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개발 주역, 반려동물 전용 TV에 꽂힌 사연
반려견 전용 대화형 TV '독스플레이' 출시…"반려견 우울감 해소 역할"
개가 영상 잘 볼 수 있는 필터·디스플레이 개발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반려견 4마리 중 1마리는 분리 불안 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견주하고 개가 떨어진 시간이 많기 때문이죠. 주인이 집 밖으로 나가니까 개가 문 앞에서 온종일 기다리는 영상을 봤다.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을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만든 제품입니다."
김학선 써니웨이브텍 대표는 20일 오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려견 전용 대화형 TV '독스플레이'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 10명 중 3명이 집을 비울 때 TV 또는 조명을 켜놓고 외출한다는 연구 결과(KB국민은행 2021 반려동물 보고서), 개들도 TV 시청 취향이 있고 TV 시청 후 분리불안 증세가 나아졌다는 동물 행동전문가들 의견을 참고해 반려견 전용 TV 개발을 결심했다고 한다.
지구상에 인간과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김 대표의 사무실 벽에는 강아지가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김 대표가 삼성디스플레이 재직 시절 개발했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휴대전화 시제품과 강아지 인형 2개가 놓여있다.
플랙서블 디스플레이 개발 주역이 반려견 전용 TV 사업에 뛰어든 사연
사람이 아닌 반려견의 눈높이로 만든 TV, 뭐가 달라
김 대표가 반려견 전용 TV 아이디어를 고안한 때는 삼성디스플레이 기반기술팀장이었던 2012년이다. 그는 갤럭시 Z 플립·폴드 기반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이끌기도 했다. 이후 미래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고민하던 차에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디스플레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장으로서 반려견용 디스플레이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가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반면 자홍색, 파란색, 노란색을 잘 구분하고 0.2 수준의 악성근시를 지녔다는 논문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삼성안내견학교와 협업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개가 동체시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기술 개발에 반영했다. 인간은 사진 24장을 1초 안에 연속으로 재생한 것을 영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개는 최소 48장의 사진을 1초 안에 연속으로 재생해야 영상으로 느낀다. 인간이 보는 초당 24프레임 영상을 개의 시각으로 보면 끊긴 듯한 영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이러한 연구 끝에 김 대표는 자홍색, 파란색, 노란색이 더 잘 보이도록 조정하고 주사율 120㎐(60프레임 구현 가능)를 갖춘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관건은 디스플레이만으로 반려견 전용 TV를 개발할 수 없다는 것. 김 대표는 완제품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에 사업을 제안했으나 당시 전자산업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시 전자업계에는 모니터, TV 등을 크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반려견 TV 등 작은 제품을 생산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과 달리 반려동물의 경우 제품 피드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개가 이 제품을 정말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행동 분석 등이 까다로워 피드백 불확실성도 컸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대표는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에 퇴사한 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써니웨이브텍을 창업해 '독스플레이' 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개의 시각으로 필터를 적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제품 높이, 소재 모두 반려견에 적합하도록 독스플레이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우선 제품 높이는 신장 35㎝ 이하의 소·중형견이 편안한 자세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대형견을 기르는 경우 별도의 연장 다리를 장착하면 된다.
반려견이 제품을 핥거나 깨물어 액정이 손상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에 강화유리를 적용했다. 틀은 동물에 무해한 패각(조개)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를 썼으며 전원 케이블도 반려견이 물어 뜯어도 찢어지지 않는 소재를 썼다.
개의 가청주파수가 40㎑ 이상이라 인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자체 개발한 스피커를 탑재했다.
주인과 실시간으로 영상통화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기기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려있어 주인은 독스플레이 앱을 통해 반려견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통화 시 기기 화면에도 주인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려견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내후년 반려묘 전용 TV 선보일 것"
반려견에게 흥미로운 영상과 음악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도 독스플레이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영상 플랫폼 '독플릭스'에는 개가 훈련하는 영상이나 공원에서 산책하는 영상, 계곡에서 뛰어노는 영상 등의 콘텐츠가 있다.
음악 플랫폼 '도그뮤직'에도 반려견에게 안정감 또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악들을 재생할 수 있다. 두 플랫폼 합해 콘텐츠 수는 50여개로 주인이 집 밖에 있어도 독스플레이 앱을 통해 원격으로 재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매달 새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콘텐츠 제공자 역할을 할 생각이다. 특히 개가 좋아할 만한 음악이 무엇인지 더 연구해서 개를 위한 음악도 작곡할 생각"이라며 이와 관련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 반려견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카메라, 마이크로 감정과 상태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재생하는 AI 알고리즘을 내년 하반기 중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써니웨이브텍에 따르면 독스플레이는 정식 출시 전 반려인 30가구를 체험단으로 꾸렸는데 약 70%의 개가 독스플레이를 시청했다.
한편 김 대표는 독스플레이 콘텐츠 다양화와 함께 반려묘 맞춤 TV '캣츠플레이'(가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개와 전혀 다르다"며 2025년 중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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