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죽이고, 정상조직과 면역계는 살리고...방사선 치료의 오랜 숙제 해결되나?

윤성철 2026. 5. 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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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유도솔, "0.1초 방사선치료 FLASH, 몸 면역 기능 유지에도 효과 입증"
방사선 치료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암 치료 분야의 하나다. 그중에서도 FLASH는 차세대 기술로 세계적인 관심이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 치료, 특히 방사선 치료에 있어 FLASH 방사선은 꿈의 기술이다. 0.1초 이내에 초당 40Gy 이상의 초고선량을 쪼인다. 일반 방사선치료에 비하면 수천 배 높은 선량률을 보이는 것.

그런데 효과가 특별하다. 종양 억제 효과는 기존 치료와 비슷하지만, 암 주변의 정상조직은 그다지 많이 손상하지 않는 것. 기존 방사선 치료의 가장 큰 고민거리의 하나를 해결하는 차세대 기술인 셈이다.

10여년 전, 2014년에 프랑스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정상 조직 손상을 크게 줄이는 'FLASH 효과'를 입증한 것이 처음. 그 이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프랑스 퀴리연구소를 비롯한 유럽·미국 연구진이 뇌, 장(腸), 피부, 폐 등에서 그런 효과를 확인하며 치료 안전성을 높일 신기술로 평가해왔다.

이번에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유도솔 과장(방사선종양학과) 연구팀이 수행한 FLASH 방사선 전임상 동물실험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 <<방사선연구(Radiation Research)>> 2026년 2월호에 실렸다. "한국에서 진행한 FLASH 방사선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첫 사례"라 했다.

방사선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방사선종양학과 유도솔 과장.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특히 이번 연구는 FLASH 방사선치료의 그런 일반 특징에 더해 면역계에 대한 영향을 추가 분석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에게 FLASH 방사선치료를 시행한 후 비장을 관찰한 결과,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를 받은 그룹에 비해 림프구 감소증으로부터 회복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혼탁해진 혈액을 걸러내고 면역세포를 생산·저장하는 핵심 기관, 비장(脾臟, Spleen)이 FLASH 방사선 아래에서 더 잘 보호된다는 것을 동물 수준에서 실증한 것. 이는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면역 저하라는 부작용을 낮추고 대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논문(Effects of Ultra-High Dose-Rate Radiotherapy (FLASH-RT) on the Hematopoietic and Immune Systems: An Animal Study)의 제1저자 유도솔 전략연구개발부장도 12일 "FLASH 방사선치료가 면역계를 더 잘 보존한다는 이번 발견은 암 치료의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했다.

치료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암을 공격하는 인체의 면역력 자체를 지켜냄으로써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 특히 "면역항암제와 더불어 병합 치료를 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지난 2020년, 방사선종양학·방사선물리학·방사선생물학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학제간 연구협의체(DARF)를 만든 게 주효했다. 임상의사와 물리학·생물학 박사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020년 1월 한국에선 처음으로 FLASH 방사선 전임상시험에 돌입했고, 5년여만에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국내 연구자가 해외 기관에서 FLASH 연구를 수행해 논문을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국내에서 직접 FLASH 방사선 동물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논문 교신저자 전완 방사선종양학과 주임과장도 "이번 연구는 의학과 물리학, 생물학이 손을 맞잡아 이룬 성과"라며 "다음 단계인 전(前)임상 연구를 폭넓게 진행해 FLASH 방사선치료가 실제 환자들에 적용되는 날을 앞당기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했다.

FLASH 연구시스템 장비.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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