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된다? … 유병자보험 오해와 진실
질문지 제대로 답변해야
대장 용종제거도 '수술'
계약전 고지 잘 체크해야
보장내용 꼼꼼 확인을
일반보다 보험료 비싸고
질환별 감액기간 더 길어
가입 뒤 보험료 할인도
1년간 입원·수술 안하면
무사고 계약 전환해줘
질병을 앓았던 사람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보험', 일명 '간편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몇 가지 간단한 고지 절차만 밟으면 병력이 있던 고령자에게도 문호를 열어주기 때문에 간편보험이라 불린다.
이 같은 편의성을 바탕으로 보험사들이 유병자의 의무 고지 기간을 늘리고 보험료를 낮춘 신상품을 선보이면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과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병에 걸렸지만 현재 건강하게 사는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보험을 선보이려는 보험사 경쟁도 치열해졌다. 소비자 역시 유병자보험의 특징을 알아야 합리적인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유병자보험은 과거 기존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병자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간편보험이라 불릴 만큼 유병자를 대상으로 완화된 병력 심사를 진행한다.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보다 묻고 있는 질병의 종류가 적고, 질병 이력 기간도 짧으며, 치료 방식도 입원·수술 등으로 한정된다. 대신 일반보험보다 통상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로 가입이 가능하고, 보장 내용도 일반보험보다 적을 수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병자보험 가입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 361만건이던 가입 건수는 2022년 411만건, 2023년 604만건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3.8%, 47.1% 늘어나며 가입 건수 확대 추세가 완연하다.
유병자보험은 대부분 상품 이름에 숫자가 들어간다. 숫자의 의미는 질병 진단 기간, 입원 이력, 중증질환 진단 기간 등을 뜻한다. 예컨대 '3·10·10'은 △3개월 내 질병 진단이나 검사 소견을 받지 않고 △10년 내 질병 및 사고로 입원·수술한 이력이 없으며 △10년 내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3대 질병 진단을 받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간 유병자보험은 질병 고지 의무 기간을 2~3년 정도로 제한한 경우가 많았다. '3·3·5'나 '3·5·5'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KB손해보험이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질병 고지 의무 기간을 10년으로 기존보다 2배 늘린 이후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들이 관련 경쟁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병자보험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질병 경험이 있는 고령층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KB손보가 '3·10·10' 유병자보험 계약 3만건을 분석한 결과 61세 이상 비중이 47.1%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젊은 당뇨, 고혈압 환자 등이 증가하고 있어서 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도 필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3년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중 약 28%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가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 의무)를 소홀히 작성해 향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유병자보험의 경우 '간편보험'이라 불리며 가입의 간편성이 강조되다 보니 이 부분에 유의하지 않고 가입했다가 손해를 보는 가입자가 생기는 것이다.
소비자는 가입 전 3개월 이내 '입원 필요 소견' '수술 필요 소견' '추가 검사 또는 재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 고지해야 하는데,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아니요'라고 답변했다가 향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과거 입원·수술 이력으로부터 2년이 경과했는지 꼼꼼하게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대장 용종 제거 등 자신이 경험한 치료 방법이 '수술'에 해당되는지 모르고 잘못 답변한 것 등도 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기공명영상(MRI)검사 등을 위한 당일 입원, 응급실 입원도 고지 대상 입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보장 내용도 잘 살펴보며 자신이 기대하는 보장과 실제 보장 내용 간 괴리는 없을지 확인해야 한다.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좁아서 보험금 지급액도 적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는 주요 질환별 감액 기간과 감액 금액, 보험료 납입 면제 대상 질환, 약관상 질환별 보장 범위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일반보험은 보험 가입 후 1년 미만의 특정 질병 진단비에 대해 50% 감액 지급하고 있으나, 유병자보험은 이보다 긴 2년 미만의 암 진단비에 대해 50% 감액 지급하는 등 보장이 개별 회사 상품마다 다르다.
유병자보험에 무사히 가입한 이후에는 보험 가입 후 1년 이상 입원이나 수술, 3대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 충족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무사고 계약 전환 제도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간편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유병자보험이 계속 나오면서 과거 병력이 없던 건강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 보면서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는 사례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질병 이력이 없던 건강한 '시니어'라면 일반보험 가입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 권유만 듣고 유병자보험에 가입했다가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높은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이 상품은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일반심사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쌉니다' 등 문구를 잘 살펴봐야 한다.
간편보험과 일반보험에 대한 비교 설명을 듣고 확인 서명한 경우 계약 취소가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는 간편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경우 일반보험에 가입 가능한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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