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마니아가 노후한 소련제 장갑차를 대체하고 지상군 전력 강화를 위해 올해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IFV) 246대 구매를 추진한다고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 닷컴이 지난 5월 4일에 보도했습니다.
루마니아 국방부가 밝힌 이 계획은 다른 계획보다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며, 사업 규모는 약 25억~30억 유로(약 3조9606억~4조7527억 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통해 루마니아 육군은 단순한 장비 교체를 넘어 국방 체계의 근본적인 현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에는 차량뿐 아니라 훈련 시뮬레이터와 초기 군수 지원이 포함되며, 납품은 2025년 계약 체결 뒤 8년 안에 완료를 목표로 합니다.
또한, 2031년 이후 예비와 전략 비축 물량으로 50~52대를 추가 도입해 총 300대 규모로 확대하는 2단계 계획도 수립돼 있습니다.

이번 IFV 도입으로 루마니아군의 보병 전투 차량 전력은 약 50% 늘어나고, NATO 기준에 맞는 현대화를 이루게 됩니다.
루마니아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루마니아군 전체에 걸쳐 70개 넘는 주요 조달과 현대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27개는 실제 계약을 맺어 추진 중입니다.
특히 지상군 관련 사업이 다수를 차지하며, 병력수송장갑차(APC), 경량전술차량, 다목적 차륜형 플랫폼, 대대급 155mm 자주포 시스템 구매 등이 포함됩니다.
이중 155mm 자주포 시스템 구매사업은 작년에 한국의 K9이 선정되었으며, 경량전술차량은 튀르키예 방산기업이 수주했습니다.
루마니아는 냉전 시대부터 운용해 온 노후한 소련제 MLI-84와 MLI-84M 장갑차를 현대적인 NATO 표준 장비로 교체함으로써 방위력을 크게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K9 자주포의 성공 이을까? 레드백·링스 등 4파전 경쟁 가열
이 대규모 사업에는 세계적인 방산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BSDA 2024' 방산 전시회에서는 주요 후보 기종들을 선보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Redback)은 K9 자주포와 동력계통을 공유하고 있어, 이미 루마니아에 수출된 K9 자주포와의 상승 효과가 기대됩니다.
또한 호주 사업에서의 수주 경험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백은 뛰어난 기동성과 방호력, 화력을 갖추었으며, 현대전에 최적화된 첨단 전장 관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Lynx)는 현지 업체 Automecanica Mediaș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링스는 모듈형 구조로 임무에 따라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며, 독일의 뛰어난 장갑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영국 BAE 시스템즈의 'CV90'은 여러 유럽과 NATO 회원국에서 운용되고 있어 검증된 신뢰성이 강점입니다.

약 1,300대가 생산되어 운용 중인 CV90은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능 개량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럽 지상 시스템즈(GDELS)의 'ASCOD 2'는 루마니아 전시회에서 최신형을 시연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ASCOD 2는 스페인과 오스트리아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아약스'(Ajax)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폴란드, 튀르키예 등 가까운 나라 업체들의 참여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4개 업체의 경쟁 구도가 유력합니다.
호주에서 링스를 제친 레드백, 그 성공 요인과 루마니아 전망
한화의 레드백은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독일의 링스를 제치고 승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입증된 레드백의 장점들은 루마니아에서도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백의 가장 큰 강점은 우수한 기동성과 생존성입니다.

K9 자주포와 동일한 파워팩을 사용하여 신뢰성이 높으며, 고무 궤도를 채택해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는 군 운용에서 중요한 요소로, 호주 시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부분입니다.
특히 레드백의 '아이언 피스트' 능동방어시스템은 적 대전차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첨단 기술로, 전장 생존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또한 한화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에서도 강점을 보였습니다.
호주 사업에서 현지 업체 40여 곳과 '팀 한화'를 구성하여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자국 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원하는 루마니아의 요구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루마니아는 최근 튀르키예 오토카르사와 '코브라 II' 장갑차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방산 현지화에 적극적입니다.

한화는 폴란드에서도 K9 자주포와 K239 천무의 현지 생산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어, 루마니아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레드백은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 선정 과정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협력을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처럼, 루마니아도 NATO 동부 전선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과의 방산 협력은 루마니아에게 다양화된 안보 파트너십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지원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호주 사업에서 한국 육군의 레드백 시범운용은 신뢰성 입증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지원은 루마니아 사업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루마니아의 방산 자립의 꿈
루마니아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기술과 노하우 이전, 생산 현지화, 신규 장비의 자체 유지보수와 정비(MRO) 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자국 방위 산업 역량 강화도 함께 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고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합니다.
실제로 루마니아는 최근 튀르키예와 협력해 방산 현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튀르키예 오토카르(Otokar)사가 개발한 '코브라 II'(COBRA II) 4x4 소형 전술차량 781대의 루마니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세웠습니다.

이 합작회사는 생산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담당합니다.
지분은 튀르키예 오토카르 랜드 시스템즈 SRL과 루마니아 아우토메카니카 S.A.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브라 II 장갑차 현지 생산은 루마니아군이 도입하기로 한 총 1059대의 코브라 II 공급 계약의 일부로 이루어졌습니다.
K9 자주포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서는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화는 폴란드에서 K9 자주포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의 현지 생산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루마니아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NATO 동부 전선 강화의 열쇠, 루마니아의 전략적 중요성
루마니아는 폴란드와 함께 NATO 최전선 국가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NATO가 냉전시대 최전선 방어를 위해 이탈리아와 서독의 재무장을 지원했던 것처럼, 지금의 루마니아와 폴란드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루마니아는 흑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대치하는 위치에 있어, NATO의 동부 방어선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NATO는 루마니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적극적입니다.
미국은 특수부대와 공군 전력을 루마니아에 순환 배치하고 있으며, 데베셀루 기지에는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NATO 회원국 전투기들도 수시로 루마니아에 순환 배치되어 흑해 상공을 초계 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미 101공수사단과 프랑스 육군 여단급 부대가 추가로 전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NATO는 루마니아에 국방예산 증액과 군사장비의 NATO 표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루마니아의 국방예산은 70억 달러(약 9조2630억 원) 수준이며, 이 중 약 40%인 28억 달러가 무기 구매에 배정되어 있습니다.
루마니아는 앞으로 국방예산을 GDP의 3% 수준인 9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고, 무기 구매 예산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루마니아군의 무기체계는 대부분 노후화되어 있습니다.
가장 강력했던 T-72 전차 60여 대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공여했으며, 남은 전차들은 대부분 1950~60년대에 개발된 T-55 계열로 현대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보병전투장갑차 역시 1960년대 생산된 BMP-1을 개량한 MLI-84가 주력이며, 이마저도 2024년까지 전량 퇴역 예정입니다.
이처럼 노후화된 장비를 현대적인 NATO 표준 무기체계로 교체하는 것은 루마니아에게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진행되는 246대 규모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은 루마니아 군 현대화의 핵심 프로젝트로, NATO 동부 전선 강화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한화 레드백을 비롯한 후보 업체들은 단순한 장비 판매를 넘어, 루마니아가 NATO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방산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