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뒤흔든 19금 스캔들, 놀랍게도
[리뷰: 포테이토 지수 80%] '브리저튼' 시즌3... 어김없이 빠져든다
마침내 페넬로페와 콜린의 시간이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 리스트의 상위권에 올라 있는 '브리저튼' 시리즈가 3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뻔한' 설정,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이야기이지만... 여지없이 빠져든다. '브리저튼' 시리즈만의 강력한 러브 바이러스의 유효 기간은 아직 남아있다.
브리저튼 가문 장녀 다프네, 장남 앤소니의 러브 스토리에 이어 시즌3의 주인공은 가문의 3남인 콜린(루크 뉴턴)과 그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페넬로페(니콜라 코클란)의 이야기다.
그동안 시리즈가 유지했던 '조건과 명예보다 사랑이 먼저'라는 정체성은 지키면서도 이번에는 '편견'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리즈의 오랜 팬들을 중심으로 호평이 집중된 까닭, 바로 '편견에 맞선 사랑'이라는 대목이다.
● 페넬로페의 '비밀'을 모르는 콜린
어김없이 런던의 사교철은 돌아왔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막 런던에 도착한 콜린은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와 귀족 가문 여성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그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은 페넬로페는 이번 사교철 도전이 벌써 3번째. 그간 사교철마다 무도회장의 벽 뒤에 숨어 모습을 감췄지만 이번에는 기필코 남편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페넬로페는 콜린이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나눴지만, 지금은 관계가 소원하다. 지난 시즌2에서 콜린이 사람들 앞에서 '페넬로페에게 청혼할 일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마음을 닫았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서 페넬로페는 절친이자 콜린의 여동생인 엘로이즈(클라우디아 제시)와도 멀어졌다. 사교계의 온갖 소문을 소식지에 담아 퍼트린 문제의 인물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가 다름 아닌 페넬로페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콜린은 페넬로페가 엘로이즈와 소원해진 진짜 이유를 모른 채, 그녀가 남편을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페넬로페의 친구로 그녀가 지닌 매력을 남성들 앞에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이번 사교철에서도 비웃음의 대상.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에 나타난 순간 누구도 입지 않는 어두운 컬러의 드레스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고, 어떻게 남편을 내조할지 보다 자신이 읽은 책과 직접 쓰는 글을 이야기하는 데 심취해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럴 수록 페넬로페는 자꾸만 벽 뒤로 모습을 감추지만, 그를 쫓는 시선이 있다. 다름 아닌 콜린의 눈이다.
'브리저튼' 시즌3는 앞선 1, 2편처럼 누구나 예상 대로 이야기와 인물들의 관계가 흘러간다.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우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다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감정이 폭발해 서로에게 빠져드는 관계는 '브리저튼' 시리즈의 시그니처 설정이다.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로 평가받는 시즌1의 다프네와 사이먼의 사랑은 물론 다소 주춤했던 시즌2의 앤소니와 샤르마의 사랑으로 계속된 시리즈 고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남편을 찾기 위해 콜린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런던 사교계에 공개된 직후 페넬로페는 다시 웃음거리가 된다. 그때부터 콜린을 멀리하지만, 바로 그때부터 콜린은 페넬로페 생각에 사로잡힌다.
● 비웃음 사는 주인공, '편견'에 맞서 '자아' 찾는 여정
'브리저튼' 시리즈는 1700년대 후반부터 1800년대 초반,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시대극이다. 정신병을 앓는 왕을 대신해 섭정을 하는 샬롯 왕비(골다 로슈벨)가 경제와 문화의 황금기 귀족 가문 자녀들의 결혼을 위한 사교철을 이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줄리아 퀸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매 시즌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가운데 주인공을 바꾸면서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부모가 점찍은 상대와 결혼해야 하고, 훌륭한 신랑감의 눈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여자들의 모습, 마음에 드는 남성과는 단 둘이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브리저튼'의 세계는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시청자들의 눈에는 낯설고 일면 부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브리저튼' 안에서는 모든 게 '고전미'로 승화한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 시대의 설정들은 오히려 시청자를 사로잡는 강력한 동력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통하는 로맨스 소설 특유의 매력은 이를 극화한 '브리저튼' 시리즈로 옮겨가 더 강력한 화력을 낸다.
특히 이번 시리즈는 앞선 1, 2편처럼 모두가 선망하는 남녀의 사랑이 아닌,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던 주인공이 진정한 '나'를 드러내면서 진심 어린 사랑까지 찾아가는 과정으로 발전한다. '편견'에 맞선 '자아 찾기'라는 점에서도 앞선 시리즈와 차별화한다.
'브리저튼' 시즌3는 기분 좋게 감상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지만 분명한 아쉬움도 있다. 시즌1에 보여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정의 변화, 화려한 그 시대상을 담은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잘 짜인 공식에 정확히 맞춰 완성한 인상도 강하다.
또한 시리즈 사상 가장 빠른 전개는 장점이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이번 시즌3는 총 8부작으로 구성됐지만, 지난 5월17일에 먼저 4회 분량을 공개했다. 이후 6월13일 나머지 4회분을 공개하는 쪼개기 전략을 택했다.
때문에 앞선 4회분량 안에 페넬로페와 콜린이 서로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빠르게 펼친다. 두 사람 관계 발전이 급격히 이뤄져 감정을 따라가기 버겁고, 한편으론 페넬로페와 앨로이즈의 반목이나 페넬로페에게 마음을 표하는 데빌린 경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디테일이 부족하다.
특히 이들과 더불어 극을 양분한 또 다른 주인공, 브리저튼 가문의 딸 프란체스카의 존재 역시 단편적으로만 다뤄져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
'브리저튼' 시즌3는 6월13일 나머지 이야기를 공개한다. 이번에는 '설렘'보다는 '긴장'을 예고한다.
콜린은 페넬로페가 사실 런던 사교계 소문의 온상인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콜린은 앞서 자신에 관한 악소문을 퍼트리는 레이디 휘슬다운을 향해 '만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의 갈등이 남은 이야기를 채울 전망이다.
총괄 프로듀서 : 숀다 라임스 / 출연: 니콜라 코클란, 루크 뉴턴, 아됴아 안도, 골다 로슈벨 외 / 플랫폼: 넷플릭스 / 공개일: 5월17일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장르: 로맨스 시대극 / 회차: 4부작
'브리저튼' 시즌3를 이끄는 두 인물 페넬로페(왼쪽)과 브리저튼의 딸 프란체스카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