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리 전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 여파로 시장 매물로 나온 메리츠자산운용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운용사인 케이씨지아이(KCGI)가 인수한다. 운용자산만 3조원 규모에 달하는 메리츠운용을 워렌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와 같이 투명한 경영과 우수한 수익률로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투자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 대표의 구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CGI 컨소시엄은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지난 6일 체결했다. KCGI 측은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 그 승인이 완료되는대로 잔금을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을 △편리하고 믿을 수 있고 매력적인 자산운용사 △K-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운용사 △K-ESG 투자의 대표 운용사 △K-글로벌 투자의 대표 운용사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AI(인공지능), 친환경, 웹3.0, 생명공학 등의 급속한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 기업과 새로운 투자수단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투자자의 기호와 제약조건 및 시장상황에 맞게 수익률을 극대화해주는 펀드를 만들어주는 맞춤형 플랫폼(AI direct indexing),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자를 예로 들었다.
ESG 투자로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ESG 중 거버넌스(G, 지배구조) 개선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것. 이는 KCGI의 창립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Fund,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는 2018년 강성부 대표에 의해 설립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극복, 사회에 기여하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게 KCGI의 창업 이념이다. KCGI는 창업 이후 연평균 20%에 가까운 투자수익률을 시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장기간 보유한다'는 메리츠자산운용의 가치투자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다.
KCGI는 가치투자(Value Investing)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밸류 크래킹(Value Cracking)' 투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좋은 기업이지만 이상한 대주주를 만나 나쁜 주식이 돼 있는 투자처를 발굴하고, 회사의 시어머니가 되는 밸류 크래킹 전략을 통해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극대화하고자 했다"며 "그 결과 투자했던 회사들 대부분 양호한 수익률과 함께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글로벌 상위 1% 수익률을 기록한 우수한 투자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자산운용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신뢰를 바탕으로 같은 위험에 더 많은 수익을 내어주거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원하는 금융투자 기회와 수단을 적시에 발굴하고 제공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스스로에게 엄격해져야 하며, 더욱 노력하고 가장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개인, 법인, 기관투자가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와 고객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협업과 상생을 강화하겠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강소기업들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교두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감독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사명 공모와 함께 공개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