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광물 덩어리가 뿜는다는 '암흑 산소'…과학자들 논쟁 점화

이병구 기자 2024. 9.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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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들지 않는 심해의 금속 광물 덩어리가 산소를 만들어 지구에 공급했을 수도 있다는 최근의 '암흑 산소' 연구결과에 대해 다른 과학자와 심해 채굴 기업들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앤드루 스위트먼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AMS)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 은 해저 4000m 심해 평원에서 망간 단괴로 대표되는 광물 덩어리인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들이 마치 배터리처럼 작용하고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만든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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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는 망간이나 코발트 등 다양한 금속을 포함한 단괴(nodule)가 있어 자원 채굴 대상으로 주목받는다. ROV KIEL 6000, GEOMAR/위키미디어 제공

빛이 들지 않는 심해의 금속 광물 덩어리가 산소를 만들어 지구에 공급했을 수도 있다는 최근의 '암흑 산소' 연구결과에 대해 다른 과학자와 심해 채굴 기업들이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8일 보도를 통해 암흑 산소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쟁을 소개했다.

지난 7월 앤드루 스위트먼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AMS)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
은 해저 4000m 심해 평원에서 망간 단괴로 대표되는 광물 덩어리인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들이 마치 배터리처럼 작용하고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만든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공개했다.

연구가 제시한 암흑 산소 가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재 지구 생명체가 소비하는 산소의 기원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세균 광합성이 아닌 다른 산소 공급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해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또 단괴가 바닷속에서 산소 공급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괴에서 코발트 등의 자원을 얻는 심해 자원 채굴이 심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이 제시됐다. 사이언스는 연구결과가 "심해 채굴을 막으려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심해 채굴 업체인 메탈스 컴퍼니(Metals Company)는 18일(현지시간) 사전 공개한 비평을 통해 스위트먼 교수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생성된 산소가 금속 단괴가 아니라 실험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탈스 컴퍼니는 스위트먼 교수팀이 진행한 심해 채굴의 환경 영향 평가 연구의 후원 기업이기도 하다.

메탈스 컴퍼니 연구팀은 실험 과정에서 챔버 내 산소가 기포로 남아 제대로 배출되지 않았거나 장비에서 누출된 전기가 전기분해를 일으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스위트먼 교수는 챔버에 남은 기포나 누전이 산소를 증가시켰다면 산소가 전혀 생성되지 않은 경우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또다른 심해 채굴 기업 어뎁스(Adepth)는 스위트먼 교수팀의 전압 측정에 초점을 맞춘 비평을 지난달 사전 공개했다. 물을 전기분해할 정도의 전압에 근접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스위트먼 교수는 "전기분해가 간헐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다른 연구그룹도 반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 단괴에서 산소 수치를 측정한 '유럽 마이닝임팩트2' 프로젝트를 이끈 독일 킬 해양연구센터 마티아스 헤켈 연구원은 "왜 우리는 아직 산소 발생을 보지 못했냐는 것이 가장 큰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약 20년 전에 스위트먼 교수팀과 같은 해저 착륙선을 사용해 해저에서 산소 생산을 감지했지만 갇혀 있던 기포였던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트먼 교수는 "단괴가 항상 산소를 뿜어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위트먼 교수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전기분해의 또 다른 생성 물질인 수소를 모니터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61-024-01480-8
- doi.org/10.13140/RG.2.2.30239.37289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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