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5세대 신형 싼타페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대형화, 그중에서도 SUV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힘껏 ‘벌크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전작(4세대)이 기아 쏘렌토에 압도당하며 부진한 탓인지, 신형 모델에선 그간의 싼타페 DNA를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SUV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위용이 현대차의 절치부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신형 싼타페를 시승했다.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파주시 파평면에 위치한 카페까지 약 100km 코스를 왕복했다. 당시 비가 내려 전반적인 시승코스가 미끄러운 편이었다.
5세대 싼타페는 역대 싼타페 라인업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차체 길이는 4830㎜로 기존 보다 45㎜ 길어졌고, 휠베이스 역시 50㎜ 늘어난 2815㎜에 달해 실내 거주성이 향상됐다. 특히 후면부 직각 형태로 마감된 D필러와 거대한 테일게이트 덕분에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2열과 3열 모두 접으면 725리터 수화물 용량을 제공해 차박이나 낚시, 캠핑 등 다변화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한다.



신차의 운전석은 광활한 시야를 확보해 안정감을 준다. 수평선을 강조한 대시보드와 굵직한 센터콘솔, 적재적소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실내를 풍부히 만드는 동시에 겉모습과는 또 다른 세련된 매력까지 선사한다. 이에 더해 화이트 톤의 우드와 시트, 가죽커버는 쾌적함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시승 차량은 2.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0kgf∙m(1700~4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이전보다 130kg이나 무거워진 1905kg에 달하지만, 가속 시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치고 나가면서도 주행 질감은 세단처럼 부드러웠다. 서스펜션 세팅은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감쇄했고, 노면의 잔진동 역시 만족스럽게 흡수했다.
다만 불어난 덩치와 무게로 인해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가거나 차로를 변경할 때 부각되는 차체 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또 터보 엔진 특유의 가속 지연 현상인 ‘터보 래그’가 60km/h 정도의 저속 구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이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5세대 싼타페 시승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이다.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자동차 전용 도로와 도심 구간, 좁은 1차선 도로를 막론하고 차별화된 주행 편의성을 제공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매끄럽게 유지하면서 정차 시에 이질적이지 않게 속도를 줄였다.
신차는 차로 유지 보조 2 기능을 탑재해 곡선 도로는 물론 램프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차선을 유지했다. 직접식 감지(Hands on Detection, HOD) 스티어링 휠 덕분에 핸들을 잡거나 움직일 필요 없이 손을 올려놓기만 해도 기능 유지가 가능하단 점은 운전 피로도를 섬세하게 낮춰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이 돋보였다.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차량 스스로 안전 유무 판단 후 해당 방향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실선 구간에서는 ‘작동 가능한 차로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고정했다.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환경 속에서도 차선을 정확히 인지하고 기능을 구현하는 모습은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막연한 미래가 아님을 일깨웠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의 직관성도 훌륭했는데, 과속이나 주행 경로 안내 등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역할에서 나아가 주변 차량과 도로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고 3D 그래픽으로 나타냈다. 차로 변경을 시도할 때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는 경우, 붉은색 조명을 점등함으로써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신형 싼타페 2.5 터보 가솔린의 공인 연비는 11.0km/l다. 실주행 결과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주행보조 기능을 모두 활성화한 상태에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출발해 파주 카페까지 46.7km 코스에서 연비는 리터당 11.7km, 주행보조 기능을 모두 비활성화하고 직접 운전해서 돌아온 48.2km 구간에선 리터당 10.3km를 기록했다. 시승 차량은 캘리그래피(6인승 풀옵션) 트림으로 가격은 483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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