약을 못 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FA 시장은 늘 냉정하다. 한 시즌 반짝한 성적에 얼마나 값을 매길 것인가, 그리고 B등급이라는 보상 부담을 감당할 팀이 있는가. 그 계산이 김범수의 발목을 잡았다. 한화와 협상이 길어진 사이, KIA가 파고들었다.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치더라도, 캠프를 놓치지 않으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김범수에게 KIA는 ‘지금 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홍건희까지 더해진다. 옵트아웃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부상과 성적 부진이 겹치며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런 선수를 KIA가 테이블에 올린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필요한 건 화려한 이름이 아니라 ‘던질 수 있는 팔’이다. 지난해 불펜이 무너진 팀에게 가장 위험한 건 또다시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다. 홍건희가 완벽하지 않아도, 관리 속에서 쓸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선수 입장에서도 ‘미아’가 되는 것보다는, 다시 기회를 얻는 편이 낫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KIA는 방향을 틀었다고 보는 게 맞다. 타선 약화는 감수하되, 불펜을 두텁게 쌓아 경기 후반을 단단히 가져가겠다는 계산이다. 김도영이라는 확실한 중심이 있고, 건강만 유지된다면 공격은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문제는 늘 마운드였고, 그중에서도 불펜이었다. 조상우 하나만 붙잡는 데서 끝났다면 ‘미봉책’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범수, 홍건희까지 동시에 움직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작년과 똑같지는 않다”는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물론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조상우의 구속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김범수의 지난해가 커리어 하이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홍건희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KIA는 지금 ‘안 하면 그대로 내려간다’는 상황에 서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되는 구간이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KIA가 어떤 이름을 몇 개나 발표할지에 따라 2026시즌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용했던 겨울의 끝에서, KIA가 불펜이라는 한 방으로 판을 흔들 수 있을지. 최소한 이번엔,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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