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분야에 종사하며 오랜 시간 지방과 도시를 오가던 부부는 팬데믹으로 인해 이동을 멈추게 되면서 처음으로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를 고민할 기회를 얻었다. 아내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딸은 집에서 교육하기로 결정했다. 홈스쿨링을 하려면 집이 교실과 같은 분위기를 주지 않아야 했다. 아이가 참여하고 탐구할 수 있는 동시에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132평의 5층 단독주택은 방 5개와 화장실 3개가 있어 크기 면에서는 충분했지만, 기존 구조는 가족의 필요와 맞지 않았다. 설계에 대해 논의하는 데만 9개월 가까이 소요되었으며, 집주인이 이미 선택한 가구들을 공간에 맞게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1층 현관

이 집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만의 안식처였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대문과 차고의 위치도 옮겼다. 바다를 자주 가는 가족이라 팬데믹 중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층 입구는 완전히 밀폐된 영역으로 설계되었다. 문을 열면 세면대와 드레스룸, 수납장, 그리고 개방형 샤워 공간이 바로 나타난다. 이곳은 빛이 많이 필요 없는 동굴 같은 공간으로, 외부의 소란을 씻어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곳이다.

이 층의 중심에는 원형 스툴이 놓여 있다. 천장의 나선형 선과 조화를 이루는 위치에 있으며, 스툴 가운데 화분을 배치해 바닥에서 자라는 초록 식물과 아치형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연출했다. 넉넉한 수납장을 설치해 시야를 정리했고, 벽감에는 소중한 작품을 전시했다. 거칠지 않은 질감 덕분에 공간은 경건하지만 엄숙하지 않다.
2층 거실

2층은 거실, 다이닝룸,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벽 대신 바닥의 곡선을 사용해 공간을 구분했고, 이 선은 천장의 곡선과 연결된다. 주방이 조용한 호수라면 거실은 그 호숫가에 해당한다.
이 집의 거실에는 TV가 없다. 가장 중요한 오락은 대화이기 때문에 소파와 의자를 캠핑처럼 둥글게 배치했다. 보이지 않는 모닥불을 둘러싼 형식으로, 아이가 어디에 있든지 그곳이 대화의 중심이 된다.

거실과 주방의 경계에는 미리 선택한 그네 의자가 걸려 있다. 아내와 딸이 발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작은 배가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곳곳에 배치된 작은 스툴은 딸이 이동하며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놀이 도구로, 아이가 환경에 참여할 수 있는 원래의 의도를 실현한다.

안정감을 위해 불필요한 창문 몇 개는 막았다. 창이 줄어들었지만 계단 옆 벽을 트고 바탕색을 흰색으로 유지해, 아치와 곡선이 많은 공간에서 빛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통과한다. 채광은 여전히 풍부하고 오히려 더 부드럽다.
3층 안방

일반적으로 커튼으로 빛을 가리지만, 이 부부는 더욱 철저하게 접근했다. 안방의 창문 대부분을 막고 환기용 하나만 남겨두어, 문을 닫으면 실제 암실처럼 변한다. 물리적으로 닫힌 방이 심리적으로는 안정감을 주며, 빛의 방해가 없어 휴식 시 부담이 줄어든다.

침실과 욕실은 의도적으로 넓게 설계되었다. 편안함도 이유였지만 가구가 구석에 몰리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넉넉한 공간 덕분에 침대 프레임의 선과 가죽 디테일이 온전히 드러나고, 조용히 놓인 작품처럼 보인다. 가구는 한 번 정하면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 방의 질서를 유지한다.
4층 아이 공간

홈스쿨링을 위해 밝고 자유로운 학습 및 창작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책장은 나무 구멍처럼 독특하게 만들었고, 에그 체어를 배치했다. 질감과 내구성을 위해 단단한 새들 가죽을 선택했는데, 딸은 인형 친구들을 그 안에 앉히고 책을 읽거나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에게는 작은 자기만의 영역이다.

이 층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세면대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위해 물감이 배지 않는 크리스털로 수조를 제작했다. 겹겹의 곡선 벽 앞에 위치해, 멀리서 보면 교회의 정면 같고 물이 차면 맑은 연못을 연상시킨다. 붓을 씻는 곳이면서 동시에 정화의 상징이다.

옆의 아이 방에는 정해진 침대 세트가 없다. 공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완전히 열어두어, 이불을 끌고 와 바닥에 눕거나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 작품을 두는 자리와 생활 동선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5층 음악실

5층은 일부 증축했다. 딸의 또 다른 배움터로, 음악과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몸의 리듬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 이 층으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은 선원이었던 집주인 아버지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배 안의 구조가 기억에 남아 있었고, 그 구조가 집에 연결되면서 무언가를 물려받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 chengli 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