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플랫폼 잡는 공정위]②'안갯속' 구글 한국 매출…공정 규제 가능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플랫폼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정부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규제를 위해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두고 시장지배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은 제재하지 못한 채 국내 기업만 역차별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시장점유율 60% 이상,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등을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사후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개·검색·동영상·운영체제·소셜미디어·광고 등 6개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끼워팔기 등 불공정행위를 하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독과점 규제의 필수 조건은 정확한 시장지배사업자 지정이다. 그러나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은 실제 한국 매출과 이용자 수 등의 지표를 알 수 없어 규제를 피해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653억원이다. 구글처럼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가 주요 수익원인 네이버의 같은 기간 매출은 연결기준 9조7706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구글이 법인세율이 비교적 낮은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에 지역 거점을 뒀기 때문에 한국 매출 규모가 실제보다 적게 집계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최근 발표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추정 매출은 약 12조원이다.
이에 관해 박승권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에 본사가 없고 서버도 두지 않은 글로벌 기업은 한국 정부에 시장 지표 관련 서류, 입출금 과정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국내 기업은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역차별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유튜브 뮤직 조사는 글로벌 플랫폼 규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는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문제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2월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이과 관련한 규제 조치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공정위가 모범사례로 삼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제정 배경은 한국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와 비슷한 DMA를 제정한 EU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유럽 내 데이터센터 설치 등을 요구하는 등 비교적 정확한 시장 조사를 벌일 여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정확한 이용자 수를 집계하는 것도 문제다.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텔레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은 한국의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의 이용자 수로 알려진 것은 관련 업계의 추정치일 뿐이다. 국내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추정치와 기업 내부에서 집계한 실제 수치가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정확한 현황은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미 글로벌 기업을 제재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외 기업을 공정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미 퀄컴·구글·넷플릭스 등을 강력 규제한 바 있고, 전 세계에서 한국 정부만큼 강력하게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법을 집행하는 곳이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아직 법 개정 전이기 때문에 대상 기업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