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가입 안돼요”…도난리스크에 美보험사 손절 행렬

지난해 미국 내 도난 1~3위 모두 현대·기아…이모빌라이저 부재 원인
[사진=뉴시스]

최근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도난이 급증하자 보험사가 특정 모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보안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받은 현대·기아차에 보험 거부 사태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제는 고질병이 돼 버린 보안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잘나가던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에린 월터스(Erin Walters) 씨는 최근 5년간 이용했던 보험 갱신을 거부 당했다. 그녀의 차량인 현대 엘란트라가 보안이 약해 도난범들의 주요 타깃이란 것이 이유였다. 그녀의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State Farm)은 일부 카잭킹(차량납치)이 빈번한 지역에서 특정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규 보험 가입을 중단한 상태다.

스테이트 팜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위험을 관리해야 할 책임과 초과 청구 비용이 모든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경우(보험 신청 거부)는 보험 계약자와 사업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역시 같은 이유로 월터스 씨의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레시브 사는 “차량 정보에 따르면 도난율이 높아 보험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현대·기아차 도난 급증에 미국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를 훔친 기아 보이즈. [사진=유튜브 갈무리]

월터스 씨는 “State Farm이 나의 보험 신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차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는데 보험 없이 어떻게 차를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차·기아는 손해율이 높은 차종이라는 인식이 미국 보험사에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 전미보험범죄사무소(NICB)가 올해 발표한 ‘2023 최다 도난 차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엘란트라와 쏘나타, 기아 옵티마가 미국 내 도난 발생 1∼3위 모델로 집계됐다. 쏘나타·엘란트라·옵티마의 경우 2022년 차량 도난 통계에서 5∼7위를 차지했는데 순위가 더 높아진 것이다.

엘란트라가 4만8445건, 쏘나타가 4만2813건, 옵티마가 3만204건 등의 도난 건수를 기록했다. 이어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실버라도 1500 픽업트럭이 2만3721건, 기아 쏘울이 2만1001건, 혼다 어코드가 2만89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기아 포르테(1만6209건, 8위)와 스포티지(1만5749건, 10위)까지 현대차그룹의 모델 6종이 도난 상위 10종 안에 들었다.

2022년에는 현대·기아차만을 노리고 도난 범죄행각을 벌이는 ‘기아 보이즈’라는 집단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게임봉 자동차 키 에뮬레이터를 통해 단 20초 만에 차량을 훔치는 신종 도난 수법까지 등장한 상태다.

게임보이는 닌텐도 게임기와 유사한 모양의 장치로, 차량의 보안 시스템을 속여 마치 원래 키인 것처럼 작동된다. 과거에도 고가의 차량을 노리는 전문 절도범들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에뮬레이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현대, 기아, 제네시스 등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델까지 손쉽게 해킹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에뮬 판매자들은 에뮬레이터 장치를 통해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을 단 몇 초 안에 훔칠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지난해 가장 많이 도난 당한 브랜드로 뽑혔다. 사진은 게임보이 에뮬을 통해 현대·기아차 시스템을 해킹하는 모습.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현대·기아차가 보안이 취약한 주된 이유로는 이모빌라이저 부재가 지목된다. 이모빌라이저는 스마트 자동차키에 내장된 특수 암호 칩으로 연결된 장비와 동일한 암호코드,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막는 장치다.

CBS는 2011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 차량 1000만대 이상이 이모빌라이저 기술이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모빌라이저가 없으면 차량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는 도난 대책으로 피해 차량에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피해 차량을 대상으로 차량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해당 소프트웨어 보급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정식 딜러샵이 아닌 대리점이나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안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차량 도난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 도난 이대로 계속된다면 소비자 불안 및 브랜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차량 도난이 빈번해 보험까지 거부될 정도면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다”며 “이는 소비자 불만 및 불안은 물론이고 미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시킬 수 있기에 강력한 조치를 통해 오히려 전화위복을 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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