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장독대 항아리 하나를 끝내 비우지 않으시길래.." 뚜껑을 열고 주저앉았다

친정집 장독대에는 엄마가 끝내 비우지 않는 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다른 항아리들은 해마다 장을 담그고 비웠는데 그 항아리만은 늘 뚜껑이 닫혀 있었습니다.올가을 엄마와 장독대를 정리하다가 그 항아리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엄마의 허락을 받고 뚜껑을 연 순간 저는 장독대 앞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장독대 구석의 작은 항아리

그 항아리는 장독대 맨 구석에 놓인 작은 항아리였습니다. 어릴 때 그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물으면 엄마는 아직 열 때가 아니라고만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 항아리를 잊고 살았습니다. 엄마는 해마다 항아리를 닦으며 뚜껑 위의 먼지를 털어 내셨습니다. 그 손길이 유난히 조심스러웠다는 것을 이제야 떠올립니다.

뚜껑을 열자 나온 것

항아리 안에는 오래된 된장과 함께 작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종이에는 엄마의 글씨로 우리 딸 시집갈 때 줄 된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해에 엄마가 처음 담근 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결혼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그 된장을 받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그 뒤로도 30년 넘게 그 된장을 지켜 오셨던 것입니다.

된장 한 통을 들고 돌아오며

저는 항아리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엄마는 이제라도 가져가면 됐다며 제 등을 토닥여 주셨습니다. 그날 저는 그 된장을 작은 통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저녁에 그 된장으로 찌개를 끓이자 어릴 적 엄마 부엌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찼습니다. 숟가락을 뜰 때마다 엄마의 세월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부모님이 오래 지켜 온 물건에는 자식을 향한 기다림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항아리 하나에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평생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이번 주말에는 부모님 댁에서 함께 장독대를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부모님에게도 이런 물건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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