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당국에 전세·정책대출 DSR 첫 제출…규제 확대 신호탄?
실수요자 피해 우려에 올 한해 검토만 지속
금리인하에 DSR 확대 가능성 다시 '솔솔'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전세대출과 디딤돌,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과 관련한 DSR 산출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향후 당국에 주기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DSR 적용 확대에 나설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금융당국에 지난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세·정책대출의 신규취급액 기준 DSR을 산출한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을 계기로 꾸준히 관련 자료를 당국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은행권에 전세·정책대출에 대한 DSR을 소득별, 지역별, 주택 소유 여부 등에 따라 파악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화한 데이터를 산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DSR 적용 확대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관리를 위해 조만간 추가적인 DSR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데 대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를 적극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DSR 확대 적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DSR 규제를 하게 되면 실수요자 등 여러 불편함이 있지만 (중략)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 등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아주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실수요자 보호' 딜레마…조심스러운 당국
금융당국은 이번 자료 요청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예외 대출이 많은데,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인해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표본 자체가 적기 때문에 (자료가)실제 상황을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은행들도 처음 산출한 수치인 만큼 여러 오류가 있을 수 있다"라며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보긴 어렵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연내 전세대출을 DSR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당시 도입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 경우 월세 가격이 오르는 등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놓은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에도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란이 많았는데, 정말 필요한 집을 사는 무주택자들의 전세대출 DSR을 축소한다고 하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대출 규제 필요성에 대해 "전세대출이 주택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무주택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으로 거론된다. 일부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이미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자체적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DSR을 전세대출로 확대 적용한다고 해도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만약 둔촌주공 입주 등으로 전세나 주담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면 당국도 DSR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며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은행들이 이미 적용하고 있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피해 우려…"DSR 차등 적용 필요"
이에 금융권에서는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이나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으로 확대하더라도 DSR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차주에 대한 DSR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의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DSR을 적용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 및 정책대출에 대해서는 DSR한도를 기존 40%에서 조금 더 확대하는 등의 차등화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 추세에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가계대출 규제 도입 필요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DSR 규제를 비롯해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하고 있다"라며 "가계대출 관련 여러 양태를 보면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추가 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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