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與까지 스타벅스 난타… 사상검증·정치화 논란도
야권·재계 “마케팅 잘못했지만... 대표 해고·회장 사과에도 공세“
텀블러 용량 크다는 의미로 ‘탱크’... 정부 반응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해 불거진 ‘역사 폄훼’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일부 시민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며 온·오프라인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나섰고, 정부·여당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에 야권과 일부 시민 사이에선 “여권이 이번 논란을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나왔다.
◇신세계 ‘빠른 사과’에도 논란 더 커져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단테데이(5/15)·탱크데이(5/18)·나수데이(5/20)’ 순으로 스타벅스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각 홍보물 이미지에 텀블러 모델명과 날짜, ‘한 손에 착!’ ‘책상에 탁!’ ‘가방에 쏙!’ 같은 짧은 문구를 담았다. 스타벅스는 지난 4월 16일에도 ‘미니 탱크 데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연 ‘탱크 텀블러 세트’ 판매 이벤트가 논란이 됐다. 안내 홍보물에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 같은 문구를 사용한 것을 두고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했다. 스타벅스는 ‘탱크’라는 명칭을 ‘튼튼하고 용량이 큰 용기(容器)’라는 뜻으로 사용해 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은 곧바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경질했다. 이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 회장 사과 후 사태는 더 크게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스타벅스코리아를 겨냥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나”라고 했다. 이후 일부 정부 부처와 여당에서도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듯한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행안부 주최 행사나 이벤트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대검찰청에 예산으로 스타벅스 상품을 구입한 내역이 있으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당 회의에서 “광주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질 것”이라며 정 회장의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스타벅스 측에선 선제적으로 사과하고 사장을 경질하는 조치까지 한 셈인데, 오히려 ‘잘못했으니 더 당해보라’는 식의 공세를 받게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했을 때 현 여권이 반일(反日)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일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를 향한 공격에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지방선거 앞두고 ‘불매 운동’
정치권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벤트가 부적절했지만 정부·여당이 민간 기업의 잘못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해 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아픈 역사를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한 행위를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소비자의 몫”이라며 “대통령과 장관들까지 나서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국민을 겁박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신세계 측의 사과 등을 거론하며 “그런데 대통령은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을 모두 묻겠다고 했다. 과잉”이라고 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에서는 스타벅스 이용자를 정치 성향과 연결 지어 공격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날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 관련 공법 3단체는 광주광역시 서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스타벅스 5·18 모독 규탄 침묵시위’를 열고 정용진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을 주장했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도 ‘스타벅스를 이용하면 윤 어게인’ ‘스타벅스 불매가 애국’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자 일부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에 ‘커피는 스벅이지’ ‘나는 오늘도 스타벅스 마셨다’ 같은 문구와 함께 인증샷을 올리며 불매 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스타벅스 상품권 환불 인증’이 벌어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이들은 온라인에서 “‘상품권 선물하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스타벅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왜 사상 검증과 폭언까지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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