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인스타툰 작가 갈맥이

순간을 모아

수년을 써 내린 책 한 권은 며칠 만에 읽히고, 1년을 갈아 넣은 영화 한 편은 2시간이면 막을 내리며, 일주일을 공들인 만화 한 편은 5분이면 소비된다. 꼬박 1시간을 투자해 올린 그림 한 장은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스쳐 갈지도 모른다. 이렇듯 작가라면, 숱한 시간을 금세 지나갈 무언가로 바꿔 버리는 비효율을 필연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가 이들의 시간을 두고 헛되다 할 수 있을까. 잘 그린 만화는 독자의 한 주를 설레게 하고, 잘 만든 영화는 몇 년이고 회자되며, 잘 쓴 책은 누군가의 인생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짧은 시선들을 모아 따스한 공감의 장을 만들어 낸 또 한 명의 작가를 만나 들어 봤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하루 끝 작은 행복이 되고 싶다는 따스한 소망을.

Editor Yoonjeong Jeon Photo @galmekee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해요! (7월 4일 인터뷰)
반갑습니다. 야구에 관해 그리고 싶은 것들을 사부작사부작 그려 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팬 ‘갈맥이’입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당연히 알고 있었죠. 원래도 롯데 선수들의 인터뷰를 찾아서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촬영한 화보들도 봤고요. 특히 윤동희 선수나 김원중 선수의 사진을 보고선 ‘멋을 좀 부렸는데~’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도 ‘언제 갈맥이 채널이 이렇게 성장한 거지?’ 싶어서 뿌듯했어요.

#그릴 일이 있어 그립니다

어떤 콘셉트의 채널인지 소개해 주세요.
야구 팬의 특성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다들 화가 나 있다는 것’이잖아요. 근데 전 그런 화를 좀 덜어 내고 롯데 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재밌고 무해하게 교류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분노한 모습도 꽤 본 기억이 나는데요…) 앗, 못 참고 가끔 올리긴 해요. (헤헤) 하지만 누군가를 특정해서 그런 감정을 표출하진 않고 있어요. 그런 건 카톡으로 친구들끼리만 얘기하죠. “실책하면 안 되는데 왜 그럴까~?” 하고요.

채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KIA 타이거즈 인스타툰을 그리시는 (김)세륙 님을 보고 시작했어요. 직접 허락을 받기도 했고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세륙 님이 인스타그램 야구 만화계의 초창기 크리에이터신데요. 당시 친구가 저보고 “넌 롯데 팬인데 롯데 얘기로 그림을 그려 볼 생각은 없어?”라고 하길래 ‘나도 러프하게 몇 개 올려 볼까?’ 했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세륙 님께 연락했을 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 번 더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닉네임을 ‘갈맥이’로 정한 배경도 궁금해요.
거창한 계기는 없었어요. 롯데 팬이니까 무조건 갈매기 캐릭터를 그려야겠다고만 마음 먹고 있었죠. 그래서 처음엔 그냥 ‘갈매기’로 할까 했거든요. 근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끼룩이’나 ‘끼루기’도 떠올려 봤는데, 그건 또 된소리라 느낌이 세더라고요? 그래서 도로 갈매기로 돌아와서 ‘갈매기, 갈매기, 갈매기… 갈맥이?!’ 하다가 결정된 거예요.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캐릭터 이름을 지었는지도 찾아봤고요.

콘텐츠 소재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보통은 노트북으로 중계를 틀어 놓고 아이패드로 작업을 해요.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면서 어떤 장면, 어떤 선수를 그려야 할지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표현 방식 면에서는 주로 ‘핀터레스트’라는 이미지 아카이빙 플랫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특히 인터넷 밈을 자주 활용하더라고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밈 중독자’, ‘밈 천재’ 같은 소리를 들어서, 작업할 때도 그런 게 드러나나 봐요.

갈맥이는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인지,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인지 궁금해요.
원래는 완전히 다른 페르소나로 설정하고 싶었는데, 지금 보면 거의 95% 정도 저와 닮아서… 결국 스스로한테 영감을 받는 느낌이에요. 그렇지만 실제 저는 갈맥이보다 귀엽지 않기 때문에 본모습은 숨기려고 하고 있어요. (캐릭터가 칼을 든 모습도 봤어요.) 잊어 주세요!

선수들 캐리커처가 등장하기도 하던데, 표현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실제 얼굴하고 닮게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눈썹 모양이나 눈과 눈, 눈과 코 사이 간격, 얼굴형 같은 디테일에도 심혈을 기울여요. 전반적으로 닮아 보이는 데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어요.

심플한 그림체 특성상 묘사하기 힘든 얼굴 유형도 있겠죠?
그럴 때가 진짜 고통인데요. 예를 들면 고승민, 윤동희, 이민석 선수는 비교적 그리기 쉬운 편인 데 반해 김원중 선수는 최근 머리를 자르면서 작화 난이도가 높아졌어요. 무난하게 잘생기신 느낌이라 오히려 어려워요.

그림이 선수들에게 직접 닿은 적도 있었나요?
정철원 선수가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올리면서 정철원 선수랑 와이프분 계정을 태그한 적이 있는데요. 와이프분이 감사하게도 리그램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혹시나 두 분이 함께 보셨을까 하고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정철원 선수가 리액션이 정말 좋은 스타일이라 그릴 때도 재밌더라고요.

어떤 툴로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이는지,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아이패드의 ‘클립 스튜디오’라는 애플리케이션과 애플 펜슬을 이용해요. 그리는 덴 은근 시간이 걸려서 한 장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소요하고요. 마음에 안 들면 소설 ‘독 짓는 늙은이’의 노인처럼 뚜왕! 뚜왕! 갈아엎기도 하고 디테일을 잡는 데도 공을 들이느라 시간이 길어져요.

게시물이 업로드되는 시각에도 신경을 쓰나요?
경기를 시청하면서 호수비 같은 주요 장면을 메모해 놓고 7, 8회쯤 되면 ‘이제 그려야 돼, 그려야 돼…!’ 해요. 감상을 가장 활발하게 나눌 수 있는 경기 직후에 올리고 싶거든요. 그게 안 되면 조급해지고요. 올리는 시간도 중요한데 팬분들 보시기에 재밌는 것도 중요하니까 원하는 대로 하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팔로워가 1만을 넘었는데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아직도 쑥스러워요. 제가 계정을 운영하는 걸 아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요. 친구가 “지인한테 ‘갈맥이가 내 친구다’라고 했더니 엄청나게 기뻐하더라”라고 얘길 하는 걸 들으면 정말 감사하고 기뻐요. 실은 1만 팔로워 이벤트도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현생 때문에 계속 미뤄져서 못 하고 있거든요. 근데 제가 감히 그런 이벤트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인기를 실감하는 요인이 되기도 해요. (늘어난 팔로워만큼 게시글을 올릴 때 부담이 되진 않나요?) 부담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업로드를 자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채널이 본격적으로 흥행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한 번에 확 떴다기보단 기본적으로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면서 우상향해 온 느낌이에요. 그래도 반응이 터졌던 피드들이 있긴 한데, 하나는 롯데가 가을야구를 오랫동안 못 가서 한 해 목표를 정할 때 지난해 목표에서 연도만 바꾸는 콘셉트의 영상이었어요. 250만 조회 수가 넘게 나오면서 그쪽으로 유입이 많이 됐죠. 그다음에 ‘심각한 롯데 자이언츠 중독입니다’ 하는 짤도 화제가 됐더라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롯데 중독 밈도 괜찮고, 한번은 카툰을 올린 적도 있는데요. 2024시즌을 마치면서 시즌을 보낸 소회를 담은 만화였는데 엄청나게 갈아엎어 가며 만들었거든요. 다행히도 반응이 무척 뜨거워서 기뻤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카툰을 또 그려 보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마침 카툰 연재 계획은 없는지 물어보려고 했어요.
항상 계획은 있어요. 반응도 좋았고 카툰을 자주 올려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올리고 싶은데…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자주는 못 올리게 되더라고요. 사실 전준우 선수가 2,000안타를 기록했을 때도 관련 만화를 그리곤 있었는데 시기가 너무 지나 버려서 머쓱하게 지우기도 했거든요. 만약 카툰 연재를 할 거면 민첩하게 그려야겠어요. 그간은 취업 준비도 하고 인턴도 하느라 작업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터라 아쉬웠어요.

#세상에 안 되는 게 뭐가 있어

그러면 요즘도 취업을 준비하는 중인가요? 현생 이야기도 궁금해요.
이거, 알려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저 방금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덕분에 이젠 전보다는 맘 편히 야구를 보면서 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나요?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동양화를 전공했어요. 시각디자인을 복수전공 했고요. 미대 정석 코스를 밟은 셈이죠. 근데 실은, 이 계정은 ‘배운 걸 바탕으로 거창하게 뭘 해 봐야겠다’ 해서 시작했다기보단 아이패드를 구매한 김에 뭔가 그려 보고 싶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시작한 거긴 해요. 회화랑 디지털 드로잉이 확실히 다른데, 디지털 드로잉은 화판부터 해서 준비할 게 없으니까 더 쉽고 빠르게 많이 그릴 수 있어서 편해요.

상경 전 20년간 부산에 살았다고 들었어요. 그러면서 롯데 야구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건가요?
할아버지가 본가 바로 옆 동에 사셔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왔다 갔다 하셨거든요. 근데 할아버지가 144경기를 다 틀어 놓고 보시는 롯데 골수팬이셔서 저 역시 자연스레 롯린이로 살아왔어요. 학창 시절엔 공부도 해야 하니 지금처럼 매 경기를 챙겨 보진 못했고,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건 코로나 때부터였어요.

올해 롯데의 상승세로 감회가 남다를 텐데 어때요?
진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작년이랑 비교하면 일상의 평균 행복도가 높아졌달까요. 할아버지가 완전 경상도 분이셔서 원래는 뵈러 내려가도 그냥 “어, 왔나” 하셨는데요. 요샌 “니가 응원해서 롯데가 이기나 보다” 이런 말씀을 하시니까 저도 막 뭉클합니다.

직관도 자주 다니는 편인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최근까진 취업 준비로 바빴던 터라 자주 못 갔어요.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오며 가며 슬쩍슬쩍 보는 정도였죠. 작년엔 그래도 한두 번 정도는 사직에 갔었는데 올핸 야근이 많아서 쉽지 않았어요. 새벽 5시에 퇴근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이젠 한시름 놓았으니까, 오랜만에 한번 가 보고 싶어요.

그때그때 잘하는 선수를 좋아한다곤 했지만, 그래도 늘 정감이 가는 선수가 있다면 누굴까요?
기본적으로 야구에 진심이고 성실한 선수를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정훈 선수가 제일 좋아요. 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 내려고 하는 의지가 너무나 잘 느껴지고요. 제가 본격적으로 롯데에 빠져든 게 2020년 7월 사직 NC전 경기였는데, 지고 있던 경기가 우천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9회에 정훈 선수가 역전 3점 홈런을 쳤거든요. 그 경기는 집에서 보긴 했지만 진짜, 소름이 막 돋더라고요. 비옷을 입은 팬분들이 기뻐하는 모습과 정훈 선수 얼굴이 중계로 나오는데 야구를 왜 보는 건지 그때 딱 느꼈어요. ‘난 야구를 볼 수밖에 없겠다’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 일 때문인지 정훈 선수한테 더 정감이 가네요.

롯데 선수단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을까요?
좀 부끄럽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야구가 엄청나게 큰 힘이 됐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해 14 대 1로 지고 있던 경기에서 13점 차를 따라잡는 모습을 보고 ‘그래, 세상에 안 되는 게 뭐가 있어’라는 생각도 했고요. 또 황성빈 선수가 한 경기에서 홈런을 세 개 치고 나서 ‘오늘 친 홈런이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노력해 왔던 게 틀리지 않았다고 느낀다’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팀도 선수도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 인생의 추진력도 많이 얻었어요. 늘 좋은 경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분들과 감독, 코치, 모든 구단 관계자분께 감사하고, 멀리서라도 응원을 보내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야구 없으면 이 인생이 무슨 의미냐

갈맥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인기를 얻었어요. 어떻게 도전하게 된 건가요?
이모티콘을 출시해서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KBO리그가 이 정도로 붐은 아니었고요. 당시 야구 관련 이모티콘은 대부분 구단에서 만든 거였는데, 정작 내용은 경기와 관련된 게 아니라 각 팀 마스코트에 ‘안녕하세요’와 같은 일상적인 문구를 붙여 둔 정도였죠. 말씀드렸다시피 지금까진 여력상 직관하러 가기보다는 중계를 보며 친구들이랑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야구를 보며 쓸 이모티콘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내가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게 여기까지 왔네요.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다)’을 넘어 ‘내만내쓴(내가 만들어 내가 쓴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쩐지 섭외 과정에서 초면에 보낼 이모티콘으론 마땅치 않더라고요.) 다행히 얼마 전에 행복한 이모티콘을 하나 승인받았는데, 빨리 내놓도록 할게요. 기존보다 조금 온순해진 버전이거든요.

가장 마음에 드는 이모티콘 시리즈는 어떤 거예요?
아무래도 ‘작고 매콤한 야구팬 갈맥이’ 시리즈가 쓸 데가 제일 많아서… (하하) 근데 너무 화내는 것밖에 없어서 팬분들도 행복해하는 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이번에 나온다고 말씀드린 버전도 그것 때문에 그린 거예요. 사실 그런 매운맛 이모티콘은 이젠 상품화 과정에서 승인이 안 날 확률이 높아요. 심사 허들이 다소 높아진 느낌이더라고요. (반려된 적은 아직 없나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갈맥이는 다 통과했어요. 진심을 담아 그린 덕분이 아닐까 싶은 게, 다른 캐릭터를 그려서 냈을 땐 미승인도 꽤 붙었었거든요.

‘내만내쓴’용으로 탄생한 이모티콘들인데, 실제로 자주 사용하고 있나요?
저도 종종 쓰긴 하는데, 친구들이 더 자주 써요. 저는 오히려 ‘이걸 좀 더 잘 그릴걸!’ 하고 뒤늦게 아쉬워하고요. 어제 정훈 선수의 호수비가 몇 차례 나왔는데 ‘이걸 잡네’ 하는 이모티콘을 친구들이 계속 보내더라고요.

내가 만든 걸 지인들이 쓰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남다르겠어요.
진짜 고마워요. 그리고 친구들이 써 주는 것도 써 주는 건데, 본인 지인에게까지 이모티콘을 사 주려고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내친김에 여기서 샤라웃을 해 보자면, 대학교 과 동기가 15명한테 이모티콘을 선물했다고 하더라고요. 한 동아리 친구는 보이는 롯데 팬마다 이모티콘을 사 줬다고 하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 민경이와 주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습니다. 근데 실명을 거론해도 되나요? 아무튼 나는 샤라웃했다! 얘들아.

티셔츠나 키링 등 다른 굿즈도 다양하게 만들었던데,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몇 개만 소개하자면요?
정말 감사하지만 왜 사시는진 잘 모르겠는데, 제가 입고 다니려고 만든 ‘야빠의 외침’ 티셔츠가 있거든요. 그게 제일 잘 팔렸고, ‘이번에는 진짜 가을야구 갈것가틈’ 티셔츠가 두 번째로 잘 팔렸어요. 만들 땐 키링을 많이 사 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키링은 오히려 그냥 그랬던 기억이 나요.

앞으로 추가로 제작해 보고 싶은 굿즈 종류나 도전해 보고 싶은 콘텐츠도 있나요?
인형 제품을 꾸준히 원하시는 느낌이라 고려는 하고 있어요. 근데 그러려면 중국 공장 쪽에 연락을 넣어야 한대서 부담이 가는 스케일이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되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또 아무래도 제가 롯데 팬이다 보니까 언젠가는 유니폼 컬래버를 꼭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유니폼 디자인을 상상해 본 적도 있나요?) 전체적인 느낌은 ‘오둥이’ 컬래버 유니폼 쪽으로 상상해 봤어요. 그리고 제 키 컬러가 회색인 것 같은데, 회색은 너무 우중충하니까 네이비로 가면 어떨까 하고 N(직관형)적인 상상도 해 봤습니다.

채널을 운영하면서 ‘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우선 롯데가 이겼을 때 팬분들이 제 피드를 공유하고 멘트를 남겨 주시면 롯데 팬들의 기쁨에 내가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라 무척 기뻐요. 그리고 채널 콘셉트를 무해함으로 잡았는데, 봐 주시는 팬분들도 선수 욕을 거의 안 하세요. 야구를 보다 보면 당연히 화가 나지만, 날 선 표현이 특정 선수를 향한다면 당사자가 무척 속상해할 것 같아서 잡은 방향성이거든요. 팔로워분들도 그걸 신경 써 주시는 듯해서 감사하고 자랑스러워요.

스스로의 인생에서 야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영화 ‘아가씨’에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친구들이 말하기로는 원래 제가 화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야구를 보면서 화도 늘고 입도 험해졌다더라고요. 이런 측면에선 제가 많이 망쳐졌나 싶긴 한데, 그만큼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도 풍부해졌어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별로라고 하더라도 ‘노력해서 1군에 가서 더 잘하면 되지!’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선 야구가 구원자 같아요.

마지막으로 함께 야구를 즐기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무엇보다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평소에도 인복이 많다고 느껴 왔는데, 이렇게 온라인 인복까지 많을 줄은 몰랐어요. 한번은 별다른 생각 없이 최종 탈락에 관해 업로드한 적이 있었는데, 스크롤을 여러 번 내릴 정도로 길게 힘이 되는 말을 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극구 사양했는데도 먹고 하라면서 기프티콘을 보내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저는 선수도 아니고 그저 온라인에서 만난 익명의 누군가일 뿐인데도 롯데 팬분들이 주시는 정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져요. 그래서 저도 함께 롯데를 응원하는 팬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활력과 기쁨이 됐으면 해요. 열심히 할게요, 저희 오래오래 야구 같이 봐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2호 (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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