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 생축 광고 근황.jpg 

이건 서울의 한 지하철역사 안에 있는 광고판인데 자세히보니까 (응?) 가상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캐릭터를 향한 애정 어린 편지까지 정성스레 달아놓았다. 유튜브 댓글로 “요즘 지하철에 2D 캐릭터 생일축하 광고가 많아진 이유를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먼저 이런 광고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서울 지하철 합정역으로 가봤다. 6호선 환승구역에 해당하는 지하 3층 대합실에 비슷한 광고가 몰려 있었는데, 역사 전체로 따지면 총 7개에 달했다. 특히 대합실 지역은 거의 캐릭터 생일 광고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합정역 역무실 직원
“(전에는) 연예인 (생일축하) 광고가 더 많았다면, 지금은 게임이나 그런(캐릭터 생일축하) 광고가 조금 더 많이 늘긴 했죠.”

광고업계에 알아보니 젊은층이 많은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에 이런 광고가 가장 많다고 했다. 이 지하철역의 한달 평균 탑승객이 200만명을 넘으니 광고 노출도도 높다. 서울 강남역이나 삼성역, 심지어 부산 지하철 서면역 등에도 이런 광고가 실린다. 캐릭터의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한데 웹소설이나 웹툰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경우도 있었고 버튜버가 주인공인 경우도 많았다.

과거엔 지하철 광고판에 주로 아이돌 생일 광고가 많았는데 최근엔 가상인물의 생일광고가 더 많아졌다. 코로나19 시기를 전후로 조금씩 늘기 시작했는데, 특히 2021년 후반부터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2020년 21년 그쯤부터 본 것 같긴 한데, BJ 광고라든가 웹소설 등장인물 광고 이런 것들이 조금씩 등장하더라고요. 처음에 봤을 때는 이런 광고를 할 수 있구나 신기하다 이렇게 생각한 게 한 2~3년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아요.”

이런 광고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던 팬덤 문화의 대상을 가상 캐릭터로 옮겨온 것에 가깝다. 실제로 웹소설 팬들에게도 물어봤더니 이전까지 아이돌 팬이던 사람들이 넘어온 경우가 꽤 많다고 했다.

웹소설 팬
“확실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약간 이런 광고물 부착 같은 거에 3D(실제)와 2D의 구분이 좀 모호해졌다고 해야 되나요? 이런 ‘덕질’하는 행위에 원래 익숙했던 분들이 소설 웹툰 쪽으로 좀 많이 넘어가고 애니메이션도 같이 보고 하면서 그 나이대에서 많이 향유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연령층은) 20대 중·후반까지가 마지노선인 거 같아요.”

방식 자체도 큰 틀에선 연예인 생일광고와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엔 대형 연예인 팬클럽이 직접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비교적 잦았다면 최근엔 익명으로 모금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SNS나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해 모금을 한 뒤 대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정도다.

문화연구자들은 이런 모습이 팬덤 문화의 속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팬덤이란 것 자체가 그 대상으로 삼는 게 꼭 실제 인물이었던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팬질’의 대상이 더 넓어지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는 것. 특히 가상 캐릭터들은 대형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점도 팬덤이 커진 이유라고 한다.

이응철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에서 좀 재미있었던 건 이들은 사고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는 연예인 중에 일부가 사회면에 나올 때가 있잖아요. 마약이나 무슨 폭행이나 음주나 이런 걸로 그런데 버추얼 캐릭터들은 그런 일이 없다. 이들은 실수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개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팬덤 문화 자체가 사실 대상이 누군지가 중요하다기보단 대상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 데 집중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가까워지는 느낌이 중요한 것이지 그 대상이 실존해서 실제 만족을 느낄지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내가 그러한 사람을 소유할 수도 없고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없고 그런 사람과 친해질 수도 없는데 그 사람과 친해질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뭐죠? 바로 그러한, 그런(생일축하 광고 등) 방식으로 나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