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선으로 그린 굵직한 감동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분명 펜촉과 연필로 그은 선이 선명하게 보이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본관 6층 갤러리원에서 이달 1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무담 이환회(65) 작가의 <연필心(심) 펜話(화) 2> 전시에 걸린 작품들 이야기다.
펜 또는 연필로 세밀하고 현실에 가깝게 그리는 게 이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펜은 스푼 펜, 지(G) 펜, 둥근(마루) 펜을 먹물에 찍어서 쓰고 세라믹 펜을 쓸 때도 있는데, 이때는 중성잉크를 사용한다. 연필은 3B·4B처럼 진한 것부터 HB, H 연한 연필을 고루 쓴다. 더 얇은 선이 필요할 때는 0.3~0.5㎜ 샤프를 쓴다. 펜과 연필을 섞어서 쓰는 일은 없다고 한다.
미술 교사였던 작가는 2022년 퇴직 후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는 2015년 같은 제목으로 열었던 첫 전시 이후 9년 만에 연 두 번째 전시다. 교사 일을 하면서 작품을 발표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이번 전시는 퇴직 2년 전부터 준비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그림인 '눈 내리는 삼척항'은 길이가 2m로 완성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길이가 1m만 넘어도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이런 식으로 1년에 많아야 4점 정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빌려온다. 그는 "깊게 성찰하며 봐야 하는 추상화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을 주로 그린다"며 "남들은 도 닦듯이 그리는 줄 알지만, 그리면서 얼마나 잡생각이 많은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림을 완성하면 묘한 성취감이 생기고 어려운 그림을 그려낼수록 그 성취감은 크다"고 말했다. 그가 어려운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는 이유다.
전남 순천 승주읍에 있는 선암사 가는 뒷길을 그린 그림에서 관람객을 향한 그의 따뜻한 배려가 드러난다. 그림 오른쪽 아래에 돌무더기가 있는데, 실제로 작가가 본 풍경에는 쓰레기가 쌓여있었다고 한다. 차마 쓰레기를 그릴 수 없었던 그는 그 자리에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부처 얼굴을 그렸다.
이 작가는 현재 지금까지 한 작업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구상 중이다. 그는 "1:1 비율로 그리려면 종이가 여러 장 나와서, 이어 붙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면서 "종이 크기에 따라 펜과 연필의 굵기를 다르게 해야 하니 수많은 펜촉으로 실험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작가의 누리집(moodam.modoo.at)에서도 볼 수 있다. 문의 010-7749-3277.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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