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다고?…” 단종 발표되고 모두가 충격 받았던 자동차 TOP3

해치백의 무덤에서 핀 꽃, 벨로스터 N
증명하고 사라진 조선의 파나메라, 스팅어
벤츠의 심장을 품은 대형 세단, 체어맨

자동차라는 것은 결국 상품이다. 감성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자동차는 철저히 시장 논리 위에서 움직이는 공산품이다. 기업은 철저히 윤리 추구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팔릴 가능성을 계산해 차를 만들고, 소비자는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연다. 성능이든, 디자인이든, 가격이든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선택받는 쪽만 살아남는다.

사진 출처 = 현대차

이 공식에서 벗어난 차량의 결말은 명확하다. 안 팔린다. 그리고 ‘안 팔린다’라는 말은 단순히 판매량이 낮다는 의미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은 팔리지 않는 차를 위해 생산 라인을 유지해야 하고, 팔리지 않는 차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하며, 팔리지 않는 차를 위해 전시장 한켠을 내주어야 한다. 모든 선택이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부담을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는 방법은 단종이다. 시장에서 외면받은 차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모든 단종 차량이 ‘당연한 결말’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단순히 판매량만 놓고 평가하기에는, 분명 각자의 자리에서 빛났던 차들이 있다.

팔리진 않았지만, 가장 시끄럽게 달린 차

국산 핫해치의 자존심이자 현대의 모터스포츠 DNA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모델, 벨로스터 N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생산된 이 차량은 등장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그것도 ‘핫해치’라는 극히 좁은 세그먼트를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현대차

차량은 솔직했다. 시끄럽고, 단단하며, 편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불편함은 운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모든 노면의 요철은 여과 없이 엉덩이로 전달됐고, 뒷좌석은 누군가에게 권유하기에 민망한 사이즈를 자랑했다.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보면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벨로스터 N이 남긴 의미는 분명하다. 이 차량은 현대의 모터스포츠 DNA를 다시 깨워냈다. 과거 베르나로 랠리에 도전하던 시절을 일깨우듯, 벨로스터 N을 기점으로 현대는 i20 N과 i30 N을 앞세워 WRC와 TCR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현대차

모터스포츠 성적만이 이 차량이 가진 의미의 전부는 아니다. 짧은 휠베이스와 현대가 자랑하는 e-LSD의 조합은 민첩한 코너링을 만들어냈고, DCT는 물론 수동 변속기까지 제공하며 운전자로 하여금 잊고 있던 ‘운전하는 재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판매량과 별개로, 이 차는 분명 재미있는 자동차였다.

증명하고 사라진 조선의 파나메라

‘조선의 파나메라’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차량, 기아 스팅어다. 2017년 등장해 2023년 단종된 스팅어는 국산 차 시장에서 보기 드문 스포츠 GT 세단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2.0 엔진과 3.3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됐고, 이후에는 2.5 엔진이 추가되기도 했다.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사진 출처 =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런 차도 만들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사륜구동 모델은 안정적이고 시원시원한 주행 성능을, 후륜구동 모델은 더욱 날카로운 코너링 감각을 제공했다. 여기에 3.3 터보 엔진을 선택하면 출력에 대한 아쉬움마저 사라졌다.

사진 출처 = 기아자동차

형제 차인 G70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G70은 스팅어처럼 공격적인 성향보단 균형과 편안함에 더 무게를 둔 모습이다. 그런 만큼 스팅어가 남긴 빈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스팅어는 단순한 세단이 아니라, 국산 차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벤츠의 심장을 단 국산 대형 세단

국내 제조사가 벤츠의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해 고급 세단을 만든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런 차량은 실제로 존재했다. KGM의 전신인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이다.

사진 출처 = 쌍용

1997년 1세대로 등장한 체어맨은 벤츠 E클래스 W124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후륜구동 대형 세단이었다. 외관 역시 1990년대 벤츠의 패밀리룩을 고스란히 따랐고, 싱글 암 와이퍼와 같은 벤츠 특유의 요소까지 적용됐다.

2세대 체어맨은 한층 더 과감했다. E클래스가 아닌 S클래스 W220 S500의 V8 5.0L 엔진을 사용했고, W221의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사실상 외관만 국산 차였을 뿐, 구성 요소는 벤츠 그 자체에 가까웠다. 2008년 출시된 차량임에도 열선 스티어링 휠, 하만 카돈 오디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사양을 대거 품고 있었다.

사진 출처 = 뉴스1

2017년까지 생산된 체어맨은 지금도 명차로 회자된다. 이를 증명하듯, 20만 km 이상 주행한 국산 차 가운데 1위는 여전히 체어맨이 차지하고 있다. 변화가 더뎠다는 비판과는 별개로, 기본기의 완성도는 지금도 높게 평가받는다.

뜨거운 진심에 차가운 시장

오늘 언급한 차량들은 모두 나름의 상품성과 분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의 선택을 끝내 받지 못했고, 단종이라는 결말에 도달했다. 벨로스터 N과 스팅어는 출발부터 대중이 아닌 ‘니치 시장’을 겨냥한 차량이었고, 체어맨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에 뒤처진 채 ‘사골’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사진 출처 = 현대차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시장 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런 차들이 존재했기에 브랜드의 방향성이 확장됐고, 소비자는 선택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판매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가 분명 존재했다는 이야기다.

욕심을 내자면 잘 팔리는 차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억에 남을 만한 차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한다. 결과가 어떻든, 그런 도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동차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점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